[숨, 쉼] 섬 곳곳이 개발 광풍, 이대로도 제주는 정말 괜찮을까? 

“게난 앞으로 어떵헐 거라? ”
이번 추석에는 한번 쯤 이야기를 나누어보자.
“지금 우리가 어떵 해야 나중에 우리 후손들이 잘했댄 헐 건고.”

민족의 대명절 한가위는 오순도순 가족, 친척들이 모여 덕담을 나누며 따뜻한 정을 주고받는 날이다. 명절증후군으로 괴로운 사람도 있고 취업 결혼 여부를 묻는 말 한마디에 가슴이 아린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추석에는 서로 모여 이런저런 많은 말들을 한다. 그런데 불과 몇 년 사이에 우리의 주제와 관심사는 모두 하나로 모아졌다. 남녀 구분 없고 세대 간 갈등도 넘어 모든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주제, 그것은 ‘땅’이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만나기만 하면 땅 이야기를 한다. 땅값이 올라 기쁜 사람과 가격이 오르기 직전 땅을 팔아 괴로운 사람들의 주변 사례가 끝없이 쏟아진다. 몇 년 전에 망설이지 말고 그 땅을 샀어야했다는 안타까운 사연들을 한 두건씩 가슴에 품고 있다. 또 이제라도 땅을 사야하는가에 대한 고민들이 넘쳐 땅에 대한 이야기 샘물은 마를 줄 모른다. 나 역시 땅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했고, 듣기도 했다. 

그 중에 가장 가슴 아픈 이야기 하나. 사형제가 있었다. 위로 셋은 미국과 서울에서 살고, 막내만 고향에 남게 되었단다. 이미 성공한 형과 누나들은 부모가 물려준 과수원을 막내에게 주며 부모님 제사만 잘 지내달라고 부탁했단다. 막내는 그 땅에서 농사지으며 먹고 살았고 부모님 제사도 잘 지냈다. 모든 것이 편안했다. 그 과수원 땅값이 오르기 전까지는. 그런데 제주 땅값이 폭등하며 그 땅도 엄청 가격이 올랐다. 형과 누나의 마음이 조금씩 흔들렸다. 그러더니 이제 와서 그 땅을 나누어 갖자고 아웅다웅하고 있단다. 건너들은 얘기이므로 사실 여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앞으로 이와 비슷한 일들이 계속 일어날 것 같지 않은가. 

제주의 땅값이 오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제주에 온 것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처음에는 ‘어, 사람들이 많이 오네...’ ‘관광객도 많이 오네...’ 정도로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벌린 입을 다물 사이도 없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제주를 찾아왔다. 관광객도 오고, ‘한 달 살기’로 오기도 하고, 아예 짐을 싸 거주지를 옮긴 사람들도 늘어났다. 중국관광객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곳곳에 사람들이 넘쳐났다. 더불어 차도 늘어났고 눈만 뜨면 어디선가 땅 파는 소리로 아침을 맞게 됐다. 정말 조금 과장해 섬 전체가 거대한 공사현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여기서 난 묻고 싶다.
(1) 앞으로 제주도에 더 많은 사람들이 오면 
(2) 앞으로 제주도의 땅값이 더 많이 오르면
(3) 앞으로 제주도에 더 많은 건물과 집들이 들어선다면
우리 삶의 질은 그만큼 더 나아질 것인가? 우리는 그만큼 더 행복해질 것인가?

선뜻 “예”라고 말을 못하겠다. 내가 하는 일이 고객을 찾아가 홍보하고 제품 구매를 부탁하는 일이라 운전을 많이 한다. 바쁜 시기에는 하루 종일 운전한다. 그런데 요즘은 차가 너무 막혀 같은 시간을 투여해도 일의 효율성은 절반으로 떨어진다. 몇 년 전만해도 10분 만에 갔던 곳이 이젠 20분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 

또 주변 어른들은 말한다. 나의 땅값이 올랐지만 남의 땅도 같이 올라 내 땅을 팔아 필요한 곳을 사려해도 그만큼 더 돈이 들어가니 땅값 오른 의미가 없다고. 땅값이 올라가며 집값도 덩달아 올랐다. 내 집 장만이 어려운 것은 서울 사람들 얘기인줄 알았는데 이젠 우리 얘기가 됐다. 사람들이 많아지니 쓰레기도 넘쳐난다. 모두가 삼촌 조카사이였던 공동체문화는 익명의 문화에 밀리고 있다.

또 쓸데없이 이런 걱정도 든다. 노래에 나오는 ‘제주도 푸른 밤’이 좋아 여기 왔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푸른 자연은 사라지고 회색의 ‘아파트 담벼락’이 넘쳐나자 또 다른 푸른 밤을 찾아 훌쩍 떠나버린다면. 그러면 지금과 정 반대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지 않은가.

누구나 과거 우리 역사를 되돌아보며 혀를 찬 적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이순신을 내친 선조를 볼 때나, 무기력하게 나라를 일본에 갖다 바친 과거를 돌아 볼 때. 그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는 온갖 후회와 뒤늦은 대안을 제시하며 말이다. 그런데 앞으로 삼사십년 뒤 후회하지 않고 그땐 정말 그리해서 다행이라는 길을 지금 잘 가고 있는 것일까 ?

그래서 이번 추석에는 땅 얘기는 좀 미루고 이런 말을 해보자는 것이다.
“게난 앞으로 어떵헐 거라? 지금 우리가 어떵 해야 나중에 우리 후손들이 잘했댄 헐 건고”

오는 사람 , 오른 땅 값, 올라가는 건물들을 보며 마냥 좋아할게 아니라 이쯤에서 한 번 돌아보자는 것이다. 원래 제주에서 살던 사람들은 ‘품격’을 지키고 제주가 좋아 온 사람들은 ‘ 제주에 대한 예의’를 갖춰 모두 머리 맞대 방법을 찾아보자.

그리고 특히 그 방법을 찾는 일이 생업인 나랏일 하는 사람들은 정말 더 많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고민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또 그들이 지혜로운 선택을 해 눈에 보이는 정책과 실천으로 나올 수 있도록 우리도 그 고민의 대열에 동참하자. 추석 차례 준비도 해야 하고 수험생과 격한 신경전도 벌이며 사춘기 딸의 비위도 맞춰야하는 나를 비롯해 각자 자기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 조금씩 시간을 내어 방법을 찾아보자. 왜 ? 남의 일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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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섬(홍경희 제주교재사 대표). ⓒ제주의소리
올 추석엔 휘영청 밝은 대보름달을 볼 수 있다 한다. 달빛 아래 모두가 즐겁고 풍성한 한가위가 되었으면 좋겠다. 많은 세월이 흐른 뒤에도 해마다 추석이면 달빛 아래 모두가 행복한 한가위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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