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가 지정한 자연과학분야의 세가지 타이틀을 모두 가지고 있는 세계인의 보물섬으로 불리는 제주도가 점점 기후・생태환경의 변화 못지않게 각종 개발과 오염에 의한 환경변화와 위협이 심각한 것이 사실이다. 자연과 공존하는 환경생태도시를 지향하고 있는 제주 구성원 모두가 이제 미래세대를 위해 변화된 환경과 인간의 공존방식을 깊이 고민하고 정책에 반영해야 할 시점이다. <제주의소리>가 추석 기획으로 ‘공존의 조건: 지속가능한 제주환경을 위한 단상’이라는 이종우 미래에코시스템연구소장의 전문가 칼럼을 세 차례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글 싣는 순서> 
① 소나무재선충과의 공존
② 축산업과 관광, 그리고 제주 땅의 공존
③ 외래종들의 유입, 불가능하지 않은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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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선충병으로 붉게 변한 소나무 숲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추석기획-전문가 칼럼]① 소나무재선충과의 공존 - 이종우 이학박사 / 미래에코시스템연구소장 

제주사람으로서 우리가 지향해야할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흐르는 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고 하지만 제가 보기에 사람의 인생은 ‘땅에 단단히 뿌리박은 한 그루의 나무’와 같다는 신영복 선생의 통찰이 옳습니다. 그렇기에 추석 한 달 전부터 제주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벌초행렬은 척박한 이 땅에서 역사의 고비마다 불굴의 생명력으로 이 땅을 지키고 가꿔온 뿌리 깊은 나무와 같은 제주사람에 대한 우리 스스로의 존중이자 자부심입니다.

최근 제주는 심각한 환경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이 땅에서 현재를 사는 제주사람들에게도 던져주는 새로운 과제입니다. 과제의 본질은 생명 자체인 이 땅과 이 땅에 뿌리박고 살고 있는 제주사람 간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가에 관한 일일 터입니다. 이제 이 땅과의 공존을 생각해 보아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칼럼에서는 제주의 환경문제에 대한 객관적 전망 위에 주관적 소망을 덧붙이고자 합니다. 

재선충과의 공존

무척이나 더운 여름이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군대 시절 시작된 무좀이 또 번졌습니다. 치료하지 않고 그냥 두기로 결심한지도 어언 20여년인데 제 나름으로는 생물학적 지식을 근거로 한 합리적 결정이었습니다. 

사실 감염성질병 치료제는 외래균과 숙주 간의 생리적 차이에 착안해 개발이 됩니다. 항생제가 대표적인데 이는 원핵세포인 세균과 진핵세포인 숙주간의 생리적 차이에 근거해 개발된 것입니다. 무좀균은 우리와 같은 진핵세포라 무좀균을 죽이다보면 우리 세포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20여년을 관리 중인데 나름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합니다. 일 년에 3~4일 정도의 불편은 감내할만 하기 때문입니다. 

같은 맥락으로 토착화에 성공해버린 소나무재선충병도 ‘퇴치’가 아닌 ‘관리’단계로 들어가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제가 말하는 관리는 모두베기를 통한 수종갱신과 같은 인위적이고 파괴적인 수단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소나무 숲의 생육환경을 개선하여 숲의 자연적인 갱신을 도모하는 생태적 관점의 갱신을 의미합니다.

모 사찰의 일주문 공사를 위해 외부에서 들여온 재선충 감염목에서 시작된 제주도의 재선충병은 최근 5년간 200만본 이상의 제주 해송에 피해를 주었습니다. 제주 해송의 수가 약 1200만본이라고 하니 1/5 가량의 해송림이 사라졌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그 5년간 연간 소나무 재선충병 감염목 수가 꾸준히 감소하여 올해는 20만본 미만이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다만 한라산국립공원으로 재선충병이 확대되고 있어 방제의 성공에 여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다행이 소나무재선충병이 잦아든 지금이 박멸에서 관리의 단계로 전환할 수 있는 적기입니다. 

그동안 제주의 산림정책은 보호에만 중심을 두어 관리 자체를 거의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 결과 지나치게 밀식된 생육환경으로 소나무 자체가 그리 건강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최근 전국에서 제주가 소나무재선충병에 가장 큰 피해를 본 이유 중 하나라고들 합니다. 그렇다면 소나무재선충병에 의한 불가피한 간벌 효과가 재주 해송림의 생육환경을 개선하는 효과로 나타나지 않을까요?  간벌 등의 숲가꾸기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입니다. 

육지부 소나무림의 경우 국유림은 50년, 사유림은 30년을 주기로 갱신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현재 제주도 해송 수가 약 1천만본이라면 매년 20만본 정도를 베어내도 50년이 걸립니다. 자연갱신 주기와 맞아떨어진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모두베기와 인위적 수종변경을 통한 관리가 아니더라도 해송림이 순환적 갱신이 가능합니다.

모두베기를 통한 수종변경의 방식은 제주 해송림의 존재이유에 대한 부정입니다. 최근 제주비엔날fp에서는 소나무재선충병 고사목을 이용한 조경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예술작품으로 변모해 도립미술관 앞마당에 전시되고 있는 고사목은 생명의 순환적 변증이자 존재이유에 대한 항변입니다.

이제 박멸을 목표로 하는 구호뿐인 제주형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보다는 제주형 해송림 관리방안이 나와야 합니다. On-site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를 통해 숲의 훼손은 최소화하고 간벌을 통해 해송림의 생육환경 개선하는 한편 버섯재배 자목, 건축 및 예술작품의 재료로 고사목은 재활용 하는 소나무재선충병 관리 및 해송림 가꾸기로 앞으로 100년간의 소나무재선충병과의 동거를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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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 이학박사는 제주 토박이다. 제주사대부고를 졸업(5회)하고 서강대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했다. 미국 노틀데임대학교(University of Notre Dame)에서 신경생물학(Neuroscience)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소재 워싱턴대학교(Washington University in ST. Louis) 의과대학에서 연구원으로도 활동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서강대에서 연구교수를 지내고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제주대에서 연구교수로 지냈다. 2013년에는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일반연구자지원사업 수행으로 망막색소변성증 등 퇴행성 시신경 질환 발병에 관여하는 단백질의 역할을 밝혀내 전국적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 논문은 유전학 분야의 국제학술지 플로스 제네틱스(PLoS Genetics) 2013년 6월6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되기도 했다.  2013년 8월에는 재선충 연구에 전념하기 위해 (주)유소를 설립하고 세계재선충학회 등을 찾아다니면서 관련 논문과 특허 개발에 열중해왔다. 현재 미래에코시스템연구소장을 맡아 제주의 미래자원과 가치를 지켜내는 연구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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