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병신년(丙申年). 붉은 원숭이의 해가 서서히 저물고 있다. 올 한해 도민들은 평안하게 지나가길 기원했지만 어김없이 한국사회와 제주사회엔 격랑이 일었다.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게 중에는 희소식도 있었지만, 갈등과 대립, 논란과 좌절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졌다. 다가오는 정유년(丁酉年)은 무사안녕의 해가 되길 기원하면서 <제주의소리>가 2016년 제주사회를 관통한 ‘7대 키워드’를 선정해 정리했다. [편집자 주]

[2016 올해의 제주 키워드] (7) 중국인…소비 못지않게 범죄도 급증 "산커 위주 정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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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중국인은 유난히 제주도민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렸다. 순수 관광객은 물론 유커(중국인관광객)를 가장한 불법체류자까지 밀려들면서 소비 증가와 차이니즈 포비아(중국인 공포증) 등 빛과 그림자가 도드라진 한해였다.

연초부터 제주시내 술집에서 일하던 중국인 여성이 살해돼 유기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제주시 애월읍 한 야산에 버려진 사체는 수개월이 지난 올해 4월에야 발견됐다.

한 달 가까이 범인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도민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경찰이 용의자를 중심으로 포위망을 좁혀오자 범인은 5월14일 경찰에 자수했다.

경찰에 붙잡힌 남성은 피해 여성과 같은 중국 출신이었다. 이 남성은 스마트폰 채팅을 통해 피해여성을 만나고 임신까지 시켰다. 다툼이 생기자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돈도 훔쳤다.

9월에는 모 성당에서 기도하는 여성이 중국인이 휘두른 흉기에 무참히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중국인 관광객이었다. 범행 장소가 종교시설이어서 도민들의 충격은 더 컸다.
 
연이은 중국인 살인사건에 제주에는 ‘차이니즈 포비아’로 불리는 중국인 공포증이 회자되기 시작했다. 중국인들에 의한 식당 여주인 집단폭행과 주택가 뺑소니 사건까지 터지면서 분노는 극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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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내 한 성당에서 기도중인 여성을 살해한 중국인 첸모씨가 9월22일 현장검증에 임하고 있다. 첸씨는 9월17일 여성 신도를 살해하고 도주했지만 곧바로 경찰에 붙잡혔다.ⓒ제주의소리
5월28일 새벽 제주시내 한 골목길에서 중국인이 승용차를 몰다 귀가중이던 30대 남성을 그대로 치고 달아났다. 이 남성은 잇몸과 코가 골절되고 치아가 부러지는 중상을 당했다.

중국인은 사고 당일 항공편을 통해 본국으로 달아났다. 별다른 보상도 받지 못한 피해 남성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의 억울함을 직접 지역사회에 알렸다.

9월9일에는 제주시 연동 번화가에서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중국인 일행이 식당에 들어가 외부에서 사온 술을 마시려다 이를 제지하는 식당 관계자들을 집단 폭행했다.

말리던 행인까지 더해지면서 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식당 여주인은 중국인이 휘두른 술병에 얻어맞고 장정들에게 떠밀려 도로 바닥에 머리를 다치기도 했다.

현장에 있던 행인들이 직접 촬영한 폭행 영상이 언론과 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가면서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전국적인 비난여론이 일었다.

10월18일에는 일반 관광객들과 섞여 항공편으로 제주에 들어온 중국인이 입국심사를 거치지 않고 공항 활주로를 가로질러 철조망을 넘어 밀입국하는 희대의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외국인 범죄는 2013년 134명, 2014년 194명, 2015년 260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이중 70%가 중국인이다. 불법체류자도 8500여명에 이른다. 역시 상당수는 중국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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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9일 오후 10시25분쯤 제주시 연동의 한 오리고기 전문점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외부에서 사 온 술을 못마시게 했다는 이유로 여주인을 집단 폭행하는 모습. 이를 말리던 행인도 중국인 일행에 폭행을 당했다. ⓒ제주의소리

급기야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이 지난 9월 외국인 범죄 특별치안대책 점검차 제주를 찾아 제주지방경찰청 내 외사과 신설을 약속했다. 이후 일사천리로 후속조치가 이뤄졌다.

지역사회에서는 중국인 무사증제도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올해 9월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는 제주지역 무사증 폐지를 촉구하는 청원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무사증 제도는 지난 2002년 제주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정책이다. 외국인이 제주에 방문할 경우 비자 없이 30일간 체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밀려드는 유커에 경제분야도 바빴다. 2010년 40만명이었던 중국인 관광객은 2011년 57만명, 2012년 108만명, 2013년 181만명, 2014년 285만명으로 4년만에 7배나 늘었다.

메르스 사태가 터진 2015년에는 223만명으로 줄었지만 올해는 다시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며 사상 첫 300만명을 넘어섰다. 2014년 세운 역대 최고기록로 단숨에 갈아치웠다.

단체관광객들은 면세점과 카지노로 몰렸고 거리로 쏟아져 나온 유커를 잡기 위해 제주도심 곳곳에 중국어 간판이 내걸렸다. 동네 식당 메뉴판에도 중국어가 등장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유커들이 뿌린 돈으로 올해 3분기 제주지역 생산과 소비, 고용 증가율은 전국 최고수준을 보였다. 부동산값이 오르고 서비스업 시장도 날로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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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항 크루즈터미널에 밀려든 중국인 관광객들. 중국인 관광객의 제주방문이 해마다 증가하면서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300만명을 넘어서며 2014년 기록을 갈아치웠다. ⓒ제주의소리

반면 면세점 등 대형소매판매가 36.8% 증가하는 등 소비 통계수치의 상당수가 대기업의 배만 불리는 특정분야에 집중되면서 양적 성장에 따른 도민들이 피로감도 덩달아 커졌다.

최근에는 한미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 문제로 유커 흐름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올해 9월부터 중국 정부 차원의 저가 단체관광객 통제설이 퍼지고 있어서다.

중국이 도박이나 단체관광 규제에 나설 경우 카지노나 면세점에서는 일시적 타격이 될 수 있다. 반면 개별여행객으로 불리는 ‘싼커’의 등장으로 새로운 관광시장이 형성될 수도 있다.

싼커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쇼핑 장소를 선택하고 맛집 탐방에도 나선다. 단체버스로 특정 면세점과 특정 식당, 호텔 등에 몰려가는 기존 유커들과는 차이가 있다.

홍성화 제주대 교수도 지난 5일 제주웰컴센터에서 열린 제1회 제주면세포럼에서 기존 저가 단체관광에서 벗어나 싼커 중심으로 고객 유치 전략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새해도 수백만명의 중국인이 제주로 몰려들 전망이다. 시민들의 치안요구도 덩달아 커지고 지역경제 낙수효과를 바라는 상인들의 기대감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중국인들이 제주에 가져온 변화가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도민의 삶의 질 향상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제도개선과 사회안전망 확충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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