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어빠진 그네줄' '온 우주의 기운' '보톡스' 피켓, 벽보, 스티커 등으로 분노 표출

국정농단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한 제주도민들의 촛불집회가 19일 저녁 열린 가운데, 성난 민심을 재치있게 표현한 아이디어들이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날 집회는 지난주 4차 촛불집회 당시 비좁은 어울림마당이 아닌, 인근 도로(제주시청 종합민원실 앞 도로)로 자리를 옮겨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했다. 주최 측 추산 6000여명, 경찰 추산 2500여명이 참여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한 손에는 촛불, 한 손에는 주최 측이 준비한 ‘이게 나라냐’, ‘박근혜 퇴진’, ‘재벌도 공범’ 같은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분노를 표출했다. 

개별적으로 준비한 피켓도 눈에 띄었다.

미국 TV애니메이션 <심슨>의 주인공이 닭에게 소리치는 장면을 캡처·인쇄해 박근혜 대통령을 조소하는 피켓, ‘썩어빠진 그네줄 끊어버리자’라는 문구를 적은 피켓, 하야·퇴진 단어를 적은 도구를 머리에 착용하는 소품까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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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니메이션 '심슨'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한 피켓.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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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야, 퇴진 등의 단어를 적은 도구를 머리에 착용한 모습.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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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혜 퇴진' 구호를 쓴 도구를 머리에 쓴 시민.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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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의 '온 우주의...' 발언을 차용한 피켓.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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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을 '그네'에 빗댄 피켓.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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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마로 이화여대에 부정입학한 정유라를 패러디한 제주참여환경연대의 피켓. ⓒ제주의소리

박근혜 대통령이 TV드라마 <시크릿가든>의 여주인공 ‘길라임’이라는 이름으로 차움 병원을 다녔다는 JTBC보도를 빌린 아이디어도 여럿 등장했다.

시민에게 차를 나눠주는 부스를 ‘시크릿카페’라고 이름 짓고 커피컵에는 ‘순siri뭐라카노’, 녹차에는 ‘근라임(박근혜+길라임)하차(茶)’라고 스티커를 붙였다. ‘뇌물공범 근라임 구속’이란 피켓도 등장했고, 제주시청 앞 택시 승차장에는 ‘보톡스 길근혜, 프로포폴 박라임, 닭치고 꺼져, 아몰랑’이라고 적힌 벽보가 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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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청 앞 택시 승차장에 붙여진 벽보.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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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크릿카페'로 이름 붙여진 부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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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라임'과 박근혜 대통령을 결합한 신조어 '근라임'이 등장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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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이명박 현, 전 대통령 모두를 구속하라는 제주참여환경연대의 피켓. ⓒ제주의소리

자유발언에서는 집회에 참여하게 된 다양한 사연이 소개돼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수능을 마친 고3 여학생은 “전국의 고삼들아 이제 일어나자!”고 외쳤고, 자신을 폴리텍대학 재학생이라고 소개한 남성은 “지난 대선 때 1번(박근혜)을 찍었다. 당시 군대에 있었는데, 문재인 후보가 종북이라고 세뇌 당했다. 지금은 '이럴려고 1번을 찍었는지' 자괴감이 든다”며 “다음 대선에선 후보들이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확인해서 투표해야 한다”고 밝혀 참가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조천읍에 사는 지유엄마’라고 소개한 40대 여성은 “여태껏 늘 야당을 지지해 왔다. 야당 정치인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이번엔 부디 제대로 해 달라!”고 일침을 가했다. 자신을 네 아이의 아빠라고 소개한 남성은 “대한민국 어린이들이 꿈을 꾸고 밝게 자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이런 시국을 보여줘서 가슴이 아프다. 지금이라도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힘 모으고 있는 모습을 알려준다면 생생한 교육의 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는 서귀포시 대정읍 여성농민회가 버스를 빌려 참여했다. 문영란 사무국장은 “박근혜 대통령은 하루만 굶어도 농업을 우습게 여기지 않을 텐데, 이슬만 먹고 사는 것 같다. 농업을 올바로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려 이 자리에 왔다. 앞으로도 계속 희망버스로 참여하겠다. 우리 모두 힘내자”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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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는 후회를 반복하라고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고 쓰인 피켓.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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