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하야 촛불집회] 궂은 날씨에도 수천인파 “이게 나라냐! 박근혜 퇴진!” 함성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민심은 궂은 비 날씨에도 꺾이지 않았다. 바람이 많이 부는 ‘삼다의 섬, 제주’에 겨울비까지 내렸지만 촛불은 더 뜨거운 열기로 타올랐다.

학계, 종교, 정치, 교육, 농민, 언론, 여성 등 제주지역 104개 단체가 참여하는 ‘박근혜 정권 퇴진 제주행동’(제주행동)은 26일 오후 6시 제주시청 종합민원실 앞 도로에서 ‘박근혜 하야 촉구! 6차 제주도민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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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비 속에도 박근혜 퇴진 거리행진을 하고 있는 제주시민들 ⓒ제주의소리
이날 오후부터 조금씩 내리던 비는 행사 직전부터 굵게 변했지만 국정농단 사태를 규탄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막지 못했다.

시민들은 비를 피하기 위해 한손에는 우산을, 다른 손에는 촛불을 들었다. 우의를 챙겨 입고 ‘박근혜 퇴진’ 피켓을 들고 집회장소로 향하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지난 19일 열린 5차 촛불집회에서는 주최 측 추산 6000여명(경찰 추산 2500명)이 ‘박근혜 하야’ 촛불을 밝혔었다. 궂은 비 날씨로 참여인원이 5차 촛불집회 만큼 참석 ‘박근혜 퇴진’ 의지와 열기만큼은 갈수록 더 뜨거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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궂은 비 날씨였음에도 주최 측 추산 6000명(경찰 추산 1800명)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날 집회는 ‘하야송’과 ‘임을 위한 행진곡’을 시작으로 국정농단 사태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발언 등으로 이어졌다.

30대 영어강사라고 밝힌 한 시민은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씨 일가와 국정농단이라는 최악의 비리를 저지르고 명백히 헌법을 파괴했다. 국민들은 진정 박근혜의 퇴진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경선 한일위안부 합의무효 제주행동 상임대표(제주여민회 상임대표)는 “비 날씨에도 많은 분들이 모였다. 몇 천 중요하지 않다. 궂은 날씨에도 이렇게 모인다는 게 대단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어 그는 “작년 11월28일 박근혜 정부는 일본군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졸속적으로 합의를 했다. 이제 더 이상 한일위안부 얘기를 하지 말라고 한다”며 “1991년부터 25년간 매주 수요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본정부의 공식적인 사과와 배상 요구했던 할머니들의 외침이 뭐였나. 100억 달라는 것이었나. 굴욕적인 합의를 한 박근혜 정부를 용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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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만민공동회에서는 초등학생에서부터 수능시험을 갓 치른 고3 여고생, 대학생, 직장인, 주부들까지 마이크를 잡고 ‘왜 박근혜가 퇴진해야 하는지’에 대해 저마다의 소신을 피력했다.

오라초 4학년생 김민준 군은 “여기서 외침이 서울까지 안 들릴 수 있다. 하지만 더 큰 소리를 높이다보면 박근혜가 퇴진할 것 같아서 참석했다”며 ‘박근혜 퇴진!’ 구호를 외쳐 박수갈채를 받았다.

강재현 제주교대 총학생회장은 “늦은 감은 있지만 우리 교대생들이 어제 수업을 거부했다. 나라가 이 꼴인데 강의실에만 있을 수 없었다. 초등교사가 됐을 때 교과서에 기록될 오늘의 역사가 부끄럽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여고 2학년 고채원양은 “대한민국 헌법 1조 2항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 나온다. 권리를 양도한 적도, 권력을 양도한 적도 없음을 분명히 전한다”고 했고, 오현고 김지덕군은 “바람 불면 꺼지는 촛불이 아닌 그 바람으로 점점 더 번져나가 모든 악을 제거할 때까지 불타오를 거다. 그 때까지 함께 싸우자”고 울분을 토로했다.

애월에서 닭 키우며 60살을 앞둔 평범한 은퇴자라고 밝힌 한 시민은 “주사를 맞으려면 어디로 가야하나? 범죄자는 어디로 보내야 하냐?”며 “병원”, “감옥”이라는 참가자들의 호응을 유도한 뒤 “오늘 우리는 단순히 박근혜를 끌어내리기 위해 모인 게 아니다.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모인 거다. 오늘이 시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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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랐다고 밝힌 백나미 시인(한국작가회의 소속)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고 했고, 제주녹색당 청소년 당원 허다운씨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인은 최순실과 박근혜가 아니라 국민이다. 국민이 내려오라면 대통령은 내려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한 참가자는 “초등학생 친구들에게 전해 달라”며 햄버거 200개를 기부하기도 했다. 주최 측은 6차, 7차 집회를 이어가려면 더 많은 촛불이 필요하다며 즉석 모금함을 돌리기도 했다. 반응은 여전히 뜨거웠다.

1부 행사가 끝난 뒤 이어진 촛불행진은 촛불집회의 백미였다. 시청을 출발한 수천 개의 촛불행렬은 광양로터리에서 옛 세무서사거리를 돌며 시민들과 함께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제주 촛불집회는 회를 거듭하면서 점점 ‘촛불잔치’가 되고 있다.

앞서 집회 1시간 전인 오후 5시부터는 ‘설러불라’(‘그만두라’는 의미의 제주어)라는 주제로 제주음악인 시국선언 콘서트가 열렸다. 이보다 더 앞서 오후 3시부터는 어울림마당에서 ‘제주-말문을 열자!’라는 주제로 시민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시민평의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날 콘서트에는 사우스카니발 등 제주 음악인을 비롯해 가수 강산에와 장필순 등 총 19개 팀이 참여해 시민들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제주 음악인들은 오후 6시까지 콘서트 1부 행사를 마치고 촛불집회가 마무리되는 오후 8시부터 2부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촛불집회를 주최한 제주행동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 및 관련자 전원 엄중처벌 △민주주의 회복과 새로운 사회 건설을 목표로 내걸고 대통령이 퇴진하는 그날까지 주말 촛불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제주의소리>는 이날 6차 촛불집회 현장을 <제주의소리> 홈페이지(www.jejusori.net)와 페이스북(www.facebook.com/www.jejusori.net)을 통해 생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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