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홍의 세상사는 이야기> ㊸ 당신의 눈물을 보여주세요

한국인의 의식구조에서 특이한 점은 체면을 중시하고 평판에 민감하다는 사실이다. 한국인들이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신경 쓴다. 내 나름대로 사는 게 아니라 남 나름대로 산다. 그런데 이런 한국인의 특성을 벗어나는 세 부류의 인간형이 있다. 바보와 외고집과 천재가 그들이다.

장심이사(張三李四), 필부필부(匹夫匹婦)인 보통사람은 어떤 인간형이라도 그건 개인적 특성이므로 크게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대통령은 다르다. 그는 국민을 대표하는 백성의 얼굴이요, 나라를 이끌어가는 국가의 영도자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이후 보여준 행태 중에는 좋은 점도 있지만 오기와 불통의 이미지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최근 이슈가 된 정치적·사회적 문제에 대처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이런 기조를 견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여론은 비등점을 향해 끓어오르고 있는 중이다. 여론은 민심이고 민심은 곧 천심이다. 민심의 이반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따위(?)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내 고집대로 밀고 나가겠다고 한다. 마이웨이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이번만은 아닌데도 그리 한다.

박 대통령이 착각하는 게 있다.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는 말은 헛소리다. ‘쥐구멍에도 볕들 날’은 있지만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 또,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강력한 리더십이 대통령의 덕목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강력한 리더십이 긴요할 데가 있다. 외교·안보·국방에서는 그래야 마땅하다.

하지만 내치(內治)에 있어서는 미운 오리새끼 같은 야당과 반대파에게도 따뜻한 손길을 건네고, 병들고 가난하고 소외된 백성에게는 뜨거운 눈물을 보여줘야 한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것처럼 옷을 벗게(마음을 열게) 하는 건 강한 바람이 아니라 따스한 햇빛이다. 한문에도 유능제강(柔能制剛)이란 게 있다. 결국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기게 되는 법이다. 왜 이런 평범한 진리를 모르는지(아니면 외면하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대통령이 근엄하고 무서운 호랑이처럼 보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사막여우처럼 푸근하고 귀엽게(?) 보여야 백성들이 그를 어버이처럼 여겨 따르게 된다. 그럴 때 그는 아이돌이 아닌 어른돌(?)이 된다.

박 대통령은 문예지를 통해 수필가로 등단한 문인이다. 문인은 메마른 영혼의 소유자가 아니다. 문인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이웃과 더불어 동고동락하는 포근한 감성의 소유자다. 그러니까 원래 박 대통령의 심성은 누구보다 여리고 부드러운데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그렇게 만들었고, 그는 철벽처럼 꽉 막히고 앞뒤 분간 못하는 외곬수가 아니라고 믿고 싶다.

박 대통령은 어떤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고 싶은가? 1년여 남은 짧은 임기 안에 무슨 위대한 업적을 남길 수 있을까? 재임기간 동안 국민들과 함께 웃고 울며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인간적인’ 대통령으로 기록된다면 성공한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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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일홍 극작가. ⓒ 제주의소리
한국인은 정 많고 한 많은 사람들이다. 한민족의 정한(情恨)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다. 한이 쌓이면 뼈에 사무친 원한이 되지만 정 주면 한은 눈 녹듯 사라질 수 있다.

대통령의 눈물을 보고 싶다. 그가 진정으로 마음을 열고 국민에게 다가서면 정 많은 한국인들은 서운한 마음을 풀고 예전처럼 그를 따뜻이 맞이하리라 믿는다.

가까이 있다면 외로운 대통령의 눈물을 닦을 손수건을 꼭 전해주고 싶다. / 장일홍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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