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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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위, 이 좋은 날에도 하루를 힘겹게 허덕이며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사진=오마이뉴스.
[장일홍의 세상사는 이야기] (49) 인생을 바라보는 네 가지 시선 

2017년 정유년 추석에도 어김없이 보름달이 떠오르겠지요. 뿔뿔이 흩어졌던 가족들이 간만에 만나서 먹고 마시고 떠들며 민족의 오래된 명절을 한껏 즐길 테지요. 

저도 달덩이 같은 손녀를 만날 기대로 벌써부터 마음이 부풀어 있습니다. 그래서 예부터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란 말이 생겼나 보네요. 그런데 이 좋은 때를 이산가족 재회행사도, 해마다 되풀이되는 떠들썩한 통과의례로 헛되이 보내지 말고 무언가 가치 있는 날로 승화해보면 어떨까요?

말하자면 이 날을 조상과 가족과 인생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성찰의 시간’으로 채우는 거예요. 조상들이 남긴 교훈은 무엇이고, 가족은 한 지붕 아래서 몸 부대끼며 사는 육체공동체인지, 정신의 끈으로 연결된 영혼 공동체인지 되새겨보며, 인생의 멋과 맛을 되짚어보는 시간이었으면 합니다. 

우리는 매일 철학자처럼 심오한 고뇌 속에 살 수 없고, 언제나 고결하고 숭고한 삶을 살 수도 없는 ‘보통사람’입니다. 하지만 한가위, 단 하루만이라도 ‘생각하는 사람’이 돼보면 어떨까요?

저는 인생을 사자성어(四字成語)로 표현하길 좋아합니다.

첫째, 인생은 인과응보(因果應報)입니다. 원인 없는 결과 없고, 뿌린 대로 거두는 게 인생이지요. 동서고금의 수많은 문학, 영화, TV드라마가 다루는 불변의 주제는 이것입니다. 

둘째, 일득일실(一得一失)입니다.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잃고, 하나를 잃으면 다른 하나를 얻는 게 인생이지요. 그러니까 얻었다고 뽐내지도, 잃었다고 기죽지도 말아야 합니다. 때때로 인생에는 반전과 기사회생이 있으니까요. 

셋째, 소성다패(少成多敗)입니다. 성취는 적고 실패는 많은 게 인생이지요. 언젠가 무패의 장수도 꺼꾸러지고, 무적의 챔피언도 깨질 때가옵니다. 영원한 승자는 없어요. 그러니까 목표를 이뤘을 때 겸손하고, 실패했을 때는 낙심하거나 절망할 필요가 없습니다. 실패는 병가상사(兵家常事)이고 패자부활전이 또 있으니까요. 

넷째, 각자무치(角者無齒)입니다. 뿔이 있으면 이빨이 없는 게 인생이지요. 사자나 호랑이가 뿔까지 있으면 동물의 세계는 온통 난장판이 될 테지요. 재물·명예·권력을 다 움켜쥐려고 했다간 천벌을 받습니다. 지고지순한 청춘남녀의 사랑도 천사의 질투를 유발하고요. 신은 공평무사(公平無私)의 다른 이름입니다. 

한가위, 이 좋은 날에도 고아원, 양로원, 호스피스 병동, 달동네 쪽방에서 외로움과 서러움에 눈물짓는 사람들, 하루를 힘겹게 허덕이며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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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일홍 극작가.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그들은 누군가에게 “결코 이건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야!”라고 항변하고 싶을 거예요. 그리고 “제발, 명절 같은 기쁘고 즐거운 날이 돌아오지 않기를…” 기도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특별한 날엔 특별한 슬픔이 찾아오니까요. 

(오, 슬프게도 인생이란 연극의 8할은 비극입니다.)

저어기 밤하늘에 함지박만한 보름달이 둥두렷이 떠올랐네요. 떠들썩한 축제가 끝나고 가족 친지들이 모두 썰물처럼 빠져나간 후,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텅 빈 공허와 회한, 정적과 적막만이 가슴 한 복판으로 밀물처럼 세차게 밀려옵니다. / 장일홍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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