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차 촛불집회] 6000여명 3차선 도로 첫 집결..."국민의 힘으로 대한민국 바꾸자"

차가운 겨울 바람에도 제주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이끈 촛불혁명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의 잘못된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제주지역 100여개 단체가 참여하는 ‘박근혜 정권 퇴진 제주행동’(제주행동)은 10일 오후 6시 제주시청 종합민원실 옆 도로에서 ‘박근혜 즉각 퇴진! 제8차 제주도민 촛불집회’를 열었다.

제주에서도 처음으로 시청 앞 3차선 도로가 집회무대로 사용됐다. 촛불의 힘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셈이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도 부모와 함께 나온 어린아이부터 중·고등학생, 대학생, 젊은 커플은 물론 어르신들까지 촛불을 밝혔다. 

사전행사로 오후 5시부터 ‘하야하롹’ 콘서트가 열려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하야하롹에서는 도내 고교생연합밴드 ‘청월’, 노래세상원, 비니모터가 무대에 올라 흥을 돋웠다.

오후 6시 본행사는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합창단의 ‘민중의 노래’로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다 함께 부르면서 하나가 됐다.
▲ '박근혜 즉시 하야' 제8차 제주도민 촛불집회가 10일 제주시 앞 도로 에서 개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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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즉시 하야' 제8차 제주도민 촛불집회가 10일 제주시청 앞 도로에서 개최됐다.
서귀포에서 농사용 트럭과 트랙터 100여대를 몰고 온 전농과 전여농 회원 100여명은 횃불을 들고 제주시청에 합류해 환호를 받았다. 

탄핵 가결의 영향인 지 이날 촛불은 6000명(경찰 추산 3000명)으로, 지난 3일의 1만1000여명 보다 다소 줄었다.

그럼에도 촛불의 열기는 여전히 뜨거웠다. 시민들은 '박근혜 즉각 퇴진' LED 판넬을 직접 만들어오는 등 열의를 보였고, 탄핵안이 가결된 탓인지 분위기는 '촛불잔치'였다. 

가장 먼저 발언대에 오른 제주교수네트워크 윤용택 상임대표(제주대 철학과 교수)는 "마침내 촛불의 힘으로 우리는 위대한 승리를 했다"며 "이번 승리의 추억은 평생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대통령은 우리 역사상, 아니 세계 역사상 가장 무지하고 무능했지만 우리 국민은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국민이라는 것을 세계 만방에 알렸다"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를 우리가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윤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은 이제 머뭇거리지 말고 즉각 퇴진해야 한다. 그래야 본인이 사는 길이요, 국민을 위하고, 나라를 살리는 길"이라며 "이제 우리는 대한민국을 헬조선이 아니라 '해븐(Heaven)조선'으로 만들어야 한다. 촛불혁명이 대한민국을 바꾸는 힘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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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즉시 하야' 제8차 제주도민 촛불집회가 10일 제주시청 앞 도로에서 개최됐다.
농기계와 트랙터로 제주도를 일주했던 전농 제주도연맹 현호성 의장은 "오늘 오후 1시 서귀포시 오일장에서 농사용 트럭과 트랙터를 타고 제주시청까지 왔다"며 "어제 우리는 촛불의 힘, 국민의 힘을 봤다. 민중은 국가가 어려울 때마다 나서서 국가를 구해 온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다시 민중의 힘을 보여주자"고 호소했다.

김정임 전국여성농민회 제주도연합 회장은 "국정농단, 헌법유린, 농정파탄 주범 박근혜는 즉각 퇴진하고, 공범 새누리당은 해체해야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 쌀값을 보장하겠다고 했지만 하나도 지켜진 게 없다"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지금 우리는 직접 민주주의의 승리를 자축하는 시간이지만 여기서 멈춰선 안된다. 탄핵은 가결됐지만 진짜 탄핵은 국민의 힘으로 돼야 한다"며 "박근혜 4년 간 대기업이 농업진출 길을 열고, 농민들은 빚더미에 허덕이게 만들었다. 함께 힘을 모아 올바른 나라, 정의로운 나라를 만드는 데 촛불이 횃불이 되도록 하자"고 역설했다. 

제주도민 1년차 이주민인 한 도민은 "제주도에서 25년전 전투경찰로 근무하다 올해 제주도민이 됐다"며 "아버지 박정희의 후광을 입고 대통령이 된 박근혜를 구속하고, 재산을 모두 몰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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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즉시 하야' 제8차 제주도민 촛불집회가 10일 제주시청 앞 도로에서 개최됐다.
예비교사 이은아씨는 "9일 오후 4시10분은 대통령을 국민의 힘으로 탄핵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며 "국민이 국정을 농단하고, 헌법을 유린한 대통령을 자리에서 내려오게 만든 사실을 제가 교단에서 가르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이들에게 정의롭고 올바른 역사를 배울 권리를 만들어 주고 싶다"며 "교사로서 아이들이 들고 있는 촛불 바람막이가 되고, 더 이상 비정상이 정상화 되는 이런 세상을 물려주고 싶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촛불집회에는 구좌지역 학부모로 구성된 어우렁두드림 난타팀의 공연과 가수 송철민씨와 최형훈씨의 공연, 촛불 파도타기가 이어지며 열기를 고조시켰다. 

촛불집회 2부에서는 6000여명의 거대한 촛불행렬이 2개 차선으로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르며 장관을 연출했다. 

행진이 끝난 뒤에는 다시 처음 장소로 돌아와 보물섬학교의 율동과 ‘박근혜 즉각 퇴진’과 ‘향후 제주촛불 방향’ 등의 주제로 시민들이 자유롭게 발언하는 만민공동회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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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즉시 하야' 제8차 제주도민 촛불집회가 10일 제주시청 앞 도로에서 개최됐다.
또 참가자들이 전부 참가하는 퍼포먼스와 양희은의 노래 ‘아침이슬’ 함께 부르기로 행사를 마무리한다.

<제주의소리>는 이날 8차 날 6차 촛불집회 현장을 <제주의소리> 홈페이지( www.jejusori.net )와 페이스북( www.facebook.com/www.jejusori.net )을 통해 생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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