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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시대 제주] ⑦ 의료영리화...文, 부정적 견해 표명 '개원 앞둔 제주녹지국제병원은?'

외국인 투자개방형병원(영리병원)으로 추진되는 제주 녹지국제병원이 올해 완공된다. 건물이 완공돼 의료장비와 의료진 등을 갖추고 제주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도지사 승인을 받으면 녹지국제병원은 우리나라 제1호 외국인 영리병원이 된다. 

영리병원 논란은 지난 2005년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됐다. 

당시 이해찬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외국인과 외국법인에 한해 영리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특별법)’ 제정안이 의결됐다. 2012년에는 인천과 부산·진해, 광양만권, 황해, 새만금·군산, 대구·경북, 충북, 동해안 등 경제자유구역 8곳도 가능하도록 확대됐다.

외국자본을 유치해서라도 지역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적지 않았던 시기로, 국내 영리병원 도입도 함께 추진됐다.

전국 시민사회와 보건의료단체, 노동단체, 의료연대회의 등의 거센 반발로 ‘국내 영리병원’은 백지화됐지만, 외국인이나 외국법인의 영리병원 설립은 가능해졌다.

제주의 경우 '제주특별법'에 따라 영리병원 허가권이 도지사에 있다. 보건복지부는 사업계획 승인 여부만 판단한다. 

미국계 의료기관 필라델피아 매니지먼트 디벨로프먼트(PIM-MD)와 일본 의료재단법인 ‘의진회’가 제주에 의료단지 등 설립을 계획했지만 무산됐다. 

과거 김태환 제주도지사는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에 맞춰 제주헬스케어타운에 ‘국내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내용의 제주특별법 개정 카드를 꺼내들었다. 개정안에는 건강보험을 제한적(선택적)으로 적용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시민사회 등의 거센 반발에 김 지사는 도민 여론에 따르겠다며 2008년 7월 영리병원 도입과 관련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과반수가 찬성하지 않으면 포기하겠다고 밝힌 터였다. 결과는 찬성 38.2%, 반대 39.9%. 

2009년 김태환 도정은 제주특별자치도 3단계 제도개선에 ‘투자자소유병원(Investor-owned hospital)’으로 이름을 바꿔 영리병원을 다시 추진하려 했지만, 역시나 각계각층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면서 ‘국내 영리병원’은 추진 동력을 잃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우근민 지사는 취임식에서 “제주에 이익인지 손해인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경제적 측면만 고려해 영리병원을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추진 중단을 선언했다. 

이후 국내 영리병원 논란은 잦아들었지만, 이번에는 외국인 영리병원이 대두됐다. 

2013년 2월 중국 의료법인 (주)CSC그룹(China Stem Cell Health Group)이 싼얼병원 설립 계획서를 제주도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응급상황에 따른 안전장치가 없고, 줄기세포 시술 우려 등을 이유로 싼얼병원 승인을 잠정 유보했다. 

2014년 7월 원희룡 도정이 출범하고 얼마 뒤 싼얼병원의 모회사인 CSC 헬스케어재단 설립자이자 회장인 자이자화(翟家华)씨가 경제사범으로 구속되면서 싼얼병원 설립은 무산됐다.

싼얼병원 무산 이후 녹지국제병원이 등장했다. 서귀포시 토평동 2만8163㎡ 부지에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의 병원을 짓겠다는 내용이다. 녹지국제병원 △지하 1층에는 의료시설 △지상 1층에는 검진센터와 피부과, 성형외과, 시술·수술실 △2층 교육훈련, 문화센터, 명상, 피트니스, 스파 △3층 병실(46병상)로 계획됐다. 

인력 채용 계획은 의사 9명, 간호사 28명, 약사 1명, 의료기사 4명, 사무직원 92명 등 총 134명. 올해 하반기 완공을 앞두고 있다. 

건물이 완공돼 의료장비가 갖춰지고, 인력까지 확보되면 제주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가 기다리고 있다. 이 위원회를 통과하면 마지막 절차는 원희룡 지사의 허가 여부. 

제주도는 결격사유가 없으면 녹지국제병원 허가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의 ‘2017년 상반기 정례협의회’에서 양시연 보건복지여성국장은 "(녹지국제병원이)사업계획대로 추진되고, 인력도 예정대로 채용된다면 제주도는 허가해 줄 것"이라고 허가 방침을 밝혔다.

외국계 영리병원 녹지국제병원이 추진되던 지난해 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회에서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서비스법)’ 처리를 촉구하기도 했다. 

서비스법에 ‘서비스’는 ‘농림어업이나 제조업 등 재화를 생산하는 산업을 제외한 경제활동에 관계되는 산업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산업’으로 규정됐다.

박 전 대통령이 촉구한 법안 골자는 서비스 산업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만들겠다는 내용으로, 2명이 위원장을 맡는데 1명은 기획재정부 장관, 다른 한 명은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추천하는 사람이다. 

당시 의료계 안팎에서는 대통령이 ‘의료’산업을 서비스업으로 규정한 뒤 기재부에서 국내 영리병원 도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실제 기재부 산하 KDI는 지난 2009년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영리병원) 도입 필요성 연구’를 통해 소비지향적 다양한 의료 비즈니스 유형이 시도되고, 자본투자와 서비스 공급이 증가해 진료비가 감소한다며 영리병원 도입에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었다. 

녹지국제병원 개원을 시작으로 경제자유구역에서 다수의 외국인 영리병원을 세운 뒤 ‘국내 영리병원’을 도입하려는 꼼수라는 논란이 이어지던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제19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했다. 

‘제19대 대통령 선거에 따른 제주참여환경연대 정책 질의’에서 문 대통령은 “녹지국제병원의 개원이 의료영리화를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의료영리화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인천과 부산·진해, 광양만권, 황해, 새만금·군산, 대구·경북, 충북, 동해안 등 경제자유구역에 영리병원이 설립 가능한 현행법 개정도 약속했다. 

개원을 코앞에 둔 녹지국제병원에 대해서는 “향후 병원 운영과정에서 의료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지 면밀히 관리 감독하겠다. 부작용이나 위법사항이 발생했을 경우 의료 공공성을 지킨다는 원칙으로 엄정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이제와서 녹지국제병원의 설립을 막을 수는 없지만, 녹지국제병원이 ‘국내 영리병원’ 도입의 물꼬로 작용해선 안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노무현의 그림자’라 불렸던 문재인 대통령.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된 영리병원 논란에 대해 그는 후보 시절 국내 영리병원 도입 반대를 천명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지난 4일 <제주의소리>와 제주참여환경연대가 공동으로 마련한 ‘제19대 대선후보 정당에 제주정책을 묻다-문(問)·답(答)·선(選)’에서 고유기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 정책실장은 “(국내 영리병원은)노무현 정부 때 추진된 것은 맞지만, 추진과정에서 공공성이 강조되는 의료와 교육은 시장 논리에 맡겨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 때 처음 시도된 영리병원에 대한 각계각층의 우려를 문재인 정부가 해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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