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제2공항 군사시설 반대' 천명 이틀만에 공군 반박..."도민공감대 얻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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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2공항은 '순수 민간공항'으로 건설된다는 제주도의 공언이 이틀만에 무색해지게 됐다.

공군참모총장이 사실상 공군기지인 남부탐색구조부대를 제2공항 등 4개의 후보지 중 한곳에 설치하겠다는 의사를 공식 표명했다. 방점은 제2공항에 찍혀졌다. 

제주도는 '순수 민간공항'을 장담했지만, 공군에 의해 뒤통수를 맞게 된 셈이다.

정경두 공군참모총장은 9일 오전 11시 서귀포시 안덕면 제주항공우주박물관에서 열린 '딘 헤스 미 공군 대령 기념비 제막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공군 남부탐색구조부대 창설 의사를 명확히 했다.

정 총장은 "남부탐색구조부대 설치에 대해 제주도민들은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며 "앞으로 관련 기관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논의해 가면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현재는 국방중기계획에 포함된 그대로"라며 배석한 이성용 공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소장)에게 추가 브리핑을 지시했다. 

이성용 기획관리참모부장은 "남부탐색구조부대는 1997년부터 국방중기계획에 반영됐지만 계속 순연돼 왔다"며 "2018~2022년 (국방중기)계획에 반영돼 2021년 시작하는 것으로 돼 있다. 내년에 선행연구에서 타당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남부탐색구조부대의 역할에 대해 이 부장은 "남부탐색구조부대 기본 역할은 남쪽으로 다니는 배나 항공기의 조난상황에서 긴급 구조활동을 하는 것"이라며 "짧은 시간 내에 구조해야 하기에 제주 알뜨르를 비상 착륙지로 이용해 왔는데, 가급적이면 동선이 짧은 제주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에서 제주를 선택했고, 구체적인 대상지를 검토하거나 못박은 적은 없다"고 밝혔다.

남부탐색구조부대 후보지에 대해 이상규 공군 공보과장(대령)은 "제2공항이나 현 공항, 알뜨르 뿐만 아니라 제4의 부지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면서도 "알뜨르비행장은 60만평이지만 새로 들어갈 부지, 그러니까 제2공항에 들어갈 부지는 20만~30만평 밖에 안된다"고 사실상 제2공항을 유력 후보지로 삼고 있음을 시사했다.

제주 제2공항은 서귀포시 성산읍 일원(온평-신산-난산-수산-고성리) 496만㎡(약150만평, 현 제주공항 110만평)에 활주로 1본(3200m×60m)과 계류장 및 터미널(국내선 9만2400㎡, 국제선 7만㎡) 등으로 계획되고 있다.

이 과장의 발언대로라면 제2공항 부지 150만평 중 20만~30만평을 남부탐색구조부대로 사용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 과장은 "땅값으로 치면 알뜨르가 2~3배 비싼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우리는 기부대여나 양여를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2공항 내 남부탐색구조부대 설치와 관련해 국토부와 제주도와의 사전 교감에 대해 이 부장은 "사전교감은 전혀 없었고, 공식적인 협의도 없었다. 이제부터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공군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기에 국토부, 기재부, 특히 제주도와 협의가 중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충분한 설명을 통해 공감대를 갖고 가야 된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며 "앞으로도 제주도민과의 공감대를 충분히 형성한 다음에 추진할 것"이라고 도민공감대가 우선임을 강조했다.

제주도가 제2공항에 군사시설이 들어올 수 없다고 반대 입장을 피력한 것에 대해 이 부장은 "앞으로 부대 설치를 하게 된다면 반드시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하겠다"며 "부대 규모는 수송기 3~4대, 헬기 3~4대, 인력 200~300명 수준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장은 "무한정의 전력을 가진 게 아니기에 소규모로 운영할 것이며, 운용중인 공항과 같이 연계해서 한다면 주기공간, 운영장비, 정비시설 등을 갖출 경우 임무수행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주 업무가 구조업무이므로 대민지원과 관련된 부분이기도 해서 군사기지화로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현재도 제주공항을 이용해 수송기가 오가는데, 그 보다 조금 더 큰 수준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언급했다.

그는 "전투기 배치는 전혀 없을 것"이라며 "2011년 합의한 내용에도 명확히 문서에 남아 있다"고 전했다.

앞서 김방훈 제주도 정무부지사는 지난 7일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 제2공항이 어떠한 군 공항시설로 이용되는 것을 검토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천명했다.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성산읍 제2공항 반대대책위도 8일 기자회견을 갖고 "국방부가 국방중기계획 등을 통해 추진의사를 공식화한 공군기지와 제2공항의 연계설이 구체적으로 제기되면서 제주도민 모두를 분노케 하고 있다"며 "국토부의 오락가락한 입장표명도 제2공항이 공군기지로 사용될 것이라는 확신을 더하게 한다"고 반대했다.

공군이 제주 제2공항을 공군기지 유력 후보지로 공식 언급함에 따라 제2공항 건설 반대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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