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 "민주주의 한단계 진보하는 계기 돼야"..."다소 아쉽다" 반응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라는 사상 최악의 국정농단 사태에 성난 국민의 뜻을 국회가 받들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 2항에 따라 9일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10월부터 두 달간 한국사회를 놀라게 하고, 황당하게 하고, 분노하게 해 매주 토요일 국민을 광장으로 나오게 했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태가 새 국면을 맞았다.

국회는 이날 오후 3시 제346회 정기회 제18차 본회의를 열어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야3당과 무소속 의원 171명이 발의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재적의원 300명 중 299명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찬성 234명, 반대 56명, 기권 2명, 무표 7표로 가결했다.

제주도민들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해 대부분 '위대한 민심의 승리'로 받아들였다.  

이종형(60) 시인(제주문학의 집 사무국장)은 "탄핵안 가결은 위대한 민심의 승리다. 압도적인 결과로 확인됐다"며 "한국 민주주의가 한 단계 더 진보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시인은 "모든 국민과 제주도민들은 앞으로 남아있는 여러 가지 과정에 대해서도 관심의 끈을 놓지 말고 쭉 지켜봐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길"이라며 "중요한 것은 앞으로 어느 정권이라도 문화 예술을 정치적이거나 이념의 잣대로 재단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 예술은 문자 그대로 문화 예술로서 존재해야 한다"며 "많은 예술인이 거리로 나와서 촛불을 든 까닭은 국민적 분노에 더해 문화예술인으로서 자존심을 짓밟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 '박근혜 탄핵' 환호하는 시민들 9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찬성 234표, 반대 56표로 가결되자, 국회앞에 모여 있던 시민들이 환호하며 기뻐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양윤경(56)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은 "국정을 농단하고, 헌정질서를 파괴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은 너무나 당연하다"며 "예상보다 많은 탄핵 찬성에 정치권에서도 정신을 차렸구나라고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양 회장은 "4.3을 왜곡하고 축소하는 국정 역사교과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같이 폐기돼야 한다"며 "정치권도 이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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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탄핵' 환호하는 시민들 9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찬성 234표, 반대 56표로 가결되자, 국회앞에 모여 있던 시민들이 환호하며 기뻐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정수진(30·제주시 일도2동)씨는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탄핵을 찬성하는 국민들의 민심이 반영된 결과"라며 "헌재에서도 탄핵안이 그대로 통과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정씨는 "20대 시절을 이명박-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보냈다. 내 자식에게 '이명박근혜' 국가 체제를 물려주지 않아 기쁘다"며 "이번 탄핵안 가결로 국민들의 혼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기분"라고 환영입장을 나타냈다.

대학생인 임규진씨(23)는 "박근혜 정부 3년 10개월동안 개인으로서도 우리 사회로서도 참 힘겨운 시기였다"며 "많은 희생이 따랐고, 망가진 것들을 어떻게 다시 세워야할지를 생각하면 마냥 탄핵 가결을 즐거워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임씨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 오늘 이후에도 박근혜의 즉각 퇴진과 헌재의 인용을 위해 지속적인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라며 "우리가 다시는 이러한 헌정파괴의 아픔을 겪지 않도록 차기권력 감시자로서의 역할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국정농단에는 분노하지만, 다소 아쉽다는 반응도 나왔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뽑았다는 고원택(82)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을 농락한 사실은 분통 터지지만, 대통령 선거를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점에서 탄핵의 과정이나 그 이후의 비용을 고려하면 탄핵만이 능사는 아니다"고 '사회적 비용' 부담을 걱정했다.

새누리당 제주도의회 원내대표인 고태민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던 사람으로서 국정운영을 잘 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국민의 요구에 의해 탄핵됐다는 점에서 너무나 안타깝다"며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국민과의 소통이 너무나 부족했다"고 꼬집었다.

고 의원은 "헌법재판소가 만에 하나 ‘탄핵소추안’을 기각하더라도 한번 떠난 국민의 마음을 돌리기는 어렵다"며 "남북 분단 상황을 감안하면 국정이 하루 빨리 안정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박 대통령은 무엇이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것인지 현명한 판단을 최대한 빨리 내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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