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달라진 운명... 31일 새벽 영장 발부 "주요 혐의 소명, 구속 사유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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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구치소로 향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 오전 서울구치소에 수감되기 위해 차량을 타고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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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구치소로 향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 오전 서울구치소에 수감되기 위해 검찰 차량을 타고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유성호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결국 구속됐다. 역대 전직 대통령 가운데 세 번째다.

31일 오전 3시 3분 서울중앙지방법원 강부영 영장전담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강 판사는 ▲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그의 구속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했다. 전날(30일) 오후 7시 11분 영장심사를 종료한 지 약 8시간 만에 내린 결론이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집행에 착수했다. 청사 10층 조사실에서 대기하다 이동 준비 문제로 오전 4시 28분에야 검찰청에서 나온 박 전 대통령은 영장심사를 마치고 법원에서 검찰로 갈 때처럼 검은색 K7차량을 타고 경기도 의왕시 구치소로 출발했다. 뒷좌석에 앉은 박 전 대통령의 양 옆에는 이번에도 검찰 수사관이 자리잡고 있었다.

보통 구속피의자들은 법무부 호송차량을 이용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신분임을 감안해 검찰 차량을 이용했다.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수감 전까지는 경호도 유지되기 때문에 우면산 터널을 거쳐 서울구치소에 도착할 때까지는 청와대 경호팀과 경찰차량·오토바이가 박 전 대통령이 탄 승용차를 호위했다.

서울구치소 주변에는 그의 지지자들 수십 명이 모여 있었다. 태극기를 흔들며 박 전 대통령을 기다리던 그들은 "구속 무효, 구속 반대"를 외쳤다. 오전 4시 45분, 차량에 탄 채로 구치소 정문을 통과한 박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는 간단한 건강검진을 마친 뒤 2평 남짓한 독방에 들어가며 구치소 안에선 전직 대통령이 아닌 수인번호 OOOO으로 불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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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향하는 모습. ⓒ 사진공동취재단

영광에도 끝이 있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맏딸로 오랜 세월 '영애 근혜양'로 살아온 그는 아버지의 죽음 후 18년 동안 은둔했다. 1997년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선거운동을 지원하며 정치계에 입문한 박 전 대통령은 '선거의 여왕'으로 떠올랐다. 비록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당내 경쟁에서 패해 본선에 오르진 못했지만, 그는 언제나 유력 대선후보였다. 2012년 12월 19일에는 마침내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으로 뽑혔다.

영광에도 끝이 있었다. 지난해 7월 TV조선의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보도로 열린 '박근혜 게이트'는 <한겨레>와 JTBC 취재가 이어지면서 정국을 급속하게 뒤흔들었다. 박 전 대통령은 두 차례에 걸쳐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며 측근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부인했지만 그의 말과는 다른 사실들이 줄줄이 드러났다.

결국 국회는 2016년 12월 9일 박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가결했고, 헌법재판소는 지난 3월 10일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을 파면했다. 그리고 박 전 대통령은 파면당한 지 21일 만에 구속됐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또 한 번 뇌물죄 혐의로 구속되는 대통령이란 불명예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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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주영

구속이 곧 유죄를 의미하진 않는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에게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혐의가 13개에 달하고, 최순실씨(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뇌물죄),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공무상 비밀누설죄) 등 여러 공범이 있는 그가 구속 상태로 수많은 증거와 진술을 수집한 검찰에 맞서기란 쉽지 않다.

박 전 대통령이 감당해야 할 형벌의 무게도 만만찮다. 주요 혐의 뇌물죄의 양형기준은 징역 5년 이하 또는 자격정지 10년이다. 그런데 검찰이 주장하는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액은 433억 2800만 원(실제 오고간 돈은 298억 원), 1억 원을 훌쩍 넘긴 가중처벌대상(최소 징역 10년 이상)이다. 법원이 이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면 박 전 대통령의 삼성동 집은 아주 오랫동안 불이 켜지지 않을 수 있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와의 협약에 따라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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