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차 제주도민 촛불집회...“박근혜 퇴진 넘어 적폐청산까지 이뤄내야”

제주도민들이 입춘(立春)날 한 데 모여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외쳤다. 신속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과 공범들의 처벌, 적폐 청산이 이뤄지는 ‘진정한 봄’을 바라며 촛불을 들었다.

제주지역 100여개 단체로 구성된 박근혜 정권 퇴진 제주행동은 4일 오후 5시부터 제주시청 민원실 앞 도로에서 제15차 박근혜 즉각 퇴진 제주도민 촛불집회를 열었다.

‘입춘구속, 민주회복’을 슬로건을 내건 이번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2월에는 탄핵하라”라는 구호를 함께 외쳤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진상규명,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 적폐청산이 모두 이뤄져야만 대한민국에 진정한 의미의 봄이 올 것이라는 얘기였다.

제주 이주 2년차라고 밝힌 정호성씨는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큰 권리인 저항권으로 박근혜를 끌어내려야 한다”며 “2월말까지 탄핵이 안된다면 서울로 쳐들어가 청와대에서 공주놀이를 하는 박근혜를 끌어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정에서 온 농부 고봉희씨는 “이제 얼마 안 남았다. 촛불민심으로 박근혜를 끌어내리는 날이 얼마남지 않았다”며 “우리 모두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선거연령 하향, 제주 제2공항 선정 문제점, 박 대통령 퇴진을 넘어선 궁극적인 적폐 청산 등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특히, 박 대통령 퇴진과 최순실 처벌 등이 최종 목표가 돼서는 안되고 촛불의 에너지를 대한민국 사회구조 전반을 개선하는 쪽으로 모아야 한다는 의견들이 호응을 얻었다.

한 남자 고등학생은 “학생들이 정치권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지금이 바로 선거연령 하향을 논할 수 있는 기회”라며 “학생들도 정치에 관심이 많다. 학생들에게도 선거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2공항 반대대책위인 김경배씨는 “어느 날 제2공항 계획이 발표됐는데, 그 부지 한 가운데 우리 집이 있었다. 한 번도 얘기 없다가 어느날 갑자기 쫓겨나게 됐다”며 “원희룡 지사는 제주의 기본권을 던져버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제2공항 반대대책위 집행위원장인 강원보씨는 “제2공항 문제로, 지역문제를 꺼내는 것이 촛불에 누를 끼칠까봐 아무 말 안해왔지만 오늘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며 “제2공항 추진이 반민주적인 행태로 이뤄지고 있는데다 제주의 자연을 파괴하는 제2공항 건설이 과연 제주의 100년 대계라고 할 수 있겠냐. 공항의 포화만 보고 제주도의 포화는 왜 보지 못하냐”고 반문했다.

오순희 문화예술공동체 간드락 대표는 “촛불이 향하는 곳이 박근혜 퇴진과 최순실 처벌이어서만은 안된다. 해방 이후 처리하지 못한 친일파와 군사독재에 아부해온 새누리당, 간판만 바꿔든 바른정당이야말로 박근혜를 탄생시킨 장본인들”이라며 “재벌을 해체하고 정상적인 자본주의를 탄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곧 대선을 맞이할텐데 ‘박근혜처럼 이기적이고 멍청하지만 않으면 된다’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라며 “촛불 민심을 담아내는 사람을 찾고, 만약 없으면 그런 사람을 만들어내야 한다. 촛불민심을 정책으로 담아내는 정치인을 발굴하고 견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발언 뒤에는 어쿠스틱 밴드 ‘아이씨’와 제주시청 대학로 골목 거리행진, 전통공연예술개발원 마로의 풍물공연이 이어졌다. 주최 측 추산 700명이 참가한 이번 집회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별다른 충돌 없이 평화롭게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