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UNESCO)가 인증한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에는 다양한 야생식물이 자생하고 있습니다. 섬 전체가 한라산의 영역이나 다름없는 제주는 해안 저지대에서 오름과 하천, 곶자왈, 그리고 백록담 정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환경과 지역에 분포하는 야생식물들이 오랫동안 생태계를 이루며 뿌리 내렸습니다. 멸종위기 식물에서부터 지천에 퍼져 있는 야생식물까지 능히 식물의 보고(寶庫)라 할 만합니다. <제주의소리>가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에 자라는 식물의 가치를 널리 알려 지속적인 보전에 힘을 싣기 위한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를 카드뉴스 형태로 매월 격주로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2) 한라구절초(Chrysanthemum zawadskii Herb.ssp.Coreanum[Nakai]Y.Lee) -국화과- 


가을이 깊어 갑니다. 한라산의 대표적인 가을 야생화 ‘한라구절초’ 이야기로 가을을 함께 만끽해볼까 합니다.  

들국화의 대명사, 제주의 대표적인 가을 국화인 한라구절초는 해발 고도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단풍이 들기 시작하기 전에 피어 단풍이 익을 무렵 꽃이 지는 야생화입니다.

한라산 해발 1,000미터가 넘는 곳에서 자라는 이 한라구절초는 한라산의 특산식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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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구절초(Chrysanthemum zawadskii Herb.ssp.Coreanum[Nakai]Y.Lee) -국화과- 

그러면 ‘구절초’라는 이름은 어떻게 생겨났을까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대표적인 이야기는 다음의 세 가지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첫째, 음력 9월 9일에 채취한 후, 말리고 약으로 또는 차로 만든다고 하여 구절초라고 이름 붙여졌다는 설이 있습니다. 

둘째, 마디가 아홉개라는 의미로 구절초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설이 있지요. 

셋째, 음력 9월 9일, 중양절에 채취하여 약으로 쓰는 것이 약효가 좋다고 하는 의미에서 중양절에 아홉마디가 된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는 설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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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악산 구절초 ⓒ제주의소리

구절초의 다른 이름도 많이 있는데, 선모초, 야국, 노변국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구절초도 지방이나 자라는 환경에 따라 제주의 한라산에서 자생하는 한라구절초가 있고, 포천구절초, 낙동구절초, 바위구절초 등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구절초 종류가 30여 가지나 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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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구절초(Chrysanthemum zawadskii Herb.ssp.Coreanum[Nakai]Y.Lee) -국화과-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가을의 들국화라는 이름은 식물도감에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우리가 부르는 들국화는 가을에 피는 감국, 산국, 쑥부쟁이, 해국, 구절초 종류들을 통틀어 부르는 이름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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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구절초(Chrysanthemum zawadskii Herb.ssp.Coreanum[Nakai]Y.Lee) -국화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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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구절초(Chrysanthemum zawadskii Herb.ssp.Coreanum[Nakai]Y.Lee) -국화과- 
 
가을을 알리는 국화과의 꽃 중에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식물이 구절초인데, 비슷한 아이들이 있지요. 쑥부쟁이류와 개미취류가 그것입니다. 

구절초는 꽃이 보통 희거나 연한 분홍색을 띠지만 쑥부쟁이류 아이들은 보통 보라색에 가깝습니다.

꽃잎을 보면 구절초는 꽃잎이 둥글고 국화꽃잎에 가깝고 쑥부쟁이류들은 꽃잎이 길고 날씬하답니다.

개미취는 가지의 윗부분에서 많이 갈라지고, 잎의 가장자리에 물결 모양의 톱니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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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구절초(Chrysanthemum zawadskii Herb.ssp.Coreanum[Nakai]Y.Lee) -국화과- 

우리나라 전국에 퍼져 있는 가을꽃인 구절초는 지방마다 축제를 하는 곳도 있습니다.

충남의 영평사 구절초 축제가 있고, 정읍의 구절초 축제도 있지요.

전북 남원의 지리산 신내면 둘레길에서도 10월 초부터 이 구절초 축제가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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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구절초(Chrysanthemum zawadskii Herb.ssp.Coreanum[Nakai]Y.Lee) -국화과- 

구절초를 '선모초'라고도 부르는데, 얼마나 고왔으면 하얀 꽃이 신선보다 더 돋보인다고 하는 해석도 있고, 신선이 어머니에게 주는 약초라는 해석을 하기도 합니다.

이 한라구절초는 산림청이 지정한 희귀 및 멸종위기식물로 지정한 야생화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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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구절초(Chrysanthemum zawadskii Herb.ssp.Coreanum[Nakai]Y.Lee) -국화과- 

한라산에서 자생하는 한라구절초는 다른 구절초에 비해 줄기와 잎이 두툼하여 고산지대에 적응하려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잎이 아주 가늘게 갈라지며 땅에 바짝 엎드려 있습니다.

잎이 바닥에 거의 붙어 있다시피 하고 꽃이 위로 올라와 피면 마치 꽃이 잎을 덮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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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절초의 꽃말도 불리는 이름이 많은 것처럼 다양한데, '고상함', '고결', '순수', '어머니의 사랑' 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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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구절초(Chrysanthemum zawadskii Herb.ssp.Coreanum[Nakai]Y.Lee) -국화과- 
 
한라산에는 이제 단풍이 절정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가을 하늘이 높아갈수록 단풍이 짙어 온 산이 색동옷으로 갈아입겠지요.

예보에 따르면 한라산 단풍의 시기는 첫 단풍을 10월 17일로 보고 29일경 절정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시간은 '벌써'라는 말을 남기고 소리 없이 사라지는 것처럼, 한라구절초도 단풍을 따라 피어났다가 곧 지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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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구절초(Chrysanthemum zawadskii Herb.ssp.Coreanum[Nakai]Y.Lee) -국화과- 

한라구절초는 나비도 상당히 좋아하는 식물입니다.

표범나비 종류가 날아와 한라구절초의 꽃잎에 앉아 있는 모습이 가을을 노래하는 모습인 양 너무나 고운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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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구절초(Chrysanthemum zawadskii Herb.ssp.Coreanum[Nakai]Y.Lee) -국화과- 

가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가을이 익어가고 있습니다.
그 가을을 한라구절초와 기억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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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구절초(Chrysanthemum zawadskii Herb.ssp.Coreanum[Nakai]Y.Lee) -국화과- 

한라구절초의 향기따라 가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 가을은 짙은 향기로 가득한 계절이 되었으면 합니다.
도민과 <제주의소리> 독자들께 그윽한 한라구절초의 향기를 전해 드리고 싶은 가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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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구절초(Chrysanthemum zawadskii Herb.ssp.Coreanum[Nakai]Y.Lee) -국화과- 

*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는 한라산국립공원의 협조로 <제주의소리> 블로그 뉴스 객원기자로 활동해온 문성필 시민기자와 특별취재팀이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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