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훈의 과학이야기] (2) 장수식품 ㉑ 향신료는 신체의 활력소

식품에 있어서 미국인에 대한 우리들의 인상은 정크푸드(junk food, 대용식으로 만든 인스턴트 식품, 햄버거, 핫도그, 포테이트칩 등)를 많이 먹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이미지는 벌써 과거의 얘기다.

미국에서 1991년부터 ‘매일 다섯 접시이상의 야채와 200g이상의 과일을 먹으면 암, 심장병, 고혈압, 당뇨병 등 생활습관병의 위험이 감소한다’고 하는 이른바 ‘5 a day (1일 5접시)’ 운동이 시작됐다. 3년이 지나면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야채, 과일 또는 콩류의 섭취가 눈에 띄게 증가했고, 암에 의한 사망률이 현저히 감소했던 것이다.

한편 같은 시기에 일본에서는 미국과는 반대로 야채 섭취량이 줄어들었다. 이 결과 1995년 암 사망률은 1인당 야채 섭취량이 줄어든 일본이 미국보다 더 높아져서 과거와 다른 역전현상이 나타났던 것이다. 이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야채나 과일이 암 발생을 억제한다는 것이 명백하다. 그러므로 정말 암을 예방하고 싶다면 야채나 과일 섭취량을 늘려야 하겠다.

암을 예방하는 효과는 야채의 종류에 따라서 달라진다. 미국의 농무성(USDA)과 국립노화연구소(National Institute for Aging) 연구원들이 식품 중에 함유된 항산화물질(카테킨, 플라보노이드, 비타민E 등)의 성능을 분석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 성능을 수치화한 것을 ‘오라크(ORAC, 활성산소 흡수능력)’라고 부르고 있다. 이 값이 높을수록 활성산소 제거능력이 높고, 암 발생 억제효과가 높다고 할 수 있다. 한 때 미국에서는 여러 식품포장지에 오라크 수치를 표시해서 판매한 적이 있다.

향신료에 있어서 오라크 수치가 높은 식품에서부터 낮은 순위로 나열해 보면 △정향(clove. 고기요리 등에 사용되는 향신료) △스맥 기울(sumac bran, 중동에서 많이 사용되는 향신료) △계피(cinnamon, 파이 등에 사용되는 향신료) △사탕수수(sorghum) △꽃박하(oregano, 이태리에서 많이 사용되는 향신료) △울금(turmric,카레에 사용되는 향신료) △아사이 베리(acai berry, 남미산 베리) △코코아분말(cocoa powder) △커민씨(cumin seed, 카레에 사용되는 향신료) △마키 벨리(maqui berry, 남미산 베리) 순이다.

그러나 현재 미국에서는 오라크 수치가 건강식품 판매를 위한 선전에 남용되기 때문에 농무성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관련 항목을 삭제해버렸다. 그렇다고 향기가 강한 향신료나 색이 있는 야채, 과일이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능력이 없어졌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우리나라 음식에는 향신료를 많이 사용하지 않지만, 사실 중국이나 인도 등 동남아시아 그리고 서양요리에서 향신료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음식에서 향신료가 발달되지 않은 것은 김치와 같은 매운 음식을 즐기기 때문이 아닌가하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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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창훈 제주대 명예교수. ⓒ 제주의소리

위에 나열한 향신료는 여러 식품가운데 오라크 수치가 매우 높은 것들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카레의 울금과 계피 정도이겠지만, 눈에 익숙하지 못한 향신료일지라도 외국여행 기회에 한 두 종류 사두었다가 우리나라 음식과 섞어서 요리해 구미에 맞춰 보는 것도 암 예방에 도움이 되고 신체활동에도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다.




윤창훈 명예교수는

1947년생인 윤 교수는 1969년 동국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 일본 동경대학대학원에서 농업생명과학전공으로 농학박사를 취득했다. 1982년부터 2012년 8월까지 제주대 식품영양학과에서 교수직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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