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부모아카데미] 앤 라사카 핀란드 전 교육자문위원, "한국수업 방식 개선돼야"

세계적인 교육 선진국 핀란드. 북유럽에 위치한 인구 약 550만명의 나라. 핀란드의 교육은 천개의 교실에 천개의 수업이 존재하는 곳이다. 그 곳이 핀란드이고 교육선진국으로 꼽히는 핀란드 교육의 최대 장점이다.

▲ 제주도교육청이 주최하고 <제주의소리>가 주관해 마련한 ‘나침반 교실 : 2017 부모아카데미’ 첫 강연이 6일 열렸다. 강사는 핀란드 국가교육위원회 앤 라사카(Anne Raasakka) 전 교육자문위원을 초청했다. ⓒ제주의소리
  

일정하게 정렬된 책상에 수십명의 학생들이 줄지어 앉아 있고, 교사는 그 앞에서 학생들과 마주한 채 수업내용을 거의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전형적인 우리나라 교실의 풍경을 핀란드에선 어떻게 평가할까. 답은 '최악'이었다. 

학생 개개인의 개성과 장점도 잘 살려주는 교육이지만, 교사 개개인의 장점과 특기에 따라, 또 교실현장에서 아이들과의 호흡에 따라 천개의 교실에 천개의 수업이 존재하는 핀란드 교육방식에선 당연한 평가다. '획일적' 교육을 '최악의 사례'로 꼽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석문 교육감)이 주최하고 <제주의소리>가 주관해 마련한  ‘나침반 교실 : 2017 부모아카데미’ 첫 강연이 6일 오후 4시 제주학생문화원 소극장에서 열렸다. 

첫 강연에는 핀란드 국가교육위원회 앤 라사카(Anne Raasakka) 전 교육자문위원이 초청됐다. 핀란드 국가교육위원회는 우리나라로 치면 교육부라 할 수 있는 교육전담 국가기관이다. 

핀란드에서 미술교사로 활동하던 앤 라사카 씨는 도교육청 부설 제주교육정책연구소와 오는 21일까지 ‘핀란드와 제주의 교육시스템 비교분석 연구’를 추진 중으로 현재 제주에 잠시 머물고 있다. 앤 라사카는 이번 제주에서의 연구를 마치고 핀란드로 돌아가 반타 직업학교 교감으로 부임할 예정이다. 

이날 ‘핀란드 교육 시스템에서의 부모의 역할’을 주제로 2017 부모아카데미 강단에 선 그녀는 핀란드 교육 시스템 전반에 대해 설명하고, 부모들의 역할에 대해 교육전문가로서의 조언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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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침반 교실 : 2017 부모아카데미’ 첫 강연이 6일 오후 4시 제주학생문화원 소극장에서 열렸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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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핀란드 국가교육위원회 앤 라사카(Anne Raasakka) 전 교육자문위원 부모아카데미 강연을 듣는 참가자들.

'부모아카데미'는 연 30조원를 넘어설 만큼 지나치게 비대해지고 왜곡된 우리나라 사교육시장에 내몰린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스승이자 길잡이는 바로 ‘건강한 가정과 부모’가 돼야 한다는 인식에서 지난 2015년 도교육청이 제주 학부모들을 위해 시작한 아카데미 행사다. 

이날 첫 강연에 나선 앤 라사카 씨는 “저도 교실에서 수업을 하다보면 가끔 내가 가르치는 사람인지, 배우는 사람인지 헷갈린다.”면서 “때로은 학생들이 ‘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었느냐’고 나에게 물을 때가 있다. 그것에 대해 고민하던 나는 ‘그럼 너희들은 그것이 왜 궁금하니’라고 되묻는다.”라고 말했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 전달이나 주입이 아니라, 학생이 교사에게, 교사가 학생에게 서로 질문하는 것이 교실 안에서의 소통을 여는 시작임을 강조한 말이다.  

이어 앤 라사카 씨는 "이런 방식으로 서로 대화를 하다 보면 어떤 결론에 도달한다. 의문이었던 것이 풀리는 것이다. 그렇게 궁금증이 해소되면 학생들은 다시 수업에 집중하기 시작하고, 진지한 학습 분위기가 조성된다."며 "어린 학생들이 궁금증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앤 라사카 씨는 “학생들은 질문과 대화를 통해 교사와 학교와 소통할 수 있다. 또 교사들의 수업 방식에 대해서도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어야 한다. 교사들과 학생들 대화가 오가다보면 학생들은 누구나 평등한 사람이라는 자각을 갖게 된다. 학생들의 인식이 표출되면서 교사들도 변하면서 서로 상호작용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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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핀란드 국가교육위원회 앤 라사카(Anne Raasakka) 전 교육자문위원.

그녀는 또, "만약 학생들이 지각했을 경우, 그 학생의 부모는 온라인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자신의 자녀가 지각한 이유를 학교에 전달하고, 관련 사진을 보내주기도 한다. 교사들도 이에 대해 어플을 통해 학교의 입장을 전달한다."며 학교와 부모간에도 수시로 소통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이런 소통 관계를 통해 학교는 부모에게 신뢰를 주고 부모는 안심하고 학교의 수업방식에 힘을 실어준다는 것이다. 

앤 라사카 씨는 "학생들은 등교하지 않는 날 악기를 다루는 등 예술활동하거나 체육활동을 한다"며 "이런 활동은 학습이 아니라 취미생활로서 부모들도 학생들의 취미 활동을 존중하고 응원해준다. 그래서 학생들은 자신이 선택한 취미에 더 흥미를 갖게 돼 집중한다. 이런 집중은 학교 수업까지 연결된다”고 말했다. 

이어 앤 라사카 씨는 한국과 핀란드, 핀란드와 한국의 교실 풍경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녀는 “핀란드에서 저도 한 교실에 54명의 학생들을 상대로 수업한 적이 있었다."며 "당시 교사는 3명이나 투입됐고, 3그룹으로 나뉘어 진행했지만 수업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건 소통이 없는 일방적 수업방식 탓이었다."고 진단하고, "핀란드에서 가장 좋지 않은 교육 방식은 정렬된 책상에 학생들이 앉고 그 앞에서 교사가 수업하는 획일적인 방식을 꼽는다. 그런데 한국의 수업 방식이 이에 가깝다. 핀란드에서는 교사들이 하지 말아야할 수업 방식이 한국에선 일상적인 방식이었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의 개성이 각각 다르듯, 교사들의 개성과 장점도 각각 다르므로 천편일률적인 교실풍경이나 수업방식은 소통을 단절시키고, 교사와 학생 모두의 창의성을 떨어트린다는 것이다.  

앤 라사카 씨는 강연 말미에 “배움이라는 것 자체가 즐거워야 한다.”며 "교사들은 평가보다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칠지를 고민하는 즐거움을 가져야 하고, 또 학생들은 ‘오늘은 무엇을 배우나요’라는 궁금증이 날마다 생겨야 배움이 즐거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17 부모아카데미' 모든 강좌는 무료이며, <제주의소리> 홈페이지(www.jejusori.net) 소리TV에서 생중계되고 강연후에는 다시보기 할 수 있다.

바쁜 일정으로 강연장을 찾지 못한 부모는 제주도교육청 학부모지원센터 홈페이지(http://hakbumo.jje.go.kr)에서도 ‘다시보기’할 수 있다.

다음 강연은 14일 오후 7시 제주시 오름중학교 시청각실에서 열린다. 강연자는 이승욱 정신분석학 박사로 ‘청소년, 사회적 신생아의 성장돕기’를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문의 = 부모아카데미 사무국(제주의소리) 064-711-7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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