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고 다양한 사회문제를 비즈니스 모델로 해결하려는 ‘사회적경제’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윤 창출을 넘어 사회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지역경제 생태계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제주형 사회혁신이 조금씩 기지개를 펴는 지금, 새로운 방식으로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실험에 나선 이들을 직접 만나봤다. <편집자 주>

[제주 바꾸는 혁신] (2) 면생리대 만드는 협동조합 ‘함께하는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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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명의 출자로 시작된 협동조합 '함께하는 그날'에는 출자 조합원 외에도 10명이 함께한다. 함께하는 그날의 가치에 공감한 이들은 선뜻 자신의 시간을 면생리대를 만드는 가내수공업에 쏟아붓는다. /사진 제공=함께하는 그날 ⓒ 제주의소리

최근 일회용 생리대의 유해성 논란이 커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부랴부랴 생리대 안전 검증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너무 늦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미 지난 3월 여성환경연대 등에서 유통되는 생리대에서 유해물질이 대거 검출됐다며 전수조사를 요구한 만큼 정부가 책임을 방기했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제주에서도 일찌감치 이 문제를 직감했던 이들이 있다.

시작은 작년 5월이었다. 저소득층 학생의 ‘깔창 생리대’가 사회문제로 떠오를 당시 지역 생협에서 함께하던 엄마들은 이 소식에 충격을 받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순 없다’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지역 주민센터와 협약을 맺고 저소득층 청소년들에게 일회용 생리대를 나눠주기 시작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까지 생각이 닿았다.

‘면생리대’가 그들이 찾은 대안이었다. 올해 초에는 5명이 출자를 해 협동조합 ‘함께하는 그날’을 만들었다.

당시 의아해했던 사람들은 이제 고개를 끄덕인다. 지인이라서 ‘어쩔 수 없이(?)’ 구매했던 이들은 최근 장문의 감사문자를 보내오기 시작했다. 무형광, 무표백의 깨끗한 천으로 만든 ‘순면 속옷’ 면생리대의 가치를 사람들이 알아보기 시작한 것이다.

▲ 함께하는 그날의 면생리대는 라이너, 소형, 중형, 대형, 오버나이티 등 총 5종류다. 가격은 3000원에서 1만5000원까지다. /사진 제공=함께하는 그날 ⓒ 제주의소리

“언젠가는 이슈화 될거라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일회용 생리대 성분에 대한 얘기는 사실 오래전부터 나왔어요. 화학물질에 대한 무관심이 좀 안타까웠어요. 겉모습에만 현혹되지 않았으면 하는 게 저희 바람이었죠”

이경미 함께하는 그날 대표는 면생리대가 ‘내 몸에도 좋고 지구를 살릴 수 있는 길’이라고 말한다. 면생리대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많은 데 대해서는 ‘시간이 해결해주는 일’이라고 답했다.

표백제와 비누만 있으면 깨끗하게 재사용할 수 있는데, 다만 세탁하고 말리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조금 불편하더라도 안전한 세상’이 우리가 진정 추구해야 될 방향성이 아니냐는 물음이다.

함께하는 그날은 생리대와 관련한 정보를 알리는 원데이 클래스와 캠페인도 이어오고 있다. 참가자들에게는 재료비와 강습비가 모두 무료다. 수익성이 아닌 사회적가치를 우선순위로 두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엄마들이 모여 시작한 함께하는 그날은 더 큰 실험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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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미 함께하는 그날 대표. ⓒ 제주의소리
풀타임 근무가 어려운 엄마들을 위한 의미있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제공하려는 구상을 갖고있다. 면생리대에서 시작해 ‘엄마표 교육’이라는 사회적경제 모델을 계획하고 있다.

“피아노를 전공한 엄마도 있고, 그림을 전공한 엄마도 있는데 이 분들 중 놀고 있는 분들이 많아요. 이들에게 의미있는 일자리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이분들이 자신의 전공을 살려 서로의 아이들을 도와주는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봉사활동을 하면 ‘커뮤니티 코인’이 주어지고 이것으로 다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는 식의 일종의 수눌음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세상 바꿀 좋은 아이디어 있다면?]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9월말까지 1500만원 상당의 창업비를 지원하는 제주형 사회혁신 아이디어 공모전 ‘클낭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제주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를 등록하면 심사를 거쳐 특허와 창업비용을 지원한다. 또 다른 ‘함께하는 그날’을 꿈꾸는 이들을 밀어주기 위한 새로운 형식의 소셜벤처 발굴 프로젝트다.

클낭 공식 플랫폼(www.keulnang.org)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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