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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상학의 본질은 얼굴을 보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거다. 사진은 영화 <관상> 포스터. 출처=포털사이트 다음 영화.
[장일홍의 세상사는 이야기 50] 관상이란 무엇인가?

20세기 여성 패션의 혁신을 이끌었고 향수와 화장품으로 큰돈을 번 코코 샤넬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스무 살 얼굴은 자연의 선물이고 쉰 살 얼굴은 삶이 만들어준다.” 링컨은 “사람이 마흔 살이 되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초등학교 동창과 결혼한 J목사는 젊을 때 아내의 얼굴은 평범했는데 40년의 세월이 흐른 다음, 초등학교 동창회에 가보니 아내가 가장 이뻤다고 한다. 독실한 신앙이 아내의 얼굴을 바꿨다는 것이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K는 자타가 공인하는 미녀 교사였다. 사업가와 혼인한 K는 남편의 사업 실패로 시련을 겪었다. 어느 날 40대의 K를 보고 깜짝 놀랐다.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더니... 그 곱던 얼굴 다 어디로 갔나?” 나는 속으로 끌끌 혀를 차며 탄식했다. 이래서 샤넬이나 링컨의 말은 결코 허언이 아니라는 거다.

얼굴은 한 인간의 이력서요, 자서전과 같다. 얼굴에는 그가 살아온 삶의 흔적, 성적표가 있다. 그래서 얼굴=얼골, 곧 얼의 꼴에서 나온 말이다. 얼굴 속에 생의 어두운 골짜기를 건너온 내력이 보이고 그의 정신이 낯빛과 눈빛에 나타나는 것이다.

그런데 성형 수술로 얼굴을 뜯어고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외국인도 성형 천국 한국으로 몰려온다. 지하철 강남역에 내리는 아가씨들을 보면 비슷비슷한 성형 미인들이 넘쳐난다. (자연산이 그립다) 탤런트 아무개와 닮은 얼굴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 결과, 거리엔 기계로 찍어낸 공산품처럼 꼭 같은 판박이, 붕어빵 얼굴들이 활보한다.

획일화된 주문 생산품인 짝퉁들이 거리를 누비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복제 인형들에게서 자연의 생명령이나 고상한 정신을 찾아보기 어렵다. 얼굴에 칼질해서 만든 조화(造花)는 쓰레기 더미 속의 장미와 같고 생화(生花)의 향기와 처연한 아름다움이 없다.

당대 대표 관상가로 꼽히는 신기원 씨에 의하면 “사람은 생긴 대로 살게 돼 있다”고 한다. 관상은 타고 나는 것으로 성형했다고 운명이 바뀌지 않는다는 거다. 근본이 착한 사람은 좋은 마음이 얼굴에 나타난다. (그러니까 관상학은 철저한 결정론이자 숙명론이다)

삼성 이병철 회장은 지창용, 백운학 같은 최고의 관상가를 곁에 뒀다. 삼성에 노조가 없는 건 관상 때문이다. 이 회장은 임원 승진이나 신입사원 채용 때 관상을 중시했다. 그는 단정한 관상을 선호했다. 단정한 관상엔 반골이 없다. 이병철은 아무리 유능해도 반골 기질이 있는 사람은 뽑지 않았다. 반면 정주영 회장은 이 회장보다 그릇이 큰 거인이었지만 관상을 중시하지 않았다. 사람 보는 눈이 없었다는 말이다. 

논어를 제왕학이라고 하는 이유는 공자가 군주의 지인지감(知人之鑑 : 사람을 잘 알아보는 능력)을 중시했기 때문이다. 관상이 중요한 것도 인간을 분별하는 하나의 판단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관상학에서 남자는 기세(氣勢)다. 기세를 나타내는 건 관골(광대뼈)이다. 삼국지에 나오는 관우와 장비의 툭 튀어나온 광대뼈는 상대를 제압하기에 충분하다. 여자는 관골을 안 본다. 여자의 기는 눈에 있다. 미인의 눈은 수정처럼 맑다. 남자의 능력은 코에서 나온다. 그래서 속담에 “귀 좋은 거지는 있어도 코 좋은 거지는 없다”고 한다.

관상학의 본질은 얼굴을 보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거다. 사람의 외모에는 은연중에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드러나게 마련인데 그걸 보고 미래를 예측하는 거다. 그러니까 복된 얼굴은 예쁜 얼굴이 아니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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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일홍 극작가.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훌륭한 자서전을 쓰고 싶은가? 먼저 마음밭을 정성스레 가꾸어라. 화려한 이력서를 갖고 싶은가? 우선 정직하고 성실한 마음을 지녀라. 그런데 참말로 알 수 없는 일은 70억이 넘는 세계인의 얼굴이 왜 제각각 딴판인가? 그것은 아마도 하느님이 “너는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피조물이므로 단 한 번뿐인 인생을 남과는 다르게, 너답게 살아라!”는 은총과 계시의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수록 진실하고 아름답고 착한 얼굴로 저녁놀처럼 찬연히 늙어가기를...소망해 본다. / 장일홍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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