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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와 송년 인터뷰를 갖고 있는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송년특집]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인터뷰…국립해사고 유치 가시화, 특성화고 활성화 큰 성과  

평교사 출신으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운동을 하다 해직됐던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이 제주 교육 수장에 오른 지 2년 6개월이 지났다. 2016년 한해를 시작하면서 ‘질문이 있는 교실’을 강조한 이 교육감이 생각하는 제주 교육은 어떻게 변했을까. <제주의소리>가 2016년 세밑에 이 교육감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해 끝자락, 되돌아보면 올 한해 제주 교육계에도 많은 일이 있었다. 도세 전출비용이 5%로 향상됐고, 특성화고에도 변화의 바람이 본격적으로 일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선 학교에서 성추행 의혹이 잇따랐고, 급식 보조원들과의 교섭 문제로 학생들이 빵과 우유, 도시락 등으로 점심밥을 때우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국민적 비판이 확산되는 국정 역사교과서는 제주4.3을 축소·왜곡하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교육감은 취임 이후 꾸준히 자신을 낮추고 지원 행정을 강조하며, 제주도교육감을 ‘교실을 지원하는 사람’이라고 공언했다. 2015년 ‘제주교육은 교실이다’에 이어 2016년 ‘질문이 있는 교실’을 화두로 던졌던 이 교육감은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가 올해 제주 교육 농사의 가장 큰 결실”이라고 말했다. 

자유학기제의 제주형 모델이 자리 잡을 것이락 확신도 전했다. 제주 청소년들이 ‘인 서울(In Seoul)’에 목매지 않고 세계무대로 시야를 넓힐 수 있도록 인 아시아(In Asia), 인 월드(In World) 진학 기회를 본격적으로 넓혀 갈 것도 약속했다. 

해수부와 기재부를 거치는 동안 ‘답보’ 상태에 머물렀던 국립 해사고 유치 문제도 제주 국회의원 등 많은 분들의 노력과 도움으로 ‘걸림돌’을 걷어내 내년 2월쯤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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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와 송년 인터뷰를 갖고 있는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이 교육감은 취임 이후 읍·면지역 학교와 특성화고 활성화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왔다. 소위 대학 들어가는 것 보다 더 어렵다는 제주 특유의 고교 입시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읍‧면지역 학교와 특성화고 활성화는 함께 풀어야할 큰 과제였다. 

특성화고와 읍면지역 고교를 중심으로 고교무상교육이 차츰 적용되고 있으며, 각 학교별 특성화된 교육시스템과 고졸 취업자도 눈에 띄게 활성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공무원연금공단,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 대학 졸업자들도 취업자 명단에 올리기 힘든 곳에 당당히 제주 지역 고졸자 이름이 등록되고 있다. 제주교육이 거둔 가시적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 교육감은 “제주여상의 교육 수준은 이미 전국에 견줘도 될 수준에 올랐다. 또 한림공고의 통신망분배 기술은 전 세계 수준이라고 자부한다. 특성화고에 대한 도민들의 인식도 점차 바뀌고 있다. 특성화고에 입학하려는 학생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성적이 뒤처져 진학하는 학교가 아니라 학생들이 선택하는 학교가 됐다. 세계 최고의 특성화고를 만들겠다”고 역설했다. 

질문이 있는 교실을 화두로 던졌던 2016년. 이 교육감은 다가오는 2017년 새해에도 역시 ‘질문이 있는 교실’을 화두로 삼겠다고 역설했다. 

그는 “질문하는 사람을 보고 ‘따진다’라고 하지 않아야 한다. 질문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스스로 생각한다는 얘기”라며 “많은 청소년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에서, 거리에서 촛불을 들고 시국에 대해 많은 질문을 하고 있다. 이 질문들이 교실에서도 이어져야 한다. 질문은 아이들의 자존감과 상상력, 창의력을 키워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주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학교장은 요구 받지 않던 일을 하게 됐다. 도교육청 직원들은 공문을 받고, 바로 이첩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공문 내용을 자세히 파악한 뒤 일선 학교에 필요한 부분만 알리고 있다. 힘들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이 모여 제주 학생들의 행복감이 높아진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 정말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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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와 송년 인터뷰를 갖고 있는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다음은 송년 인터뷰 요지. 

Q. 2016년 한해의 끝자락이다. 올 신년 초 ‘제주교육은 교실이다’를 화두로 내걸었었다. 올해 제주교육 농사는 어땠나? 

A. 지난해 제주 교육은 교실이었다. 올해는 질문이 있는 교실이다. 덧붙이는 행정에서 덜어내고, 지원하는 행정을 시작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교육부가 바뀌었다. 교육부 중심 행정으로 1~2월쯤 공문이 내려와 3월에 추진되는 사업이 11월쯤으로 앞당겨졌다. 교직원들이 학생들을 맞이할 시간을 갖게 됐다. 교육의 본질은 교실에서 교사와 아이들이 눈을 마주치고 일어나는 변화다. 교육부가 이런 생각을 공감했다. 이 안에서 질문이 있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교실을 만들려고 한다. 섣부르지만 아직 꽃다운 삶을 포기한 학생이 없다.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행정이 통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또 학생들의 행복지수가 취임 이후 10% 정도 높아졌다. 또 미달됐던 학교가 가고 싶은 학교로 변화하고 있다. 제주시 인문계라 불리는 평준화지역(제주시 동(洞)지역) 일반고로 전학 가는 학생들도 줄어드는 상태다. 

Q. 세계적인 석학 ‘엘빈 토플러’도 비슷한 얘기를 한 적이 있다.  
"한국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것은 교육이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학생들은 하루 10시간 이상을 학교와 학원에서 자신들이 살아갈 미래에 필요하지 않을 지식을 배우기 위해 그리고 존재하지도 않는 직업을 위해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아침 일찍 시작해 밤늦게 끝나는 지금 한국의 교육제도는 산업화 시대의 인력을 만들어 내기 위한 것"이라고. 
결국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쳇바퀴 같은 학교·학원에서의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창의적인 ‘자기주도 능력’에 달렸다는 지적인 셈이다. 통찰력, 자존감을 갖춘 아이들이 있는 교실을 만들겠다는 이 교육감의 소신과도 맞닿는다. 수십년간 제주의 아이들을 옥죄 온 ‘고입연합고사’를 오는 2019학년도 고교 입학생부터 폐지키로 결정한 것도 그런 배경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일각에선 여전히 우려의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연합고사 폐지 결정에 대한 소신은 변함 없나? 

A. 소위 연합고사라 불리는 제주시 동지역 일반고 선발고사 폐지에 반발도 있었다. 최근 제주시 동지역 일반고 쏠림 현상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거주지와 가까운 학교로 진학하는 풍토로 변하고 있다. 과도한 고입 경쟁을 수업방식과 평가 방식 변화를 통해 완화시키려 한다. 
또 해외에 파견됐던 교사들이 복귀하고 있다. 2017년에는 해외 파견 교사가 50명이 넘는다. 장기간 교사들이 해외 파견돼 돌아오면 국제학교 수준을 갖춘 교사들이 많아진다는 얘기다. 원어민 교사 채용 등 효과보다 뛰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학생들의 외국어 능력 향상을 위한 예산이 연간 100억원 정도 된다. 100억원이면 초등교사 100명, 중등교사 100명을 해외로 6~12개월 연수 보낼 수 있다. 10년이면 2000명이 넘는다. 2000명이라는 얘기는 도내 교사 1/3이 해외 파견 경험을 가진다는 얘기다. 이 교사들이 학교로 돌아와 선진 교육을 선보일 때 효과가 얼마나 뛰어나겠나. 장기적인 시각으로 봤을 때 선심성 사업이 절대 아니다. 

Q. 읍면지역 고교와 특성화고 활성화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계시다. 특성화고 등 경쟁력을 갖춘 우수한 고졸 취업자들이 선취업 후, 후진학할 수 있도록 활성화시키겠다고 했는데 결실을 맺고 있나?

A. 제주여상은 궤도에 올랐다고 평가한다. 자부심도 크다. 지난해 한국은행 취업부터 올해 공무원연금공단,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까지 취업하고 있다. 이런 기업 취업을 위해 제주여상 학생들은 서울여상과 경쟁하고 있다. 서울여상은 중학교 성적이 상위 5%인 학생들이 모이는 곳이다. 이런 학생들과 경쟁을 통해 제주여상 학생들이 이기고 있다. 제주여상의 자체 교육 프로그램이 전국에 견줘도 뒤처지지 않는 수준에 올랐다. 
또 있다. 한림공고 학생들의 통신망분배 기술은 세계최고 수준이다. 2년마다 통신망분배 기술을 겨루는 세계기능올림픽대회가 있다. 이 기능올림픽을 앞둬 국내에서 열리는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한림공고는 3년 연속 통신망분배기술에서 금메달을 수상했다. 특히 지난해 브라질 세계기능올림픽대회에서 이승엽(한림공고 출신)군이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1972년도부터 지난해까지 금메달 3개, 은메달 4개, 동메달 7개, 삼성후원상 2개, 우수상 1개 등의 수상실적을 나타냈다. 제주속담에 ‘동네심방 안 알아준다’는 말이 있다. 이제 특성화고 학생들의 잠재력과 열정에 박수를 보내줘야 한다.  

Q. 고졸 취업자들이 늘어나고 있고, 기업에서 평가가 긍정적이다. 대졸 취업준비생들도 입사하기 힘든 기업에 고졸이 취업하고 있다. 비결과 함께 고졸 취업 활성화를 강조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A. 대학에 진학할 때 전공이 중요하듯이 학생들이 자기주도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계열을 선택해 특성화고로 진학하고 있다. 또 선배들의 성공사례가 있다. 좋은 직장에 취업한 선배가 있다는 사실이 크게 도움 되고 있다. 제주 지역 학생들은 대입보다 어렵다는 고입에 모든 에너지를 소비해 고등학생이 된 후 공부에 집중하지 못했다. 1년 정도는 쉬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도 있다. 제주시 동지역 일반고에 진학하지 못한 학생들은 패배감에 빠졌다.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제주 교육은 바로 설 수 없다. 이런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읍면지역 학교와 특성화고 활성화에 노력했다. 그 결과 읍면지역 고등학교 학생들의 입시 결과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특성화고에 좋은 직장 취업 사례가 널리 알려지면서 학생들은 자존감을 갖기 시작했고, 모든 학교가 가고 싶은 학교로 바뀌고 있다. 2017년에 전국기능경기대회가 제주에서 열린다. 기능대회를 계기로 특성화고 인식과 시스템, 질적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인 서울(In Seoul)을 넘어 인 아시아(In Asia), 인 월드(In World) 사업이 잠시 멈춘 상태다. 중국 북경시립대학과 MOU를 체결해 매년 제주 학생 20명이 기숙사와 수업료 면제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하늘길을 중심으로 아시아, 유럽, 북미까지 진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겠다. 세계에서 제주 아이들이 시야를 넓힐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교육감의 역할이다. 

Q. 최근 유럽 최빈국에서 부국으로 무섭게 성장하는 아일랜드의 성공비결도 바로 ‘전환학년제(Transition Year)'라는 교육제도다. 바로 한국의 자유학기제의 벤치마킹 모델이 된 제도다. 우리나라의 고교 1학년에 해당하는 아일랜드 학생들은 1년간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다양한 경험의 시간을 갖는다. 틀에 박힌 교과 공부에서 벗어나 진로를 고민하고, 봉사활동과 직업체험코스도 경험하면서 소통과 사회성을 키운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전면 시행되고 있는 중학교에서의 1학기 동안 시험과 성적이 없는 ‘자유학기제’는 시늉에 그치는 것 아닌가? 제주교육만이라도 개선 여지는 없나?  

A. 올해 아일랜드와 MOU를 맺어 교사들이 파견된 상태다. 언어능력만 된다면 덴마크와 핀란드 등 국가에 가고 싶다는 교사들을 보내려고 한다. 교과서가 아닌 책이 수업시간에 책상위에 올라갈 수 있도록 국가가 허용했다. 수업 진도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 자유학기제다. 교과서는 참고자료가 됐다. 평가방식도 점수와 등수가 아니라 활동, 과정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아이들이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2~30년 뒤에 현재의 직업 절반이 사라진다고 한다. 아이들이 자신의 삶의 가치를 찾게 하는 것이 진로교육의 핵심이다. 자유학기제를 경험한 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시작할 때 다양한 모델이 창출되고, 제주형 모델도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이 교육감은 국립 해사고 제주 유치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해수부와 기재부를 거치는 과정에서 암초를 만났는지 답보된 상태다. 신제주권 중학교 신설·이설도 마찬가지다. 추진이 어떻게 되고 있나.

A. 세계 최고라 자부했던 해운업계가 어려워지면서 해사고 설치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사고 유치는 오는 2월쯤 확정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해수부, 기재부를 거치는 동안 많이 노력했다. 제주 지역 국회의원들도 많은 도움을 줬다.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좋은 소식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제주를 아우르는 제주시 동(洞)지역 서부권 중학교 신설·이설 문제는 계속 추진하고 있다. 지가 상승이나 땅 투기 등 예민한 문제가 겹쳤기 때문에 확정 전에는 미리 밝히기 어렵다. 계속 추진중이라고 말하겠다. 

Q. 2016년 제주 교육을 축약해주길 바란다. 또 2017년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나. 

A. 올해 제주 교육은 ‘질문이 있는 교실’이었다. 2017년도 마찬가지다. 질문이 있는 교실을 지원하는 환경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는 분위기는 몇년만에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질문하는 아이들을 ‘따진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아이들이 광장과 길거리에서 촛불을 들고 현 시국에 대해 많은 질문을 하고 있다. 이 질문이 교실에서도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 
제주 교육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던 도세 전출금 비율이 5%로 상향됐다. 전출비율 상향 조정에 따라 증액된 예산을 아이들의 자존감과 상상력, 창의력을 키워줄 수 있는 방안에 사용하겠다.

Q. 마지막으로 도민과 교육가족에 인사해달라.  

A. 도민과 교육 가족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로 교직원들이 힘들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학교장은 하지 않았던 일을 해야 했고, 교육청 직원들도 공문을 그대로 일선 학교에 이첩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내용을 파악해 일선 학교에 필요한 부분만 안내하고 있다. 아이들을 위한 일이라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런 노력이 제주 아이들의 행복지수 상향에 도움 됐다고 생각한다. 정말 감사드린다.  / 인터뷰=김봉현 편집부국장, 기사‧정리=이동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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