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레코드> (98) 이사분기 / 이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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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ong Live Dreamfactory-이승환(2004)

백상웅의 동화 「꽃 켜는 아저씨」는 죽은 아이가 이 세상에 꽃을 피게 하는 전령사 역할을 하게 되는 이야기다. 김현철은 노래 ‘봄이 와’에서 사랑의 봄을 노래한다. 봄이 와서 졸린 건 그대와 함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봄날엔 눈을 뜨기 싫다. 이규호는 노래 ‘이사분기’에서 “그대 따라 이 봄이 오네요.”라고 노래한다. 사실 “아무 걱정 없고, 아무 생각 없는 나”라고 했지만 나나 그대에 대한 말들은 모두 봄에 어울리는 말들이다. 그러니까 그대 자체가 봄이고, 나도 봄이 된다는 것. 바람 없이 따뜻한 날에 꽃집에 들려 ‘내’가 보고싶다고 한 꽃은 “어두워도 잘 자라는 꽃”이다. 무슨 서천꽃밭의 꽃도 아니고, 어두워도 잘 자라는 꽃이라니. 꽃집 여주인, 그대가 원강아미는 아닐 테고, ‘나’는 그 ‘꽃 파는 처녀’를 찾아 여름가을겨울 헤맨다. 하지만 그대가 있을 리 만무하다. 그대는 바로 봄날에 ‘꽃 파는 처녀’ 아닌가. 베란다 프로젝트의 노래 ‘꽃 파는 처녀’는 봄 같은 희망을 주는 사람을 찾아 다른 계절을 방황하다 “빈 화문에 고인 빗물”에서 그대의 얼굴을 얼핏 보기도 한다. 영화 ‘춘몽’은 봄꿈에 관한 영화다. 영화 중 중간중간 양익준이 흥얼거리는 “봄봄”은 생각 없는 허밍일 수도 있지만 이 청춘이라는 인생의 봄날에 궁상맞고 꿈 없는 청춘들에 대한 슬픈 토로이기도 하다. 이제 곧 봄이다. “진달래꽃 핀 저 산 너머”(이규호의 ‘이사분기’)에서 봄이 온다. 월동준비를 하듯 봄 맞을 준비가 필요하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맞이했다가는 꽃을 켜는 그 아이의 마음을 느끼지도 못하고, 봄으로 온 그대를 안지도 못하고, 꽃집 아가씨에게 추파를 던질 수도 없고, 심지어 청춘인데 청춘을 그리워하게 된다. 지난 겨울왕국은 어서 끝내고, 다함께 모여 노래를 부르자. 9와 숫자들의 노래 ‘그대만 보였네’를 떼창할 수 있다면. “거대한 인파 속에서” 그대, 봄만 보이게 될 그날이 온다. / 현택훈(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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