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병신년(丙申年). 붉은 원숭이의 해가 서서히 저물고 있다. 올 한해 도민들은 평안하게 지나가길 기원했지만 어김없이 한국사회와 제주사회엔 격랑이 일었다.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게 중에는 희소식도 있었지만, 갈등과 대립, 논란과 좌절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졌다. 다가오는 정유년(丁酉年)은 무사안녕의 해가 되길 기원하면서 <제주의소리>가 2016년 제주사회를 관통한 ‘7대 키워드’를 선정해 정리했다. [편집자 주]

[2016, 올해의 제주 키워드] (6) 해녀...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소멸위기 극복 지혜 모아야"

2016년은 제주에서 활동하는 해녀 4000여명, 그리고 100만 내외 제주도민에게 대단한 자부심을 안긴 해로 남을 전망이다. 유네스코가 제주해녀문화(Culture of Jeju Haenyeo-Women Divers)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기 때문이다.

유네스코는 지난1일 0시25분(한국시간) 에티오피아에서 열린 제11차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 간 위원회에서 ‘제주해녀문화’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최종 등재했다. 유엔 산하 국제전문기구인 유네스코는 인류무형문화유산을 세대와 세대를 거쳐 전승되고, 인간과 주변 환경·자연의 교류·역사 변천 과정에서 공동체와 집단을 통해 끊임없이 재창조되면서, 문화 다양성과 인류의 창조성을 증진되는 고유 문화로 정의한다. 지난해 12월까지 전 세계 104개 나라에 336개 유산이 등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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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신청서를 검토하는 제11차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 간 위원회. 제공=제주도청.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국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은 제주해녀를 포함해 19개다.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 판소리, 강강술래, 가곡, 아리랑, 김장문화 같은 전통 문화와 제주해녀도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특히 제주의 경우 2009년 칠머리당 영등굿에 이어 해녀문화까지 추가하면서 제주만의 고유한 문화 가치를 다시 한 번 인정받았다.

이번 등재를 통해 규정된 제주해녀의 개념은 ‘기계 장치 없이 맨 몸과 오로지 자신의 의지에 의한 호흡조절로 바다에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하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여성들’이다.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서 해녀의 가치는 독특한 작업 방식을 뛰어넘어 그 속에 담긴 공동체적 가치에 주목할 수 있다.

제주도와 문화재청이 정리·제출해 유네스코가 인정한 제주해녀의 사회적 기능은 여섯 가지다. ▲대상군의 리더십 ▲노약자에 대한 배려 ▲공익에 대한 헌신과 참여 ▲민주적 의사결정 ▲공동어장 관리 ▲인류의 지속가능한 모델로서의 역할이다.

그들은 엄격한 위계질서 속에 나이 든 해녀를 위한 공간을 별도로 마련해 놓고, 지역 사회의 발전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의사결정 과정도 모든 조직원이 납득할 수 있게  열어뒀으며, 일종의 작업터인 어장을 함께 관리했다. 

제주해녀의 바다 생태계와 공존을 위한 다양한 장치, 능력에 따른 부의 획득, 노약자에 대한 배려, 사회를 위한 공익사업, 민주적 의사결정 등 제주해녀의 삶의 방식 자체가 인류가 지향해야할 지속가능한 발전 모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해녀인 ‘아마’와 달리 제주해녀는 그들이 부담해온 사회적 책임과 문화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에서 그 지위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해녀들 스스로도 선택이 아닌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강했고, 지역사회 구성원 역시 그들을 천시하는 경향이 다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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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8년 7월 제주 해녀들의 모습. 출처=대한민국 사진포털 공감포토.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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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 속에서 작업하는 해녀의 모습. 2013년 사진이다. 출처=해녀박물관.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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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제주해녀들의 작업 모습. 제공=제주도청.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이제 제주해녀문화가 당당히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가장 지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인식 속에 제주해녀를 지켜내기 위한 방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원희룡 지사는 지난 14일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와 연계한 제주해녀 지원 정책을 발표했다. 소라가격 보전(Kg당 5000원), 고령해녀 소득보전 직접지불제, 어촌계 가입비 지원, 신입 해녀 초기 정착금 지원(3년), 해녀복 매년 지급 등이다.

지난 1965년 2만 3000여 명이던 제주해녀 수는 지난해 기준 4377명으로 급감했다. 소멸위기에 놓인 제주어처럼 제주해녀 역시 같은 위기에 처한 셈이다. 제주해녀가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서 그 가치를 유지하려면 인원이나 공동체가 유지돼야 한다.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제주해녀문화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제주해녀 연구로 문화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은 안미정 연구교수(한국해양대)는 “제주해녀의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는 그동안 우리가 저평가해온 제주해녀가 인류의 소중한 문화이자 보편적인 가치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도민사회 인식이 바뀌고 해녀를 생업으로 할 수 있는 여건과 해양자원 복원 같은 체계적인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으면 해녀는 이어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는 가칭, ‘제주해녀문화 보존 및 전승 5개년 계획’을 수립해 중장기적인 발전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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