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병신년(丙申年). 붉은 원숭이의 해가 서서히 저물고 있다. 올 한해 도민들은 평안하게 지나가길 기원했지만 어김없이 한국사회와 제주사회엔 격랑이 일었다.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게 중에는 희소식도 있었지만, 갈등과 대립, 논란과 좌절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졌다. 다가오는 정유년(丁酉年)은 무사안녕의 해가 되길 기원하면서 <제주의소리>가 2016년 제주사회를 관통한 ‘7대 키워드’를 선정해 정리했다. [편집자 주]

[2016, 올해의 제주 키워드] (4) 쓰레기...인구·관광객 급증에 뒤쫓기 바쁜 기초인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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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 이래 제주로 쏠리는 관심이 이토록 뜨거웠던 때가 있었을까. 몇 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 이주 열풍과 관광객 1500만 명 시대를 앞둔 제주는 변화의 격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걸 ‘성장통’으로 봐야할까? 

인구 유입과 관광객 증가로 쓰레기 총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쓰레기’는 지역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현재 제주도 인구는 올 11월 기준 약 65만9000명. 1일 체류 관광객이 14만에서 15만 명으로 추산되는 만큼 1일 상주인구는 80만 명에 이른다. 

생활폐기물 발생량 추이는 격변을 실감케 한다. 1일 평균 2010년엔 638.8t이던 것이 올해 8월말 기준으로 1일 1184.1t으로, 5년 사이에 갑절 가까이 늘어났다. 1인당 1일 생활쓰레기 배출량을 따지면 문제가 더욱 심각해 보인다. 제주지역 1인당 1일 생활쓰레기 배출량은 1.8kg. 전국 평균 0.95kg을 훌쩍 뛰어넘는 것은 물론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많다.

최근 부동산 경기 활성화로 개인 소유의 공영주차장이나 공터가 줄면서 클린하우스 숫자가 줄어드는 점도 골칫거리다. 게다가 재활용품 가격 하락으로 민간업체의 수거도 주춤해지면서 제주 전역 2660여 곳의 클린하우스가 넘침 현상으로 악취, 경관 저해 등으로 만성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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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입된 쓰레기가 쌓여있는 제주시 봉개동 북부광역소각장. ⓒ 제주의소리DB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쓰레기 처리 시설의 포화도 눈앞으로 다가왔다. 제주에서 가장 매립용량이 큰 봉개동 회천쓰레기매립장의 경우 이미 매립용량의 90%가 넘었고, 다른 8곳 매립장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제주 인구의 70%가 거주하는 제주시만 두고 봐도 1일 쓰레기 발생량이 825t인데 비해 실제 처리되는 양은 675t뿐. 나머지 150t은 제때 처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미 감당하기 힘든 한계치를 넘겼다.

지난 7월 취임한 고경실 제주시장은 대놓고 ‘쓰레기 시장’을 자처하며 획기적인 쓰레기 감량 정책 찾기에 골몰했다. 지난 8월부터 10월말까지 쓰레기 정책 관련 거버넌스 ‘범시민 쓰레기 줄이기 실천과제 선정 100인 모임’을 꾸려 묘안 탐색에 나서기도 했다. 

이달 초엔 쓰레기 재활용률을 늘리고 가연성쓰레기를 줄어들게 할 요량으로 제주 전역에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 카드를 빼들었지만, 도민들의 반응이 엇갈리면서 온 섬이 야단법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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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13일, <제주의소리>가 집중 보도한 제주하수처리장 무단방류 사태와 관련해 제주 환경단체들이 제주도청 앞에서 하수처리 문제 해결을 위한 제주도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제주의소리DB

제주 하수처리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교통 체증이나 쓰레기 문제처럼 시민들이 일상에서 겪는 불편이 아닌 탓에 하수처리는 그동안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하수처리는 방류수가 직접 바다로 흘러가 눈에 보이지 않는 구조 때문이다.

제주하수처리장은 제주시 19개 동지역에서 발생하는 하수 전체가 모이는 곳이다. 1일 처리량은 11만7100㎥. 도내 8개 하수처리장의 처리용량 18만7800㎥의 62%를 차지한다.

최근 인구와 건축물 증가로 하수발생량도 급증하고 있다. 밀려드는 하수에 최근 제주처리장의 1일 평균 처리량은 12만㎥까지 증가했다. 적정한계치인 80%를 넘어 92%까지 치솟았다.

제주도는 안정적인 하수처리를 위해 오는 2021년까지 2102억원을 투입해 제주와 서부, 보목, 대정, 성산처리장 등 5곳의 1일 처리량을 17만6500㎥에서 25만700㎥로 증설하기로 했다. 

증설과 별도로 제주시에 추진되는 5만㎥급 하수처리장 신설은 부지선정부터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기존 처리장 주변 주민들의 악취와 방류 민원이 이를 뒷받침한다.

인프라 확충이 늦어지면 그만큼 하수처리 품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제주의소리> 취재 결과 제주처리장의 경우 지난해 125일간 총질소(T-N) 기준치(20mg/L)의 5배 이상 초과하는 하수를 도두 앞바다에 흘려보냈다. 올해는 1월부터 7월까지 법정 기준에 맞춰 정화수를 방류한 경우는 단 5일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기준치를 초과한 부유물질(SS) 방류기간도 141일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주는 물론 전국에 큰 충격을 안겼다.

언제부터인가 ‘인구 100만’을 내다보면서도 미비했던 생활 인프라가 아쉬운 대목이다. 이는 도민의 삶의 질은 물론 제주의 자산인 자연 환경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새해에도 이같은 몸살은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인구와 관광객의 양적 팽창도 지속되고 있을 뿐더러 오라관광단지와 제2공항 등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도민사회의 ‘환경 총량’에 대한 우려도 끊이지 않고 있다. 

‘청정 제주’를 내건 제주도정의 혜안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내년 7월까지 시범 운영되는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야말로 가늠자로 작용할 터. 도민들의 공감대를 얼마나 얻어낼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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