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성화되고 있는 다른 단층(斷層)들
활성화되고 있는 다른 단층(斷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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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층(斷層)을 영어 사용국에서는 폴트 라인(fault line)이라고 표현한다. 결함이 있는 지층이 서로 마주하고 있어 매우 불안정한 지대를 말하는데 지금 세계의 한 가운데에서는 지질학에서 말하는 이런 활성단층이 정치 및 경제계에서 목도되고 있다.

일주일 전인 지난 21일은 미국과 일본의 중앙은행이 우연히도 같은 날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던 중대결정을 내린 날이었다.

미국 연준의 금리결정기구(FOMC)는 금리 정상화의 시기를 또 미루었다. 옐런 의장은 미국 및 세계 경제가 미국의 금리인상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상태인지를 조심스레 확인해 가면서 추후 금리를 인상하겠다고 설명했다.

일본 중앙은행도 뾰족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그 동안 지켜 왔던 채권매입 규모는 유지하되 이제부터는 장단기 금리의 차이를 확대하는 것을 타깃으로 삼고 채권매입의 종류와 금액을 신축적으로 조정하겠다고 했다. 시중은행들의 수익성을 염려하여 취하는 조치라는 설명이었지만 매우 뜬금없는 이야기다. 은행의 예대 금리 마진을 걱정해 주는 듯한 중앙은행의 태도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 타깃을 '채권이회율곡선의 기울기'라는 생소한 용어를 들먹이며 제시한 것도 매우 어설프다.

옐런 의장이 말하는 '충격'이란 무엇일까? 맥킨지 사가 추정한 바에 따르면 전 세계의 채권시장은 93조 달러의 규모로서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54조 달러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다. 채권이 신문의 헤드라인을 주식에게 뺏기고 있는 이유는 주식보다 채권의 가격이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만기에는 정해진 원금이 상환되며 이자도 정해진 날에 정해진 이율로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것이 채권이다. 그래서 채권을 '확정소득(fixed income)' 유가증권이라 부르기도 한다. 물론 발행회사가 망하지 않는다고 전제하고서다.

주식보다 채권에 활성단층이

그런데 채권의 가격 변동과 관련하여 국제신용평가기관 피치 그룹이 지난달, 눈길을 끄는 자료를 공개했다. 신용등급이 양호한 전 세계 34개국의 2500개 채권에 대하여 만일 현재의 시장 금리가 5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간다면 이들 채권의 가격이 얼마나 하락할까 하는 분석으로서 그 하락폭이 약 10%에 달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금액으로는 지금의 37조7000억 달러 중 약 3조8000억 달러가 증발한다는 내용이다. 2011년과 지금의 시장 금리 차이는 기간별로 상이하지만 1 내지 2%포인트에 불과하다. 시장금리 상승하면 채권가격의 하락폭은 금리 상승에 채권 만기까지의 햇수를 곱한 것만큼 커진다. 금융시장의 활성단층은 주식보다는 채권시장에 더 크게 숨어 있는 것이다.

궁여지책으로 금리를 장기간 억눌러 왔던 미국, 유럽, 일본 등지의 금융당국들이 금리정상화 수순을 망설이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 활성단층 때문일 것이라고 나는 짐작한다. 그러나 언젠가 임계점에 도달하면 아주 약한 충격으로도 그 동안 잠재되어 왔던 큰 힘은 어차피 밖으로 분출된다.

또 하나의 단층은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통령 선거에 숨어 있다. '미국 우선'을 기치로 내걸은 트럼프 후보는 클린턴 후보에 비해 무식하지만 저돌적이다. 그가 불만에 가득 찬 미국인들에게 변화의 기대를 불러 일으키고 있을 때 클린턴의 유식함은 힘을 잃고 있어 지금의 상황은 초반의 예상을 깨고 접전이다.

글로벌금융위기 초기인 2009년 나는 미국을 반(反)세계화의 새 진원지로 지목한 바 있다(2009.2.11자 내일신문 김국주의 글로벌경제). 그러나 다행히 대통령 오바마가 의회의 '바이 아메리카' 법안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미국의 반세계화 회귀를 막기가 어려워진다.

미 대선, 의외의 결과에도 대비해야

채권전문 자산운영 업계의 제왕으로 불리는 빌 그로스(Bill Gross)도 지금의 채권시장을 초신성(超新星; supernova)에 비유했다. 수명을 다한 별이 죽기 직전 마치 새로 출현한 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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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국주 곶자왈공유화재단 이사장(전 제주은행장).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럼 밝은 빛을 발한다는 천체물리학 용어다. 금융계의 단층과 미 대선의 단층이 동시에 활성화되면 진동의 크기는 심히 우려할 만 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는 경제적인 피해 이전에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이 위험에 봉착한다. 전국토의 26%가 해수면보다 낮은 나라 덴마크는 "하늘은 스스로를 돕는 자를 돕는다"는 격언을 되뇌면서 국토를 일구었다. 아주 작은 위기발생 가능성에 대비해서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지도층의 어제 오늘의 모습은 그저 암울할 뿐이다. 그래서 정말 지금은 비상상황인 듯하다. / 김국주 곶자왈공유화재단 이사장(전 제주은행장)

* 이 글은 <내일신문> 9월 28일자 ‘김국주의 글로벌경제’ 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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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2016-09-28 20:29:15
매서운 지적입니다.늘 대비해야 하거늘 ...ㅠㅠ
182.***.***.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