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병의 제주, 신화 2] (30) 영감본풀이 

 ‘도깨비(令監)신앙’은 사신(蛇神)신앙과 함께 이를 조상으로 모시고 신앙하는 경우, 결혼을 꺼릴 만큼 외경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해신당에서는 무역·풍어의 신으로 선왕신(船王神) 도깨비를 모시고 초하루·보름날 당에 가서 당제를 지내고, 뱃전에서 '연신맞이'나 '뱃고사'를 지냄으로써 해상의 안전을 기원한다. 

따라서 도깨비신앙은 사신신앙과 함께 신경정신과적 치료인 '치병신 신앙'으로 숭앙되기도 하고, 돈짓당신앙 또는 해신신앙으로 치제되기도 하여 신당의 수가 적은 데 비하여 그 신앙의 비중은 제주도 당신앙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공동체 안에서 신의 노여움을 풀어야 환자의 병이 치유된다고 하는 관념은 공동체의 일탈을 예방하는 정신적 구속력을 갖는다. 환자의 병은 공동체의 일탈에서 얻은 것이고, 건강의 회복은 공동체로의 귀속이다. 

영감본풀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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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탈을 쓴 도깨비. 제공=문무병. ⓒ제주의소리

시놉시스

서울 남산 먹자고을에서 허정승의 아들 일곱 형제가 태어났다. 큰 아들은 백두산을 차지하고, 둘째 아들은 태백산을 차지하고, 셋째 아들은 계룡산을 차지하고, 넷째 아들은 무등산을 차지하고, 다섯째 아들은 지리산을 차지하고, 여섯째 아들은 유달산을 차지하고, 일곱째 아들은 제주 한라산을 차지했다. 

도깨비는 정의 가면 영감선앙에 놀고, 대정 가면 도령선앙으로 놀고, 위미 숲(뛔미곳) 각시선앙으로 놀고, 선흘숲(선을곳) 황세왓 돌허리 아기씨선앙으로 놀고, 썰물에는 강변에 놀고, 밀물에는 수중에 놀고, 산으로 가면 아흔 아홉 골머리·영실·백록담·물장오리·테역장오리·잔 소나무밭·돌무더기 좋아하고, 일만 잠수 삼천 어부 해장촌에 놀고, 낮에는 연불(煙火) 밤엔 등불에 놀고, 갓양태만 붙은 헌 갓에 옷깃만 붙은 도포에 총만 붙은 미투리, 한 뼘 못한 곰방대 삼동초를 피워 물고, 수수떡, 수수밥을 좋아하고, 변소의 흰 돼지, 검은 돼지 네발짐승 좌머리 우머리 좌갈비 우갈비 열두 뼈 좋아하고 시원한 간이나 더운 피 좋아하고, 고기도 동이로 술도 동이로 받아오던 영감, 참봉, 야차, 군졸, 흩어지면 열네 동서, 모아지면 일곱 동서, 긴 바다 긴 소리, 짧은 바다 짧은 소리 어야두야 살장깃소리로 일천간장 풀리던 선왕(船王) 참봉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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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감놀이. 제공=문무병. ⓒ제주의소리

영감본풀이

옛날 옛적 서울 먹자고을 논노물 수박골에서 아들 7형제가 태어났다. 아버지는 허정승이라고도 하고, 유정승이라고도 하지만 확실하지 않다, 별도 지고 달도 지는 넓고 큰 밭에 많은 가축을 기렀고, 가재 유기 가득하고, 전답이 많은 부자였다. 가을 농사 추곡 수확이 많았고 처마 높은 기와집에 네 귀에 풍경을 달고, 동남풍이 불면 서남풍에 문이 와랑지랑, 서남풍이 불면  동남풍에 문이 왕강싱강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으며 살았다. 허정승의 아들 7형제는 우리나라 팔도의 산천을 유람하다 모두 각 지역의 명산을 차지한 산신선왕이 되었다. 

큰 아들(長男)은 서울을 차지했다. 서울 삼각산·송악산·인왕산과 남한산성과 남산일대·동대문·서대문·남대문·종로 사거리·을지로·원효로·충무로·충정로를 거느리고, 물로 가면 한강다리에 의지해 뻗아 나갔다. 

둘째 아들(二男)은 함경도를 차지했다. 한만국경선, 함경도 백두산을 차지했다. 두만강수 압록강수 차지하였다. 

셋째 아들(三男)은 강원도를 차지했다. 강원도 금강산 일만이천봉에서 놀고, 대엄산·소엄산·백설산에서 놀고, 춘천 구만리 발전소 수력전기로 오락가락 포천 일대, 화천 일대에서 놀고, 춘천 소양강 다리에서 놀았다. 

넷째 아들(四男)은 충청도를 차지했다. 충청도 계룡산에서 놀고, 노들강변에서 놀았다.

다섯째 아들(五男)은 경상도 태백산 차지했다. 

여섯째 아들(六男)은 전라도 지리산·목포 유달산·삼학도에서 놀고, 육형제는 흩어져 평안도 올라서면, 모란봉·황해도 구월봉에서 놀고, 경기도로 해서 연불에 신불에 맞추어 놀고, 광주지면 내려서면 무등산에서 놀고, 경상도 낙동강에서 놀고, 대동강 신의주 부두에 청진 나진 원산부두에서 놀고, 속초고을 연평바다에서 놀고, 노들강변 임진강에서 놀았다. 

일곱째 아들(七男) 오소리잡놈, 얼굴은 관옥이요 몸은 풍체가 좋더라. 제주도 구경 좋다. 놀기 좋다 하여 제주바다로 들어올 때, 망만 붙은 패랭이에 한뼘 못한 곰방대 담배를 퍼삭퍼삭 피워물고, 깃만 붙은 베도포를 입고 줄줄이 누빈 상목·무명바지·저고리·통행전·협수쾌자에 미투리 신들메를 메었다. 한 손엔 연불, 한 손엔 신불을 들고, 연해변 들고 나올 때, 진도 안섬·진도 바깥섬·추자도·관탈도·벽파진에 놀며, 무인도로 하여 큰개꼴·사서꼴로 들어선다. 한골로 신모래줄기 모통이왓으로 소곡소곡, 썰물 중에는 동바다, 들물 중엔 서바다, 흥당망당 물이 썰면 강변에 놀고, 물이 들면 수중에 놀며 제주바다로 들어온다. 

마른 데로 들어서면 한라산 올라서면 한라산 장군선왕에서 놀고, 서늘곳 애기씨 선앙에서 놀고, 대정곳 각씨선앙, 뛔미곳 도령선왕에서 논다. 산으로 가면 어승생 단골머리 아흔아홉골에서 놀고, 백록담 갈대밭에서 논다. 속밭 영림소에서 놀고, 일소장·이소장·삼소장·구십소장까지 놀며, 높은 것은 산이요 얕은 것은 물이로다. 냇골짜기마다 골짜기 개울마다 논다. 

비오는 날 좋아하고, 안개낀 날 좋아하고, 2·3·4월 풀 돋을 때 되고, 오뉴월 녹음방초 승화시(綠陰芳草勝花時) 때가 되고, 칠팔월·구시월 천고마비 계절이 와도 바람섶 구름섶에 연불에 신불에 맞추어 놀고, 성널오름으로 수많은 백성들이 여름철이 되면 물맞이러 갔다가 열두흉험 조화풍운 주어 남자로 여자로 나타나, 어서 같이 살자, 마음씨 좋다 하여 의탁되어 천변흉험을 불러주던 어진 조상님네. 절물오름으로 가아오름·지그레기오름·작은 지그레기·바농벵디에 논다. 바농오름으로 돔베오름·대천이오름·노여오름·거꾸리오름·원오름에서 논다. 

조천면 일대 내려서면 웃바매기 알바매기에 논다. 웃구름에 논다. 구좌면에 이르면 높은봉·둔지봉·다랑쉬에 도두봉에 놀고, 국립목장에도 놀고, 한쪽으론 도루 내리면 소섬 진질깍에서 논다. 성산 일출봉에서 놀고, 대정 산방산에 논다. 가파도·마라도·비양도에 놀고 섬중마다, 산골짝에 물골짝에 곡선·능선·골짜기에 놀던 조상. 연해변으로 내려서면 별방(하도리) 상굿에 놀고, 종달리 소금밭에 놀던 어진 조상님. 어느 포구 여끝 돌끝마다 놀고, 평대리 수데깃도(평대리 지명) 아래 여끝 돌 끝에 놀고, 한동리는 어둥개 멸치밭, 김녕리 하개콧에서 놀고, 동복리 너분코지에 놀고, 북촌리는 다려도 세베코지 펭풍여에서 노시는구나. 

다심여 숨은여에 놀고 함덕은 양산통빠기 넘어 구한방, 구셍기 아래 말퉁이, 큰사스미에 논다. 셋사스미에 놀다가 안여·밧여·정살여·숨은여·도랑여에 놀고, 함덕 길 뒤 해수욕장에 놀던 조상. 강도이 아래 드르메깍·한개코지·노릿질코지·함덕 소여루코지·지방여·도릿대짐에 놀던 조상. 신흥리는 혼곳머리 소금밭과 양어장에 놀던 조상. 마농개로 어속곡질에 놀던 조상. 조천리는 대섬코지 놀던 영감참봉님네, 삼양리 원당봉 알숨은여에 놀고 삼양해수욕장에 놀고 그 뒤로 사라봉 등댓불 아래 화북리 일대 갯가연변에 놀던 어진 조상님. 영내읍중 들어서면 먹돌개에 놀고, 산지축항 외항선 우리나라 철선·목선·건착선이나 어선에 기관배·운반선에 어느 연락선에 놀던 선왕님도 살아서 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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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천리 영감당 소록낭머들 오일한집 당. 제공=문무병. ⓒ제주의소리

영감본풀이 2 

시놉시스

서울 사는 진씨 아들 삼형제가 불량하여 동네처녀들의 몸을 더럽히니 만주 ‘드른들거리’로 쫓겨나 귀양정배 되었다. 만주 ‘드른들거리’에 사는 가난한 송영감이 삼형제 도깨비를 만나 돼지를 잡고 수수떡 수수밥을 하여 대접하였다. 송영감은 삽시에 천하거부가 되었다. 도깨비를 사서 부자가 된 소문이 마을에 퍼지자 송영감은 병이 들어 이울어갔다. 

송영감은 꾀를 내어 “세경 넓은 밭을 문밖에 떼어다 놓으면 데리고 살고, 그렇지 못하면 쫓아버리겠다”고 했다. 이에 응한 도깨비들은 열심히 밭을 떼어 문밖에 갖다 놓으려 했으나 실패했다. 이를 핑계삼아 송영감은 도깨비를 나무에 묶고 네 토막으로 쳐 죽여서 쫓아버리고는 백마를 잡아 문밖에 말가죽을 잘라 붙이고, 집 좌우로 돌아가면서 말 피를 뿌리고 백마의 고기를 걸어 도깨비가 들어오지 못하게 예방했다. 

네 토막으로 잘려 쫓겨난 죽은 도깨비는 열 두 도깨비가 되어 천기 별자리를 짚어 점을 치고, 각기 사방으로 흩어졌는데, 위로 삼형제는 서양 각 나라 기계풀무(冶匠神)가 되고, 그 아래 삼형제는 일본 가미산 마쯔리의 신이되고 철공소, 방직회사 초하루․보름 제의를 받는 신이 되었고, 그 아래 삼형제는 서울 호적계(戶曺)로 좌정하였다. 막내 삼형제는 갈 길을 몰라 방황하다가 흉년이 들어 장사하러 온 제주 선주의 아들에게 “나를 잘 사귀면 부귀영화를 시켜준다”하고 제주 절섬에 실어다 줄 것을 부탁한다. 두 형제의 허락을 받은 세 도깨비는 제각기 조상신이 되었다. 도깨비 삼형제는 모두 도민이 모시는 일월조상이 되었는데, 한 가지는 갈라다 뱃선왕(船王神)으로 모시고, 한 가지는 갈라다 산신일월또(牧畜 또는 狩獵神)로 모시고, 한 가지는 갈라다 솥불미또(冶匠神)로 모시게 되었다.

낙천리 도체비당-영감본풀이 2
제보자 : 조술생(여무, 70세)
일시 : 1982. 5. 2. 오후 2시

옛날 서울 남대문 밖에 진씨 댁에 아들 삼형제가 있었다. 아이들이 열다섯 십 오세가 되니 건달 부량배로 놀아 동네 처녀 허주내고, 동네 존장 박대하니 이 아이들을 이 마을에 두어서는 마을이 허주가 나고, 마을이 개판이  될 듯하니, 서울 양반들이 진씨 아들 삼형제를 만주 ‘드른들거리’로 귀양을 보냈다. 진 영감의 아들 삼형제는 만주 송영감 집에 들리게 되었다. 

“지나가는 아이들이 들렸습니다. 이 저녁만 묵고 가겠습니다.” 

뒷날 아침 일어나니, 송영감은 집이 가난하였다. 

“우린 잘 먹이면 잘 먹은 값하고, 못 먹으면 못 먹은 값 합니다. 우릴 잘 대접하십시오. 우릴 잘 대접해주면 부귀영화를 시켜드리고 가겠습니다.” 

그리니 송영감 집에서는 “무엇을 좋아합니까?”하고 물었다. 

“돼지를 통째 잡아 올리는 돈육제나 닭을 통째 잡아 올리는 대잔치.”

“소 잡아도 전몰제나, 우머리나 좌머리나(右頭‧左頭), 우부피나 좌부피나(肺), 우황정 좌황정, 우목도루기 좌목도루기, 우전각 좌전각(前脚), 우일룬 좌일룬, 우갈리 좌갈리(肋), 우숭 좌숭(胸), 네발공양, 더운 혈 단 혈(血), 콩팥 태두(腎臟), 시원한 생간, 수수하다 수수떡, 수수하다 수수밥을 좋아합니다. 네발공양 시원한 간회, 간회 올린 대잔치가 좋습디다. 이런 잔치 해주면 부귀영화를 시켜드리고 가겠습니다.” 

그러니, 송영감 집에서는 그런 잔치를 해 주었다. 이렇게 돼지를 잡아 통째 올리고, 수수떡 수수밥에 시원한 간회 올려 대잔치를 드리니, 

“이제는 만주 ‘드른들 거리’, 만주 장판으로 가서 많이 농사를 지으십시오.” 

농사를 지으니 송영감은 삽시에 큰 일등 부자가 되었다. 그 진씨 아들삼형제를 사서 , 일등 부자가 되었지요. 이렇게 부자가 되어 잘 살았지만, 또 그렇게 잘 살게 되니 이젠 쇠(牛)를 통째로 잡아 전몰제를 잘 치렀다. 쇠를 통째 잡아 또 간회 올려 대잔치를 했고 송영감이 돈을 많이 빚내어 만주 장판에 가 쇠장사를 하였다. 쇠장사를 하니 삽시에 쇠가 물이 부풀듯 부풀어 송영감은 천하거부가 되었다. 만주 장판에 가 우마장사를 하니 삽시에 부자가 되어 만주서 거부로 살게 되니 동네 사람들이 말하기를, “송영감 집에 사는 청년 세 사람은 사람이 아니고 분명 ‘생도채비’다” 하였다. 

이젠 동네 사람들이,

“저 집에선 분명 사람을 닮았지만 사람이 아닌 도깨비를 사고 저렇게 잘 되였지, 영감이 산 세청년은 사람이 아니야.” 

송영감도 분명 사람으로 알았다가 그 눈치를 알아가니 병(病)이 들어 이울어갔다. 이젠 어떤 별 약을 써봐도 소용이 없었다. 하는 걸 보니 원 사람 행동은 착실하고 똑똑하고 온순하고 아기 닮으니, 무신일인지 그들을 내쫓지 않으면 다 망해버린다 하고, 내좇으려 하면 내좇칠 수도 없으니, 이젠 영감님네가 

“똑똑하고 재주가 좋으니 우리 집의 세경너븐드르 밭을 저 올레로 끊어다 놓으면 생전 데리고 살 것이고, 그 밭을 잘라 옮겨다 놓지 못하면 우리집 바깥으로 떠나 가야 합니다.”  

내좇을테니 그리 아시라 하니, 이젠 

“에이구 그렇다면 저, 송영감이 쇠코지 이른 아홉 개를 만들어 오십시오.” 

쇠코지 이른 아홉개을 대장장이(冶匠)에게 가 송영감이 쇠갈퀴를 만들어 오니, 석달 열흘 백일을 땅을 떼어다 저 올레에 갖다놓으려니 전혀 할수없었다. 밭을 떼어다 놓지 못하니 송영감은 그 트집을 잡아 진씨 아들 삼형제를 저 올레 밖 나무에다 질긴 밧줄로 단단히 달아매어 묶어놓고, 이젠 몸을 꽁꽁 묶어서 나대 닮은 걸로 탁탁 세 토막에 찍어놓고, 네 토막에 찍으니, 삼형제가 열두 동무가 되어, 그래 내쫓아버렸습니다. 

다시 못 들어오게 내쫓으니 죽은 도채비 삼형제는 열두 형제가 되어 “마바세계 자자(呪文)”하며, 저리 나가버리니, 이젠 다시 생도채비는 그 집에 못 들어 오게 백매(白馬) 말을 잡아놓고, 백마 말 잡아 저 올레로 말가죽 끊어 놓고, 잣담으로 돌아가며 말피를 뿌리고, 문전(門前)마다 돌아 다니며 백마 고기를 다 걸어놓으니 도채비가 말고기 노랑내가 나니 그 집에, 송영감 집에 다시는 들어오지 못하게 예방을 시켰습니다. 

예방을 시키니, 도깨비들은 어디로 가면 좋을까? 천지 안 별자리를 짚어보니, 못하는 게 없는 것이 도깨비니, 위로 삼형젠 서양 각국에 기계풀무신이 되었고, (機械의 神), 중간의 삼형젠 일본 지경에 대판 대미산 마쯔리, 대미리공원 청도 청돌목 철공소에 방적회사를 지키는 신이 되어 초하루 보름 제향(祭享)을 받고, 그리고 아래 삼형젠 우리 나라 호적과(戶曺)를 지키는 신이 되고, 또 맨 아래 삼형젠 갈 길을 몰라, 천지 별자릴 짚어보았다. 강경 벼락바위 동지기남밧디 골막(東福里) 사람 장씨선주(張氏船主) 집 아드님, 김녕은 송씨선주 아드님 장사치러 무역치러 갔다 오다 강경 벼락바위에서 만났다. 

“어디 사는 어른입니까?”하고 진영감 아들 삼형제가 물으니, 

“제주절섬(濟州絶島) 삽니다.” 

“무슨 일로 왔습니까?” 

“우리 제주는 흉년(凶年)되니 무역치러 장사치러 왔습니다.” 

“우리 삼형제 선비 받지마시고 제주 절섬 데려다주면 부귀영화(富貴榮華)를 시켜드리겠습니다.” 

“어서 그건 그리하십시오.” 

명주바다 실바람 부니, 한 나절에 제주절섬을 그 뱃선왕(도깨비)이 타고 들어오게 됐습니다. 풍선의 돛폭을 팽팽하게 펴서, “어느 포구가 제일 좋습니까?”하니, 

“김녕 일곱 마을 좋은 포구(浦口)가 있습니다.” 

김녕포구로 배를 대니, 이물대 잡아라, 고물대 잡아라. 이물대 고물대 잡아 포구로 내리니, 우리를 데려온 배는 선앙일월(船王日月)로 모시고, 장군선왕·참봉선왕·도령선왕·아기씨선왕으로 모시라 하니 한 가지는 갈라 뱃선왕으로 모시고, 또 한 가지는 대장간을 지키는 어드름 솥불미또(冶匠)로 모셔서 뱃보섭에 모시장태 가재미주고 돼지고기(豚肉)가 좋아하고, 더운 혈(血) 단 혈에 네발공향 시원한 간회 좋아하여 먹으면 잘 먹은 값하여 뱃보섭도 잘되게 하고 많은 걸 하니, 어드름 솥불뮈또(冶匠神)라 하고, 한 가지는 갈라다 하라산(漢拏山)에 ‘큰 장오리’, ‘족은 장오리(지명)’, ‘어승생 오백장군’에 놀고, 올라서면 선답취이, 내려서면 가죽감태 모자, 열대작 작둘리._#1 (작둘리라는 것은 안에 좌각친(좌각끈)이 있고 둘러메고 다니는 것, 총을 메고 다니는 데 쓴다.) 오르고 내리며 대각록(獐)도 일천마리, 소각록도 일천마리, 더운 혈 단 혈, 그 노루의 간(肝), 고기와 간에 조수지(燒酒), 산신일월또(山神)로 들어서고 한 가지는 갈라다가 청수 당멀(지명) 솥불미또로 들어서서 얻어먹고, 소록낭머들(낙천리 지명)도 솥불미에서 놀며 가시나무밭(소록낭머들) 오일본향(午日本鄕)으로 좌정하였고, 새당 덕수 김씨댁이 줏하르방 섯동내또(神名) 줏하르방(鑄物神)으로 좌정하여 뱃보섭에 모시장태 가재미주고 포구로 가면 축일본향(丑日本鄕)이나 오일본향으로 좌정하여 명이 짧은 생목(生木) 끝, 여 끝마다 아뜩아뜩 놀아오던 임신이라 합니다. 그것도 열 두 형젭니다. 

일대 장원, 이대 장원, 삼대 장원, 사대, 오대, 칠대, 팔대, 구대 장원, 십대 장원, 열한 형제, 열두 동무, 펜지만 붙은 망이 쓰고, 망만 붙은 씨피지에 깃만 붙은 지도포에 목만 붙은 씨일목에, 깃만 붙은 행전치고, 구기남발 붙여 끼고 반달 부채 달아매고 한 것만 못한 담뱃대에 새암초를 피워물고, 앞에는 청사초롱 불 밝히고, 뒤에는 흑사초롱 불 밝히고 이놈의 귀신(鬼神)이 어뜩하면 천리를 가고 어뜩하면 만리를 가, 천방은 진방, 진방은 간방, 짓 비추면 서에 으쓱하고, 남자에게 가면 여자 인듯, 여자에게 가면 남자인 듯, 한 가지로 천 가지 아뜩 사뜩 놀아오던 임신이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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