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호 위즈돔 사람도서관 제주 총괄 매니저는 콘텐츠기획가라는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제주토박이 청년이다. 그가 <제주의소리>를 통해 제주크래비터사람도서관에서 만난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제주크래비티사람도서관은 제주의 다양한 사람들의 경험과 지혜를 공유하고, 사람간의 연결로 창조적 발상을 모색하기 위해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 위즈돔이 손을 잡고 시작한 프로젝트다. 제주 곳곳에 숨어있던 보석같은 이들의 특별한 경험과 생각들이 그의 글을 통해 풀어져 나온다. 그의 만남과 이야기가 제주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원한다. [편집자 주]

[박경호의 제주사람책 이야기] (14) 돌하르방공원 김남흥 원장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에 위치한 돌하르방공원은 필자가 자주 찾는 곳이다. 자연과 한데 어우러져 꾸민 듯 꾸미지 않은 산책로와 마당이 있어 편히 쉴 수 있다. 또 기존에 알고 있던 돌하르방과는 다른 사진 찍는 돌하르방, 손가락 하트를 내민 돌하르방 등도 만나볼 수 있다. 항상 공원에 들어가기 전 입구 맞은 편에서 돌하르방을 조각하는 김남흥 원장을 보게 된다. 김 원장은 제주의 대표적인 상징물인 돌하르방과 자연을 통해 제주의 인문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그는 아직 돌하르방공원이 미완성이라면서 자연과 제주 문화를 채우고, 사람들이 쉴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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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하르방공원의 김남흥 원장. ⓒ 박경호

- 원장님 안녕하세요. 우선 독자님들께 인사 부탁드릴께요.

안녕하세요. 지역에서 나고 자라고, 대학과정에서 미술을 공부한 후 전업작가로 지냈습니다. 그러다 뒤 늦게 제주 인문 문화를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00년부터 돌하르방공원이라는 문화 공간을 기획하고 만드는 과정을 16년째 하고 있는 김남흥이라고 합니다.

- 돌하르방공원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전업 작가로서 그러한 제주의 풍경을 많이 그려 왔어요. 모두가 제주의 풍경을 보면 정말 감탄을 멈추지 못 하죠. 그러나 저는 뭔가 조금은 부족함을 느꼈어요. ‘눈에 보이는 제주의 아름다움을 담는 것이 진짜 제주의 모습일까’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죠. 관련 서적을 많이 읽기 시작하면서 제주인의 삶을 찾아 다녔어요. 그러다 돌담을 보게 됐어요. 돌담은 농경사회를 오랫동안 이어온 제주의 삶이 그려져 있죠. 화산섬인 제주는 돌이 엄청 많죠. 그리고 밭을 일구며 나온 돌들을 쌓다 보니 돌담이 되어 갔고요. 그래서 실은 돌담을 엄청 좋아해요.

또 현무암으로 만드는 돌하르방은 시대를 보여주는 작품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예술은 당시의 삶과 염원을 넣는 작품들이 많죠. 제주는 그러한 것이 돌하르방에 표현되었다고 느꼈습니다. 그렇게 해서 과거의 돌하르방 48기를 재현하는 작업을 시작했어요. 그렇게 만들다 보니 제주의 자연에 녹아 내게끔 하는 것이 더 좋겠다해서 공원을 조성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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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크래비터사람도서관에서 사람들과 만난 김남흥 원장. ⓒ 돌하르방공원

- 공원을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가 기존에 생각했던 돌하르방 말고도 색다른 돌하르방이 많더라고요.

네, 돌하르방 원기답사 이후 48기의 돌하르방을 재현하고 나서는 지금 세대의 돌하르방은 어떤 모습일까라는 생각을 해봤어요. 방금도 말했지만 돌하르방이란 예술 작품은 당시의 삶과 염원을 넣는 것이죠. 원기의 경우 종교를 비롯하여, 수호적인 의미를 많이 넣은 것이라는 자료가 있죠. 그러나, 제가 만드는 돌하르방에는 평화를 염원으로 넣고 지금 제주인의 삶을 녹아내보고 싶어요. 평화라는 단어는 사랑, 건강, 행복, 배려 등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으니까요. ‘지금 제주인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자연을 최대한 살린 공원에 다양한 돌하르방을 넣으면서 작업을 진행해왔는데 5, 6년 전 즈음에 문득 그런 고민을 하게 되었어요. ‘내가 왜 이런 작업을 하고 있나’라는. 아마도 누구나가 한 가지 작업을 하다보면 그 즈음에 고민을 하는 것 같아요. 그 끝에는 결국 사람이 나왔어요. 결국 문화를 만들고, 자연을 지키고 하는 일들은 사람이 하는 일이죠. 그렇다보니 공원을 만들어 가면서 느끼는 점이 결국 사람이 오는 곳이 되어야 하고,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공원을 찾는 사람들에게 돌하르방이 친구처럼 느껴지길 바랐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사진 찍는 돌하르방, 손가락 하트를 한 돌하르방도 그런 의미에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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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하르방공원의 명물 하트 돌하르방 ©돌하르방공원

- 원장님의 이력을 바라보면 화가로서도 엄청난 활동을 하시고 계시는데요. 이런 활동에 근간이 무엇인가요.

다양한 고민도 하고 있고, 공부도 하는 등 이유가 많이 있겠지요. 그러나 그냥 그림을 그리면서 살던 시절 만났던 고 김영갑 선생님과의 인연을 통해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된 것 같아요. 선생님과는 형, 동생하며 지내면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고, 배웠어요. 특히, 철학적 영향과 사회에 대한 통찰력을 가질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 작업 과정의 충실함도 결국은 자기 식견으로 볼 수 있는 눈이 중요하다는 것들을 많이 배웠습니다. 그런 인연을 통해서 제 작업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 앞으로 원장님께서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에 대해서 간략히 부탁드릴께요.

전에도 많이 말씀드렸지만 공원은 아직 완성된 것이라 말할 수 없고, 최종 모습도 이렇다고 말씀드리기 어려워요. 자연을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오고 갈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고(돌하르방 공원은 하루 방문객을 300명으로 제한했다), 그 안에 사람들이 친구처럼 느낄 수 있는 돌하르방을 넣었습니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자연과 문화를 느끼며 건강한 이야기를 주고 받는 공간이 되면 좋겠다는 게 제 희망입니다. 그래서 최근 공원 친구들을 모집하고 있으며, 공원 친구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도 같이 준비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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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는 돌하르방 © 돌하르방공원

김남흥은? 1966년 제주출생. 제주대 사범대학 미술교육학과 졸업. 제주도미술대전 우수상 3회. 현 김영갑갤러리 이사, 제주생태관광협의회 이사, 제주박물관협의회 감사, 제주도미술대전 초대작가, 돌하르방공원 대표.

* 더 많은 경험과 지혜를 요청하세요.

크래비터 김남흥 만남 요청하기: www.wisdo.me/mydome/41248
제주크래비터사람도서관: www.cravito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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