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움과 속도가 지배하는 요즘, 옛 것의 소중함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더구나 그 옛 것에 켜켜이 쌓인 조상들의 삶의 지혜가 응축돼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차고술금(借古述今). '옛 것을 빌려 지금에 대해 말한다'는 뜻이다. 고문(古文)에 정통한 김길웅 선생이 유네스코 소멸위기언어인 제주어로, 제주의 전통문화를 되살려 오늘을 말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김길웅의 借古述今] (30) 상놈하고 어린 아이는 모질게 굴어야 한다

* 쌍놈: 예전에 신분이 낮은 남자를 낮잡는 뜻으로 이르던 말. 본데없고 버릇없는 남자란 뜻이다.
* 광: ‘과, 하고’의 제주방언. (그것광 이것광 바꾸게.)
* 굴어사: ‘굴어야’의 제주방언

근본이 없고 버르장머리 없는 상놈과 철없는 어린 아이는 모질게 굴어 길들여야 한다는 말이다. 못된 버릇을 내 놓으면 장차 뒷감당이 어려울 것을 우려한 경험칙으로 들린다.

“오그라진 개꼴랭이 삼 년 대롱에 찔러도 오그라진 냥 싯나”(오그라진 개꼬리 삼년을 대롱에 찔러 둬도 오그라진 양 있다)고 했다. 물성(物性)이 그렇다고 그냥 놔 둘 게 아니다. 곧고 바르게 펴도록 다스려야 한다. 그냥 두면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화제의 범위를 좀 넓히면 답답하던 가슴에 뻥 하고 구멍 하나 뚫릴까.

이 여름 폭염에 시원할 것 같아 일본이라는 나라를 패대기치려 한다. 내친 김에 하는 말이나 속담 속의 ‘쌍놈’보다 더하면 더했지 조금도 덜하지 않은 게 일본이다. ‘모질게 굴어야 할’ 나라다.

어째서 그런가. 

그 하나.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 박박 우기고 있질 않나. 보아하니 이런 무뢰한이 없다. 말도 안되는 얘기를 하고 있지 않은가. 증거가 있다.
  
지리적 증거. 울릉도에서 독도까지 고작 87.4km인데, 오기섬까지는 157km 아니냐. 이런 산술 구기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무식함이라니. 

실효적 증거. 현재 독도를 지배하는 것은 엄연히 대한한국이 아닌가. 

국제법적 증거. ‘독도는 울릉군에 속한 땅이므로 울릉군은 울릉도와 독도(석도)를 다스린다’ 1900년 대한제국 칙령 제41호 발표. 조선의 독도 영유권을 국제적으로 공표했다. 무려 한 세기가 지나고 몇 년 된 일이다.
  
이러한데도 다께시마(竹島)라며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교과서에까지 버젓이 올려놓아 교육시키고 있다. 미래를 열어 갈 아이들에게 사실을 왜곡하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이렇게 가면 한일 간의 갈등은 끝이 안 보인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언제까지 지켜보기만 할 것인가. 교과서를 바로잡도록 외교 채널을 풀가동해 항의하고 강변해야 함에도 정부는 속 시원한 말 한마디 꺼내지 않은 채 뭉그적대고 있다. 인내할 일이 따로 있다.

주권을 침탈당해 36년, 갖은 수난과 고통을 당하고도 그들에게 모질게 처신 못하는 우리는 무엇인가.

그 둘.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 노령으로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그분들이다. 살아생전에 일본으로부터 ‘우리가 잘못했다’는 사죄는 받아내야 하지 않나.

애초에 정신대라고 솔선해 몸 바치는 부대라며 마치 지원이라도 한 것 마냥 위장하고 나서던 철면피한 그들이다. 유엔인권위원회에서는 위안부란 용어 대신 ‘일본군 성노예’라 했다. 일본군의 조직적·강제적 동원 사실이 백일하에 명확히 드러났지 않은가.

한 생존자 할머니의 증언이다. “동네 어귀에서 쑥을 뜯다가 일본경찰에 강제로 끌려 간 게 그 길이었다. 히로시마 근처에서 하루에 평균 10명 내외 30명 이상의 군인을 상대했다.” 

철모르는 열두 살까지 그렇게 당했지 않은가. 도대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끔찍했다. 여성으로서 차마 말 못할 수치심과 멍에를 끌어안고 한평생을 보내고 있다. 할머니들의 아물지 않는 상처를 어찌할 것인가.

위안부 할머니들은 말한다. 보상이 문제냐고. 단 1엔이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해야 받겠다며 외로운 주장을 하고 있다. 할머니들이 노환으로 별세한다는 소식이 속속 이어지고 있으니 이런 가슴 미어질 일이 있는가. 서른일곱 분밖에 남지 않았다.

그 셋.

“위안부 사죄 편지, 털끝만치도 생각 안 해.” 

장기집권하고 있는 일본 총리 아베란 자의 말이다. 이 웬 망언, 망발인가. ‘털끝만치’란 표현은 문장 수사(修辭)에서 아주 작은 것을 말하는 향소과장(向小誇張)이다. 외교적 관행으로도 함부로 입에 올릴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위안부 사죄 따위는 눈곱만큼도 생각지 않는다 함이니 몰염치의 극치다. 오만 방자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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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 개정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자민당 간사장대리 시절의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총리. 아베 신조의 외할아버지는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이자, 총리 시절 일본 평화헌법 개정을 주장한 기시 노부스케(岸信介)이다. 아베 신조는 조부가 일찍 사망한 탓에, 어릴 적부터 외조부 손에서 자란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행보가 이해되는 대목이다. 제공=오마이뉴스.

역사를 바로 잡으려는 생각은 정말 ‘털끝만치’도 없는 그들이다. 일본은 어쩔 수 없는, 역시 뻔뻔하고 비열한 인간들이다. 

원폭을 맞고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신 못 차린 채 구태의연한 전범(戰犯) 일본. 대오각성하지 않으면 어떻게든 죄 값을 치러야 할 나라다.

일본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 표현마저 주저하는 대한민국이다. 아베의 말에 대해 우리의 입장을 밝혀 달라 기자들이 거푸 질문했다고 한다.

세 번 묻자, 외교부 대변인이 세 번을 똑같이 되풀이한 답

“아베의 관련 발언, 특히 구체적 표현에 대해 언급을 자제하고자 합니다.” 

평생을 고통 속에 사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두 번 죽이는 망언 앞에 유감스럽다는  표현조차 속 시원히 하지 못했다.

외교적 관행에 매몰되면 그 이상 어떻게 할 수 없게 되고 마는가. 분통이 터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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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병세 당시 외교부장관(오른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지난 2015년 12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일본군위안부 관련 한일외교장관회담을 마치고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병세 씨는 2013년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외교부 장관을 역임하며 박근혜 정권 내내 자리를 지킨 인물이다. 제공=오마이뉴스.
  
그러니 예로부터 “장항광 어린 아인 실려사 좋나” 했다. 장을 담은 항아리와 아이는 차가워야 좋다는 말. 냉혹하게 대해야 할 일본이다. 한마디 덧붙이지 않을 수 없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한데 늘 거치적거린다. 

일본이란 나라, 한국의 제2위 교역상대국이자 투자국이다. 한국의 수출 제3위국지자 수입 제2위국이다. 방한 일본인이 302만, 방일 한국인이 244만 명(2010 기준)이란다. 초등학생 때부터 늘 입에 발라 온 말을 또 꺼내게 된다. 

 ‘일본은 우리와 가장 밀접한 이웃나라.’
  
더위를 물러 앉히려고 이로(理路)를 따라 몇 줄 쓰며 일본을 한 방 먹이자 한 것이, 시원하기는 고사하고 더 덥기만 하다. 답답하다.

“쌍놈광 어린 아인 모질게 굴어사 헌다.” 

그래야 하는데 답이 나오지 않는다. 가깝고도 먼 이웃, 일본을 어찌해야 하나. 김길웅 시인·수필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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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보(東甫) 김길웅 선생은 국어교사로서, 중등교장을 끝으로 교단을 떠날 때까지 수십년 동안 제자들을 가르쳤다.1993년 시인, 수필가로 등단했다. 문학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도서관에 칩거하면서 수필, 시, 평론과 씨름한 일화는 그의 열정과 집념을 짐작케한다. 제주수필문학회, 제주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대한문학대상, 한국문인상 본상, 제주도문화상(예술부문)을 수상했다. 수필집 <모색 속으로>, 시집 <그때의 비 그때의 바람>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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