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비엔날레-탐라순담(耽羅巡談)] (1)프롤로그…제주 가치, 제주 현안을 사회적 예술로 대안 찾는 대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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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립미술관이 주최하는 '제1회 제주비엔날레'의 부대 프로그램으로 <제주의소리>가 미디어파트너로 참여해 공동 진행하는 ‘탐라순담(耽羅巡談)’ 대장정이 첫 걸음을 내딛었다. 

지난 22일 오후 4시 제주도립미술관 회의실에서 ‘탐라순담(耽羅巡談)’ 프롤로그가 열렸다. 김준기 제주도립미술관 관장이 사회를 맡아 제주비엔날레가 ‘투어리즘’에 주목한 이유와 2017년 바로-지금-여기에서 탐라순담[耽羅巡談]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묻고 답하고 떠드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올해 제주도립미술관이 처음으로 개최하는 제주비엔날레는 ‘투어리즘(Tourism)’라는 주제로 오는 9월 2일 개막해 12월 3일까지 열린다. 현실의 문제를 예술로 대안을 찾는 소셜 아트(Social Art)를 지향하고 있다.

비엔날레는 2년에 한번 열리는 국제미술행사를 뜻한다.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가 시초인데, 근대 초기에 예술공론장을 여는 국가주의 이데올로기를 가진 행사다. 이것이 세월이 지나고 한국에까지 오게 됐다.

1995년 광주비엔날레를 시작으로 부산, 창원(조각), 대구(사진), 대전, 공주(자연미술), 청주(공예), 평창(강원)비엔날레, 서울 등 9개 도시에서 열리고 있고 국내 10번째 비엔날레로 제주비엔날레가 시작열리는 것이다.

김준기 관장은 “제주비엔날레를 왜 하느냐? 그 질문은 간단하다. 제주에서 국제현대미술제를 미술 속에서 제주의 문제를 고민해 보는 것이다. 한 도시의 문화정체성을 자리잡아나가고 있는 제주비엔날레를 한다고 했을 때 차별화가 숙제였다. 애초엔 제주해양예술비엔날레를 구상했으나 해양문화 말고도 무수히 많은 문화적 정체성이 있다는 논의를 했다”고 말했다. 
 
김 관장은 “‘소셜아트’, 제주밀착형 비엔날레라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제주사회에 대해서 예술이라는 메커니즘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그런 고민을 하려고 한다. 보통 비엔날레는 전지구화, 경계의 문제, 혼성 등 글로벌 이슈를 다룬다. 그런 것을 다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주에 밀착한 이슈를 찾아보자고 생각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김 관장은 “‘과정으로서의 예술’은 말에서 그치지 않고 실천으로 이어지는 담론의 장이다. 제주주사회와 예술이 어떻게 함께 갈 수 있을까. 탐라순담을 어떻게 할 것인가, 무엇을 남길 것인가. 또 어떻게 공유하고 재생산할 것인가 고민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이날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오는 12월 31일까지 약 50회에 걸쳐 ‘제주 하간듸’(많은 곳)서 ‘제주 사름’(사람)이 ‘제주를 곧는’(말하는) 탐라순담이 열린다. 제주 사회를 이루고 있는 각계각층의 인물들의 여러 담론 속에서 제주의 가치, 제주의 현안을 길어 올리고 사회적 예술로 대안을 찾는 시도다.

권정우 탐라지예 건축설계사무소장은 “탐라순담이 끝나고 났을 때, 주최 측이 기대하는 결론은 무엇인가?”를 물었다. 

김준기 관장은 “제주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로 데이터(raw data)를 기록하고 정리해서 함께 공유해하는 것이 목표다. 제주의 현실, 제주의 오늘날을, 제주의 미래를 들려줄 기회다. 탐라순담을 마치고 나면 2017년 제주의제 연구도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과정으로서의 예술’을 표방하는 탐라순담에 기대감을 나타내거나 구체적인 방향성에 대해 조언하기도 했다.

변민철 미다스제주 대표는 “20세기 철학자 발터 벤야민의 저서 <일방통행로>는 당시 유럽의 벽보, 광고전단, 간판 등을 통해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한다. 탐라순담은 언론의 시각이 아니라 ‘지금-여기’를 살아가는 분들의 삶을 그대로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걸 가지고 연구를 하거나 기사를 쓰거나 필요한 분들이 활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의근 제주국제대 교수는 “최근에 제주도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이 다 ‘관광’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시선들이 있다. 섬의 경제적인 운명은 어느 개인이 바꿀 수 없고, 하나씩 해야 한다. 그 중에 문화예술이 있다. 오키나와는 음악이 유명하고 하와이는 미술이 경쟁력이 있다. 제주의 문제를 예술로 해결할 수 있다면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탐라순담에서 다뤘으면 하는 분야와 인물에 대한 의견도 다양했다. 미시사로서의 접근과 통사적 접근에 대한 조언도 있었다. 어떤 분야의 권위자나 유명인사 중심의 담론도 때로는 필요하겠지만, 제주에서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요지다.

김형훈 미디어제주 편집국장은 “1인당 국민소득이 4만 달러 이상이 되어야 예술이 소비가 된다고 이야기한다. 제주도민 65만 명중에 과연 예술을 느끼며 사는 사람 얼마나 될까? 그럼에도 그런 사람들을 위주로 ‘순담’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종우 신경생물학 박사는 “최근에 제주의 대표적인 습지를 조사하러 방문했더니 형태가 망가져버린 것을 보고 경악했다. 지역을 모르는 연구자 중심이 아니라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주체가 됐더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다. 탐라순담은 이렇게 지역주민들의 이야기를 담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민석 한국미협 제주도지회장 “미술은 폐쇄적인 것 같지만 사회와 연관을 가지고 있다. 미술시장 이중적이고 왜곡된 구조가 있다. 지역은 상당히 심각한 수준인데, 세계미술시장 60조 원 중 우리나라는 5천억 원 정도다. 1%에 불과하다. 3조원 정도는 돼야 미술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제주도는 그의 1%도 단언하기 어렵다. 미술이 경제 영역과는 별개가 돼버리는 지역 미술의 현실도 듣는 기회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선희 제주문화예술재단 경영기획본부장은 “시대가 바뀌면서 삶이 바뀌어버린 장소와 인물을 조명하면 좋겠다. 해녀들이 기억하는 관광의 변천사에 주목하는 것도 좋고 구좌읍 월정리처럼 관광으로 인해 온 마을이 변해버린 곳을 조명해도 좋다. 금릉이나 선흘처럼 문화이주민이 들어와서 마을주민들과 공동체를 꾸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참석자들은 지금-여기 제주에서 살고 있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털어놓거나, 주변의 사례를 공유했다.

탐라순담 첫 일정은 오는 26일 오후 2시 제주참여환경연대 자람 카페에서 강성일 관광학 박사가 '환상적 여행, 여행의 환상'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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