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 한동안 쓰이지 않던 이 제주어가 지금은 제주를 대표하는 단어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9월 7일로 제주올레가 세상에 나온 지 10년이 됐다. 제주가 좋아, 걷는 게 좋아 몇몇이 뜻 모아 시작한 제주올레는 어느새 일본 숲속과 몽골 벌판에 마스코트 ‘간세’를 새길 정도로 명성이 높아졌다. 제주 관광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혁신적인 평가 뒤에는 지역주민 소득과의 연계 미흡 등 과제도 공존한다. <제주의소리>가 제주올레 10주년을 맞아 올레의 과거, 현재, 미래를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제주올레 10년] ② 자본 위주 관광 패턴 바꾸고, 제주 자연 매력 재발견

제주도 서귀포시내 한 가운데 위치한 전통시장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은 오랫동안 서귀포매일시장으로 불렸다. 2010년 5월, 시장이 제주올레 길에 포함되고 ‘올레’를 명칭에 넣고 나서 이곳은 전혀 다른 곳으로 바뀌었다. 분식, 닭튀김, 족발 등 시장 점포들은 밀려드는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뤘고, 각종 먹거리를 판매하는 곳도 잇달아 생겨났다. 지금은 제주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명소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한 달만인 지난 6월, 제2차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연차총회 참석을 위해 제주를 찾았다. 당시 문 대통령은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리를 방문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무릉리에는 제주올레의 '1사 1올레' 사업으로 마을기업 '무릉외갓집'이 운영 중이다. 제주올레의 주선으로 벤타코리아와 연계해 지난 2009년 탄생한 무릉외갓집은 신선한 제철 제주 농산물을 정기 배송하면서 연 매출 6억원 이상을 달성한 알짜배기 마을기업이다. 노인을 비롯한 주민들이 직원으로 참여하면서 제주올레가 추진한 마을 연계 사업의 가장 큰 성공사례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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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올레 길과 연계해 활력을 찾은 서귀포매일올레시장. 출처=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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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무릉외갓집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직원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 출처=무릉외갓집 홈페이지.

제주 섬 한 바퀴를 연결한 제주올레는 길 이상의 영향력으로 제주에 변화를 가져왔다. 가장 큰 변화는 새로운 관광에 눈을 뜨게 했다는 점이다. 호텔, 골프장, 유명 관광지 등에 그치던 기존 패턴을 탈피해 자연의 가치를 재조명하면서 제주 관광에 새로운 경쟁력을 부여했다. 제주올레 사례에 대해 많은 학자들이 연구할 정도다.

강성일, 이계희 교수(경희대 호텔관광대학)가 지난 2011년 발표한 논문 <제주올레관광자와 대중관광객의 특성 비교>는 제주올레를 다룬 KCI(한국학술지인용 색인) 등재 논문 가운데,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으로 손꼽힌다.

논문은 “제주에 개설된 올레코스는 단순히 시설관광지의 관람위주에서 탈피해 제주의 고유한 자연을 느끼며 체험을 제공함으로써 제주관광의 매력과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제주올레가 인공적인 관광이 아닌, 최대한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즐기는 관광을 대중에게 제시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고제량 제주생태관광지원센터장은 “제주올레는 자본이 만든 관광지를 탈피해 자연 경관적 가치와 고유한 지역적 가치를 관광에 도입했다. 이는 관광의 큰 흐름이 변화하는 시점에서 좋은 전환점이 됐다”는 평가했다.

앞선 논문에서도 “올레관광자 230명, 비참여 대중관광객 200명을 대상으로 비교한 결과, 모든 측정 항목에서 올레관광자가 높은 수준의 환경친화적 여행태도를 갖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통해서 올레관광자가 생태관광객의 특성을 일반관광객들과 비교해 보다 많이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한다.

경제적인 효과도 제주에서 익히 진행돼 온 관행 관광과는 사뭇 다르다. 

거대 자본이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온 제주지역 관광 사업의 경우, 지역주민은 아예 배제되거나 질 낮은 일자리를 확보하는데 그쳤다. 이런 문제는 제주에서 오랫동안 사회 문제로 지적돼 왔다.

제주올레는 애초부터 경제적인 면을 고려하지 않았어도, 최근 들어 주민에게 수익이 돌아가는 모델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할망 숙소, 간세인형 공방조합, 제주서문시장과의 협업, 기업과 마을을 연결해주는 ‘1사 1올레’, 각 지역 자원을 활용한 상품 개발 등이 이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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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올레가 운영하는 할망 숙소. 출처=제주올레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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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올레와 성산읍 신산리 마을이 함께 만든 녹차 아이스크림 제품. 출처=제주올레 홈페이지.

박승규 지방행정연구원 지역경제분석센터장, 오성익 존스홉킨스대 국제정치학 박사가 최근 발표한 '제주올레길 경제효과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올레가 2016년 한 해 동안 제주 지역에서 일으킨 생산 효과는 559억 원에 달한다. 농림수산업, 음식점, 숙박업 등 지역 산업에도 249억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했다는 분석이다.

각종 예술 사업, 제주의 역사나 문화, 식생 등을 교육하는 아카데미, 자발적인 쓰레기 수거 활동을 추구하는 클린올레 같은 활동도 빼놓을 수 없다. 

나아가 제주올레 길을 걸으면서 활력을 얻은 많은 사람들, 올레를 통해 알린 제주의 대외적인 이미지까지...계산하거나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제주올레가 가져다 준 유무형의 가치는 충분히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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