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올해의 제주 키워드] (3) 제2공항...터놓고 만나 각종 의혹 속시원히 풀어야

2016년 병신년(丙申年). 붉은 원숭이의 해가 서서히 저물고 있다. 올 한해 도민들은 평안하게 지나가길 기원했지만 어김없이 한국사회와 제주사회엔 격랑이 일었다.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게 중에는 희소식도 있었지만, 갈등과 대립, 논란과 좌절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졌다. 다가오는 정유년(丁酉年)은 무사안녕의 해가 되길 기원하면서 <제주의소리>가 2016년 제주사회를 관통한 ‘7대 키워드’를 선정해 정리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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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공항(신공항)은 한때 제주도민의 숙원처럼 여겨졌다. 대선 공약(박근혜 대통령은 공항 인프라 확충)으로 등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범도민'추진협의회가 구성되기도 했다. 그랬던 제주 제2공항이 갈등을 잉태하는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공항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입지가 결정되고,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사업 타당성이 있다는 결론이 났는데도 각종 의혹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두 조사 결과간 간극이 커 새로운 불씨가 되고 있다. 주민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자칫 '제2의 강정'이 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1월10일 제주 공항인프라 확충 사전 타당성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등 5개 마을 일대 495만㎡ 부지에 3.2km의 활주로와 여객터미널을 짓는 제주 제2공항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제주도는 25년 동안 논의만 거듭하며 표류하던 공항 인프라확충 방안이 확정됐다며 크게 환영했다. 

특히 제2공항 건설은 제주 역사상 최대 개발사업이자 백년대계라며, 제주를 미래로 이끌 제2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당시 국토부는 제2공항 입지 검토에서 성산읍 일대가 공역, 기상, 장애물, 소음, 환경, 접근성, 주변개발, 확장성, 사업비 등 주요 항목에서 유력 후보지로 알려진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보다 앞섰다고 설명했다. 

환영 분위기도 잠깐. 아닌 밤중에 홍두깨 마냥 삶의 터전을 잃게 된 성산읍 주민들은 제2공항 반대대책위를 꾸려갔다. 

성산읍 주민들의 주장은 백년대계라는 제2공항 예정지가 어떠한 의견수렴이나 정보공개 없이 국토교통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됐다는 것이다. 

반대 여론이 일기 시작하자 원희룡 제주지사는 예정지 마을을 방문할 때마다 '특별한 보상'을 언급하고, 공항주변발전계획 수립, 주민협의체 구성 등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제2공항 건설 예정지가 대한항공 정석비행장을 의식해 위치가 조정됐고, 천연기념물 467호인 수산굴이 제2공항 부지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정감사에서도 제2공항은 핫이슈가 됐다. 

국토부가 대한항공(한진그룹) 소유의 정석비행장을 최종 후보지에서 제외하면서 ‘잦은 안개’를 이유 중 하나로 제시했는데, 관련 데이터가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안개일수가 성산은 13일, 정석은 33일이라고 국토부는 밝혔지만 기상감정업체는 '오류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기상 뿐만 아니라 제2공항 입지선정과 관련해서 '부실용역' 논란은 가라 앉지 않고 있다. 성산읍 일대에 산재한 천연동굴이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전혀 다뤄지지 않았다. 

제2공항 예정지인 성산읍 신산리와 수산리, 온평리에는 10개의 비지정동굴이 있다. 반면 성산 주민들이 언급한 동굴(멱사니굴)은 이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일 발표한 제주 제2공항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를 통해 비용편익 (B/C)이 1.23이며,  종합평가(AHP) 0.664로 0.5를 넘어 제2공항은 사업타당성이 있다고 결론을 냈다.

그럼에도 성산읍 주민들은 기재부 예타 역시 신뢰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국토부의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비용편익(B/C)은 10.58이었지만 기재부 예타 결과는 10분의 1 수준인 1.23으로 곤두박질했다. 사전타당성 조사와 예타 결과가 이처럼 큰 차이를 보인 것은 부실용역으로 밖에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성산읍 주민들이 가장 분통을 터뜨리는 이유는 따로 있다. 몇 명의 연구원들이 만든 보고서 때문에 수천명의 주민이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게 됐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원희룡 지사는 지난 10월1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사드배치 등 국책사업은 가는 곳마다 갈등의 소지가 있다”며 “25년 지역 숙원이던 제2공항의 경우 박수 받고 훈장도 받을 줄 알았다”고 말해 지역민심을 자극했다. 

더구나 원 지사는 성산이 제2공항 입지로 정해진 뒤 제한없는 토론과 소통을 약속했지만,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주 제2공항에 대한 반대와 갈등의 원인으로 무엇보다 '절차적 정의'에 어긋났다는 점을 들고 있다.  

갈등전문가 강영진 박사는 "공론화 과정 및 지역주민 참여 없이 전문가 용역으로 사업방식과 부지가 일방적으로 선정, 갈등을 증폭시켰다"고 갈등 원인을 진단했다. 

제주미래비전 용역보고서는 "공공갈등을 가져오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지역주민들과 주요 이해관계자가 배제되거나 형식적인 의견수렴, 일방적인 정책추진 방식"이라고 꼽은 바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원 지사가 지난 12일 성산읍 마을 투어에서 "주민과 함께 갈등 최소화와 보상·지원 방향, 지역발전 계획 등에 대해 충분히 논의해 나가겠다"고 한 약속이다. 원 지사는 또 "동굴을 비롯한 환경문제는 최대한 앞당겨 잠정적인 결론이 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근거를 갖고 추진하고, 예타가 나왔긴 하지만 입지, 환경 평가 등 제기되는 문제를 무시하거나 의혹이나 조작할 마음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국책사업에 앞서 주민들과 소통·대화하는 자세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민 공감대 없이는 돌이킬 수 없는 갈등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원 지사가 정유년 새해에는 더욱 귀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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