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인문학 기자단 와랑] 국민 배신한 정부 만든 건 바로 국민...촛불은 끝이 아닌 시작

촛불 집회는 2016년 10월 29일 시작됐다. 우리는 믿었던 누군가에게 발등이 찍힌 채로 걸어나갔다. 상처받고 우울한 마음을 딛고 우리의 길을 밝혀줄 촛불을 들고 길로 나섰다. 처음엔 ‘아니겠지’, ‘설마 그럴 리가 있겠어’, ‘이건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야’하며 사건을 부정했고, 분노했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한땐 자유로운 비판과 사고, 의사 표현이 가능했지만 이젠 온갖 감시 속에서 침묵을 강요당하죠. 어쩌다 이렇게 됐죠? 누구 잘못입니까? 물론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게 있고 대가를 치르겠지만, 이 지경이 되도록 방관한 건 바로 여러분입니다.” 

사람들은 모든 원인이 이 지경이 되도록 방관한 자신들이란 것을 아는 걸까? 촛불 집회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전제로 이뤄지고 있다. 촛불 집회를 했던 거리는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했다. 누가 뭐라고 할 것 없이 먼저 쓰레기를 주웠고, 자신들이 활보했던 거리를 깨끗하게 사용했다. 그리고 주로 대학생들이 주도했던 시위에는 가족, 연인,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친구 등 더 다양하고 넓은 연령층이 참여했다. 

또, 폭력시위가 만연해 최루탄이 날리던 거리에는 평화 피켓, 예술을 동원한 풍자탈춤, 추위를 이겨낼 담요와 빛을 밝혀낼 촛불 수만 개로 가득찼다. 촛불 집회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은 집에 있다면 7시-8시 소등, 밖에 있다면 박수치기, 자동차 안에 있다면 경적 울리기 등 많은 사람들이 마음 속으로 응원했다. 

사람들은 많이 바뀌어갔다. 누구와는 다르기에, 누구처럼 무능력하지 않고, 누구처럼 수동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 대한민국은 대통령 측근의 소수의 것이 아니라, 국민이 일궈낸 역사가 있는 이 나라는 자신, 국민의 것이라는 주인의식이 없었다면 절대 하지 못했을 행동들이다.

서럽게 
아, 엄숙한 세상을 
서럽게 
눈물 흘려 

살아가리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신동엽의 시 <누가 하늘을 보았다하는가>의 한 구절이다. 우리는 이번 시국을 겪고 나서 촛불 집회와 성숙한 시민 의식의 형성으로 내 마음 속 구름을 닦아내고, 내 머리 위를 덮은 쇠항아리를 찢었다. 이 분노가 촛불 집회의 타들어가는 불꽃이 되기보다도 더욱 깨끗하고 평화로운 사회로 가는 시발점의 불꽃이 되었으면 좋겠다. / 서연주 기자(서귀여고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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