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공무원 출신 4명 후보 도의회 진입 성공"행정을 너무 속속들이 알아버리면 안 되는데…"

5.31 도의원선거에서 전직 공무원출신들이 다수 도의회 입성에 성공했다.

특별자치도 초대 도의원 역할을 자임하고자 모두 7명이 도전장을 던졌으나 오창무 전 제주도 문화스포츠 국장은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했고 나머지 본선에 오른 6명 중 4명이 도의원 진입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뤘다.

# 김태환 사단 출신 구성지 당선자 이젠 '김태환' 감시자로 변신

▲ 구성지 당선자
남제주군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 내무과장을 거쳐 제주도로 전입한 후 신구범 지사 시절 공보관으로 '3K'란 닉네임을 달고 다녔던 한나라당 구성지 후보가 안덕면선거구에서 남제주군의회 의장출신인 열린우리당 양행구 후보를 물리치고 의회 문턱을 밟았다.

구성지 당선자는 김태환 도지사 당선자와 유난히 인연이 깊다. 김 당선자가 남군수 재직시에는 소위 '김태환 사단'의 핵심으로 활약했으며, 도청으로 전입해 '신구범 맨'으로 유명세를 치르다 김태환 제주시장이 불러들여 제주시에서 제주시청에서 산업경제국장과 관리실장을 지내다 명예퇴직했다. 이제 김태환 당선자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 축산전문가 현우범, "얼렁뚱땅 축산정책 이제는 어림없다"

▲ 현우범 당선자
현직 도의원을 비롯해 7명이 경합을 벌인 남원읍에 출마한 무소속 현우범 후보도 5개월만에 공무원에서 도의원으로 신분을 이동했다.

축산직 출신으로 도 축산정책계장과 축산계장, 초지계장을 거쳐 농수축산국 축정과장을 지내면서 한우송아지 생산기지 조성사업과 세계 최초 구제역 청정지역 획등 등을 축산진흥 사업을 벌이다 불미스런 일이 겹치면서 지난 2월 명예퇴직했다.

7명 후보 중 가장 늦게 출사표를 던진 탓에 고전하지 않겠느냐는 염려도 있었으나 5월 31일 지방선거 개표에서 투표함이 가장 먼저 열리면서 첫 당선자로 확정돼 다른 후보들과는 달리 다음 날 새벽까지 가슴을 조려야 하는 고통(?)을 당하지 않은 행운도 누렸다.

# 수산전문가 한영호, 도의회 진출위해 지난 1월 명퇴 '준비된 일꾼"

▲ 한영호 당선자
성산읍에서 당선된 한나라당 한영호 당선자는 그야말로 도의원 선거에 나서기 위해 공직을 떠난 준비된 후보였다. 수산직으로 남군 해양수산과장과 도 해양수산과정책담당 등 31년 공직생활을 하다 지난 1월 지방선거에 나서기 위해 명예퇴직했다. 3년 6개월 동안 성산읍장을 역임한 게 출마의 가장 큰 힘이 됐다.

여기에다 성산출신인 현명관 전 삼성물산회장이 한나라당 후보로 도지사 선거에 나서면서 현명관 깃발에 힘입어 타 후보들과는 달리 그리 어렵지 않게 금배지를 달았다.

 

# 양승문, 경선에서는 도 국장·본선에서는 3선 북군의회 제치고 입성 성공

▲ 양승문 당선자
한림읍장을 역임했던 한나라당 양승문 당선자도 한림읍선거구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나서 3선의 양보윤 전 군의원을 누르고 초대 특별자치도의원에 선출됐다.

공직생활을 떠난지는 앞선 당선자들보다는 다소 시간이 흘렀다. 북군청 총무 재무 사회과장, 보건소장, 기획감사실장을 지냈다. 공직생활 36년간 북군에서만 지냈다. 읍장을 오래한 탓에 도 공무원들이 눈 아래로 내려 보는 일선 읍면동의 고충과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양 당선자는 당초 무소속을 검토했으나 한나라당 영입제의에 입당, 자신보다 한 발 앞서 입당한 오창무 전 도 문화스포츠 국장을 밀어내고 한나라당 공천권을 따냈다.  본선에서도 한나라당에서 탈당한 3선 군의원인 양보윤 전 의원을 물리쳤다.

이들과 함께 이번 선거에 출마했던 제4선거구(이도2동 갑) 한나라당 김광호 후보(전 제주도농업기술원장)와 제13선거구(노형동 을) 무소속 문태성 후보는 안타깝게 차점자로 고배를 마셨다.

# "반갑기는 하지만 행정을 너무 속속들이 알아 이를 어쩌지…"
 
전직 공무원 출신들이 도의원선거에 당선되자 도청 공무원들은 축하와 행정의 애로사항을 이해해 줄 도의원들이 생겨 반가운 표정을 짓고 있으나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근심도 가득하다.

이들 공무원출신 당선자들은 그 누구보다도 행정분야를 소상히 알고 있어 도의회에서 얼렁뚱땅 넘어가는 일을 있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감시자로 하루 아침에 돌변한 것이다.

한편 이들 4명의 당선자와 함께 김병립(화북동) 당선자와 양대성 당선자도 공무원 출신들로 '도의회 공무원 동우회'라도 만들어야 할 판이다. 또 얼마전까지만 해도 김태환 당선자 앞에서 부동의 자세를 해야 했던 이들, 이제는 김 당선자가 의회 협조를 구하기 위해 이들에게 고개를 숙여야 하게 됐다. 이들의 바로 직속 상관이었던 공무원들은 물론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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