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병신년(丙申年). 붉은 원숭이의 해가 서서히 저물고 있다. 올 한해 도민들은 평안하게 지나가길 기원했지만 어김없이 한국사회와 제주사회엔 격랑이 일었다.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게 중에는 희소식도 있었지만, 갈등과 대립, 논란과 좌절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졌다. 다가오는 정유년(丁酉年)은 무사안녕의 해가 되길 기원하면서 <제주의소리>가 2016년 제주사회를 관통한 ‘7대 키워드’를 선정해 정리했다. [편집자 주]

[2016, 올해의 제주 키워드] (5) 빚…부동산 투자 노린 대출 급증, 이미 시장에는 '이상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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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제주 경제의 최대 화두는 단연 부동산과 가계대출이었다. 나날이 고공행진을 하는 부동산 시장의 흐름에 맞춰 투자용 대출이 계속 늘어난 것. 사상 처음으로 가계대출 잔액이 10조원을 돌파하기에 이르렀다.

10월말 현재 제주지역 가계대출 잔액은 10조6700억원.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하면 41.13% 증가했다. 1년 사이 3조1100억원이나 늘어난 것. 같은 기간 전국 평균 증가율 12.54%를 크게 웃돈다. 예금잔액에 대한 총 대출금잔액의 비율을 의미하는 예대율도 하반기 들어 매달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제주의 가계대출 증가폭이 얼마나 가파른지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2012년 10월을 기점으로 제주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전국 평균치를 웃돌기 시작했다. 인구 유입과 관광객 급증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뜨거워진 시기와 일치한다. 최근 들어 그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이 같은 우려는 이미 올해 초부터 감지됐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지난 3월 ‘제주경제브리프’에서 제주지역 가계대출 현황·평가를 통해 “증가속도와 규모가 다른 지역에 비해 우려할 만한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가계대출 증가속도가 너무 빨라 가계의 상환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도내 부동산 가격조정 또는 경기위축 시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상황은 진정되지 않았다. 당시 연구보고서 작성 기준이 된 작년 말 가계대출 잔액은 8조2000억원, 증가율은 31.3%였다. 그러나 이후 10개월 사이 가계대출 잔액은 2조4000억원, 증가율은 10%p 이상 더 높아졌다.

문제는 이 거품이 꺼질 때다. 뒤늦게 투자에 뛰어든 도민들은 물론이고 제주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시장에서는 이상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주택 거래량 자체가 감소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1월 제주지역 주택 거래량은 1056건으로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해 20.3%나 감소했다. 전국평균 11.3% 증가와는 대조적이다. 특히 올해 들어 11월까지 누계로 따지면 작년 같은 시기와 비교해 5.1% 하락했다.

지가 상승률도 감소세다. 작년 12월 2.089%로 정점을 찍었던 제주지역 지가변동률은 올 1월 1.473%, 6월 0.482%, 10월 0.347%까지 낮아졌다. 작년 한 달 평균 6446필지 889만㎡에 이르던 토지거래량도 올해는 11월까지 6422필지 850만㎡로 줄어들었다.

이와 함께 주택, 토지와 함께 제주지역 부동산 시장을 이끌었던 오피스텔, 상가, 숙박시설 등 상업용부동산도 분위기가 심상찮다. 이들 상업용부동산의 수익률이 연말 들어 급감한 것.

작년까지 증가세를 나타냈던 상업용부동산 거래량(면적 기준)이 올해 들어 9월 중 4.1% 감소하고 임대가격지수도 정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실률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가운데 수익률도 작년 4분기를 정점으로 급락한 것. 작년 4분기와 올해 3분기를 비교하면 수익률은 오피스텔은 3.2%에서 1.3%, 중대형상가는 3.4%에서 1.7%로, 소형상가는 3.4%에서 1.8%로 각각 하락했다.

제주 부동산 시장을 이끌어온 원동력 중 하나인 ‘인구유입’이 주춤하고 있는 것도 심상찮은 메시지로 읽힌다.

통계청의 지난 10월 국내 인구이동 통계에 따르면 전입에서 전출 숫자를 제외한 제주지역 순이동은 931명으로 나타났다. 작년 10월과 비교하면 47.2%(439명)나 줄어든 것. 이에 따라 올해 제주 순유입 인구는 작년 수준인 1만4257명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물론 이 수치만 갖고 ‘하락세’라고 단언하기는 힘들다. 워낙 대외변수가 많고 심리적인 문제까지 얽혀있는 만큼 부동산 시장의 앞날을 예측하는 건 힘들다. 그렇다고 해서 당국이 손을 놓고 있으란 의미는 아니다. 부동산 시장은 당국의 정책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송종철 제주주거복지포럼 회장은 “그 동안 제주도 당국이 부동산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거나 투기세력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는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며 “사실상 도민 누구든 투기 대열에 동참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주도는 특별자치도인 만큼 적극 권한을 이양받아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며 “현재 과도한 가계대출은 향후 대외변수에 따라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그러나 그에 대한 준비나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부동산 광풍으로 생긴 빚이 있다면, 한편에서는 생업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빚폭탄과 마주하는 이들도 있다. 바로 농가들이다.

2015년 말 기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제주지역 농가부채는 1가구당 6185만4000원으로 전국 평균(2721만5000원)을 훌쩍 뛰어넘는 것은 물론 전국 9개 도 단위 지역 중 단연 1위다. 최하위 충북과는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농가소득이 1가구 평균 4381만1000원으로 전국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워낙 부채도 많아서 실제로는 대부분의 농가들이 빚더미에 앉아 있다.

특히 가구당 부채규모가 2011년 3104만2000원 수준에서 4년새 2배 가까이 증가한 게 더 큰 문제다. 앞으로 더 빚이 많아진다면 언젠가 임계점(臨界點)이 올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영농 생산시설 투자단가가 타 지역보다 높고, 노무비나 재료비 등 물가가 더 높을 수 밖에 없는 구조에서 기인한다. FTA 등 개방화로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고 수급이 불안정해 산지폐기 되는 경우가 심심찮다는 것도 또 하나의 원인이다. 각종 기금 융자와 자부담 등도 농가 부채 급증의 또 다른 배경으로 꼽힌다.

제주도 관계자는 “내년(2017년)부터 농가경영부채 증가 요인을 분석하고, 실태조사를 위한 예산을 편성하는 등 세부적인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며 “사실 (농가부채는)지방 차원에서만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중요한 것은 당국의 시의적절한 판단이다. 그 동안 당국은 항상 한 발씩 늦었다.

현재 제주도는 분양가 상한제와 전매제한을 제주특별법 6단계 제도개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지만, 현실화 여부와 시기 등은 불투명하다.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이제는 거품이 꺼질 때를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 

제주도 농가 부채가 전국 1위로 올라선 것은 2014년의 일이지만, 당국은 기본적인 실태조사 없이 이제야 내년 예산에 상황 진단을 위한 비용을 편성했다.

신중하되 신속한 행정, 그리고 큰 그림. 지금 제주경제를 아슬아슬하게 지탱하고 있는 빚더미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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