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했던 민주당, 그런 민주당에 연전연패한 '수구-부패' 새누리당...보수 자정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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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른정당 제주도당 창당대회가 21일 오후 제주농어업인회관에서 열렸다. 바른정당 제주도당에는 원희룡 제주지사도 참여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지난 24일 오랜 진통 끝에 바른정당이 닻을 올렸다. 지난달 27일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의원 29명이 탈당을 선언한 지 28일 만. 지난 5일 창당준비위원회를 꾸린 지 19일 만에 이뤄졌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 그로인해 앞으로 당겨질 대선 시계 등이 작용한 초고속 창당이다.

국회에서는 현역의원 31명을 둔 원내 제4당, 제주도의회에서는 13명을 거느린 제2정당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미 원희룡 지사가 창당에 합류했기 때문에, 제주도내에서는 신생정당이면서 동시에 집권정당이 되었다. 

바른정당의 창당은 민주당에게도 축복이다. 새누리와 바른정당의 분열로 어부지리를 기대한다는 말이 아니다. 함께 페어플레이 경쟁을 펼칠 제대로 된 상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노무현대통령 탄핵정국에서 17대 총선이 치러진 이래, 제주도에서 새누리당은 단 한 석도 가져가지 못했다. 그동안 지금의 민주당으로 불리는 세력이 제주도에서 뭘 특별히 잘한 것도 없었는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지난 19대 선거에서 제주시 갑에 출마한 민주당 강창일 후보는 행정체제개편을 공약했고, 시장직선제를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지만 당선이후 이를 실천하기 위해 어떠한 행위도 하지 않았다. 20대 총선에서 이 사실이 쟁점으로 부상했지만, 무난하게 당선되었다. 20대 총선에서 제주시 갑은 야권이 분열된 상태였는데도 말이다.

제주시 을에 출마한 오영훈 의원의 경우도 불과 몇 달 전까지도 복지국가정당을 만들겠다는 모임에 함께했다. 그 후 민주당 경선을 신청하고 여론조사 경선에서 승리했다. 정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유권들은 그를 선택했다.

2008(18대), 2012년(19대) 치러진 총선에서 서귀포시 선거구의 경우는 야권이 분열된 상태에서 선거를 치렀다. 구도 상 최고의 환경을 맞았지만 새누리당(2008년에는 한나라당)은 연패했다.    

민주당은 지난 10여 년 간 제주도 정가를 주름잡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정부가 강정마을에 주민동의 절차를 밟지도 않은 해군기지를 밀어붙여 주민들이 거리에서 투쟁할 때 국회의원 3명 중 누구하나 나서주는 이가 없었다. 제주도정이 정부와 손잡고 제주도에 영리병원을 도입하려 해도 입장발표 한 번 하지 않았다. 

이렇게 무책임한 민주당을 상대로 왜 새누리당(한나라당)은 연전연패했을까? 

공교롭게도 총선은 4월에 열린다. 제주4.3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시기다. 그런데, 총선 정국이 되면 어김없이 4.3을 흠집내기 위한 수구세력의 발언이 이어진다. 게다가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집권기간 열린 8차례의 추념식에 대통령은 단 번도 방문하지 않았다. 수구냉전적 사고가 깊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4.3진실규명과 공개사과에 나섰던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기간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게다가 최근 치러진 선거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 부패 스캔들이 터져 나왔다. 2010년 치러진 도지사 선거에서 현명관 후보가, 지난 19대 총선에선 제주시 을 부상일 후보가 그 발원지다. 그리고 20대 총선에선 제주시 갑 양치석 후보가 재산신고 문제로 언론의 질타를 받았다.

새누리당 선거패배의 원인을 수구적 사고와 결별하지 못한 점과, 부패를 청산하지 못한 점에서 찾을 수 있다.(물론, 민주당이 부패하지 않았다는 말이 아니다.) 선거기간 두 가지 요인이 상승 작용하여 결국 선거 패배를 야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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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새누리당이 유일한 보수 표방 정당이었지만 바른정당의 출범으로 이제는 2개의 보수 정당 체제가 구축됐다.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한 원희룡 지사와 당 소속 제주도의원 의원들을 비난한 강지용 새누리당 제주도당위원장을 비롯한 새누리당 관계자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그동안 우리정치에서 1노 2김(노태우, 김영삼, 김종필)이 야합한 이후 형성된 거대 수구보수공동체는 재벌과 족벌언론의 비호를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이런 안락함 속에서 보수세력은 수구와의 내부싸움에 소홀하다가 비슷하게 물들었고, 결국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라는 국정초유의 사태를 맞게 되었다. 

바른정당은 ‘범보수의 구심점’을 기치로 내걸었다. 지난 2004년 민주노동당의 국회 진출 못지않은 의미 있는 사건이다. 지난 1990년 민자당이 출범한 이래 수구세력과 불안한 동거를 이어온 보수집단이 이제 자정과 독립을 선언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보수는 공동체의 가치를 지키는 일에 고민한다. 그래서 보수에게는 수많은 짐이 부과된다. 법을 가장 잘 지켜야하고, 병역과 납세의 의무에도 빈틈이 없어야한다. 언행에도 신중하고, 상대에 대한 예의도 잘 갖춰야한다. 

바른정당의 앞길이 순탄하지 않겠지만, 잘 되길 바란다. 그들의 성공이 한국정치의 발전이자 유권자들의 축복이 되기 때문이다. 그 무겁고 고단한 여정에 함께하지 못함이 아쉽다. 

※ 장태욱 시민기자는 2010년 민주당에 입당한 이래 7년째 당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11년 민주당 시민사회국장을 맡기도 했다. 지금은 서귀포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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