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마라톤] 제주 39호 아너소사이어티 홍권일, 421만9500원 다솜학교 기부 “내 인생 최고의 날”

흔히 마라톤을 인생에 비유한다. 한 걸음씩 셀 수도 없는 반복으로 42.195km라는 먼 거리를 완주하는 과정은 흡사 정해진 시간을 각자의 걸음으로 사는 인생과 다르지 않다. 함께 뛰는 동반자가 있어도 결국 개인의 의지에 따라 결정하고, 희노애락(喜怒哀樂)을 반복하는 감정의 변화에 마라톤을 삶과 같다고 부른다.

15일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구좌생활체육공원 운동장에서 열린 제9회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대회에서 생애 처음으로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해 완주에 성공한 홍권일(51. 그린마트 대표)씨에게 이날은 ‘인생 최고의 날’이다. 마라톤에 입문한 지 이제야 겨우 10개월.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을 일컫는 ‘버킷리스트'(Bucket list) 하나를 달성한 동시에 421만 9500원이란 적지 않은 돈을 제주 다솜발달장애인대안학교(다솜학교)에 기부할 수 있었기에 기쁨은 더 컸다.

홍 씨는 이번 마라톤에서 1m를 뛸 때마다 100원을 다솜학교에 기부했다. 제일중 31회 동기들이 함께 뛰면 그에게 힘을 보탰다. 

지난해까지 8년 동안 1억7000여만원을 모아 서남아시아 수재지역(2008년), 결혼이주여성 쉼터(2009년), 제주동부 아름다운 청소년센터(2011년), 제주지역 독거노인 생필품(2014년), 네팔 대지진 학교 재건(2015년)에 사용한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 대회는 홍 씨의 멋진 기부 활동으로 더욱 빛났다.

홍 씨는 유통사업으로 자수성가한 사업가로 현재 그린마트 외도점 대표를 맡고 있다. 부인인 한명옥(그린마트 도남점 대표)씨와 함께 지난해 12월 23일 부부가 각각 1억원씩, 총 2억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해 부부가 나란히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하며 도민사회에 큰 귀감이 됐다.

지난해 12월부터 마라톤을 시작해 하프 코스를 4차례 완주하며 풀코스를 준비한 그는 참가비의 일부를 기부하는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 소식을 접하고,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완성할 무대로 이곳을 점찍었다. 동시에 올해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 기부금을 다솜학교에 전달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1m에 100원’이라는 이색적인 기부방식을 선택했다.

완주 기록만 보면 4시간 30분이 넘어 빠른 편은 아니지만, 자신이 꿈꿔온 소원 하나를 이뤘다는 생각에 밝은 웃음으로 결승선을 넘었다. “몸 컨디션도 전혀 문제없다. 오늘은 내 인생 최고의 날”이라는 홍 씨의 표정은 만족감이 가득했다.
▲ 제9회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 대회에서 풀코스를 완주하며 421만 9500만원을 기부한 홍권일 씨(가운데).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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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9회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 대회에서 풀코스를 완주하며 421만 9500만원을 기부한 홍권일 씨(가운데).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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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권일(오른쪽)씨와 다솜학교 김덕홍 대표(왼쪽). ⓒ제주의소리

청소년 시절부터 우슈를 배웠고 이미 하프 코스도 몇 차례 완주하며 자신감을 키웠지만, 첫 풀코스는 역시 만만치 않은 도전이었다. 그는 “35km 정도 넘어가니 다리도 무거워지고 굉장히 힘들어졌다. ‘그냥 걸어갈까’하고 생각도 했지만 다솜학교 아이들 얼굴이 떠올라서 도저히 멈출 수 없었다. 그래서 끝까지 뛰었다”고 말했다.

또 “마라톤을 완주한 스스로에게 고맙고, 더불어 다솜학교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계기가 돼서 더 고맙다. 작은 도움이지만 부모, 학교 선생님에게 희망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면서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에 다시 참여해 기부도 하겠다”고 밝혔다.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며 먹먹한 마음에 말을 쉽게 잇지 못하던 김덕홍 다솜학교 대표는 “앞으로 학생들을 더 열심히 가르치는데 매진하겠다”는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내년이면 10년째를 맞는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대회는 이처럼 작은 정성들이 하나 둘 모아 사회 구석구석에 희망을 전달했다. 함께사는 따뜻한 사회를 기원하는 '기부천사'들이 우리 곁에 있는 한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대회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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