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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번째 탐라순담 지난 25일 플레이스 일로와에서 열렸다. 이날은 제주청년네트워크 소속 박건도 씨와 '사회초년생입니다만'이란 주제로 진행했다. 사진=유서영. ⓒ제주의소리
[제주비엔날레-탐라순담(耽羅巡談)] (28) 제주청년네트워크 박건도

제주비엔날레 2017 프로그램 중 하나인 ‘탐라순담’은 탐라 천년의 땅인 제주도의 여러 인물들과 함께 토크쇼·집담회·좌담회·잡담회·세미나·콜로키움·거리 발언 등 다종다양으로 제주의 현안과 의제에 대해 이야기(談)를 나누는 자리입니다. 누구나 주인공이자 손님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는 12월 31일까지 약 50회에 걸쳐 ‘제주 하간듸’(많은 곳)서 ‘제주 사름’(사람)이 ‘제주를 곧는’(말하는) 탐라순담이 열립니다. 제주 사회를 이루고 있는 각계각층의 인물들의 여러 담론 속에서 제주의 가치, 제주의 현안을 길어 올리고 사회적 예술로 대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탐라순담 스물여덟 번째 순서는 제주청년네트워크 소속 박건도 씨와 '사회초년생입니다만'이란 주제로 진행했다. 

박 씨를 비롯해 현재 사회초년생이거나 사회초년생에서 막 벗어났거나, 아직 '사회물'을 먹지 않은 비슷한 또래들과 함께 지난 25일 플레이스 일로와에서 만남을 가졌다. 제주시 중앙로에 위치한 플레이스 일로와는 제주 청년들이 십시일반으로 힘을 모아 만든 공간이다.

이들은 사회초년생으로서 일, 돈, 관계, 주체적인 삶에 대해 자유롭게 고민했다. 부모, 집에 의지해서 살아왔던 청소년 시기를 막 벗어나 사회라는 낯선 생태계에 뛰어든 청년들은 각자 변화에 적응하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동시에 자의든 타의든 이전까지 생각할 수 없던 새로운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고도 말한다.

청소년이 청년이 되고, 그 청년이 시민으로서 자존감 있게 살아가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사회초년생들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금재 : 

플레이스 일로와 공간 소개를 하겠다. 이 곳은 작년 30여명의 청년들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공간이다. 사무실 공간이 필요한 청년 기업이나 초기 비용들이 부담스러운 분들이 함께 사용하는 곳이다. 일할 수 있는 작업 공간과 오늘 같은 모임을 할 수 있는 오픈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많이 이용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유서영 :

제주청년 네트워크에 대해 간단히 소개를 드리면 우리는 모여서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나서 만들어진 단체이다. 각 청년 단체들이 모여서 연대하고 협의하는 협의체를 지향하는 단체이다. 기본 소득, 청년 기본법 제정, 사회초년생, 결혼 등의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소규모로 세미나처럼 활동하고 있다. 홈페이지에 오시면 우리가 하는 활동들을 보실 수 있다.  

박건도 :

나는 제주 청년네트워크에서 함께 활동하는 박건도이다. '사회초년생입니다만'이라는 주제로 이번 탐라순담을 맡게 되었다. 나 또한 이번 상반기에 대학교를 졸업하고 막 일을 하기 시작한 사회초년생이다. 그래서 이 자리를 진행하게 됐다. 사회초년생이 뭘까 생각해봤다. 사회초년생이란 의미를 생각해 볼 때 뭔가 '우리가 사회로 나온다'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부모와 가족의 보호의 품에서 벗어나서 야생 혹은 전쟁터로 나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전쟁터에 나온 사람들 중에 가장 계급이 낮은 사람들이 우리인 거다. 그래서 이 전쟁터에서 선임인 기성세대들 혹은 직장상사들에게는 굽실거려야 할 때도 많고, 친구나 동료들과는 경쟁을 하여 이 전쟁터에서 살아남아야하는 이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되고 고민은 나누면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하는데 오늘 이 시간에는 사회초년생들이 겪고 있는 고민을 나눠보는 시간을 갖고 싶다. 시작하기 전에 간단히 자기 소개를 했으면 좋겠다. 

박경호 :

나는 사회초년생은 아니지만 어떤 한 분야에 있어서는 올해가 초년생이다. 올해 개인사업을 시작하면서 초년생이 됐다. 기존의 선배님들의 경험들에 비해 많이 부족한 부분이 있어서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을 것 같아 참여했다. 

유서영 :

나는 사회초년생이라고 하기에는 사회에 진입한지는 조금 됐다. 그러나 지금 사무실에서 인턴이나 현장 실습생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어서 사회초년생에 대해 이야기할 게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이 자리에 참여했다. 

강나루 :

이름은 강나루고 일하는 곳은 구 상록회관인데 제주 사회 경제적 네트워크에서 일하고 있다. 일을 한 지는 1년 반 정도 돼서 사회초년생이라고 생각한다. 제 또래나 다른 사회초년생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지 궁금해서 들렀다. 

정영지 :

정영지라고 한다. 사회 진입 한 지는 꽤 오래 됐지만 일하다 보니 나랑 안 맞아서 그만두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려한다. 그러다보니 사회초년생의 입장에 다시 놓였다. 요새 고민이 많은 시기라 사회초년생들은 어떤 고민을 하는 지 궁금해서 왔다.

이민경 :

이민경이다. 현재 반 백수이고 사회초년생이 과연 뭔지 궁금해서 나왔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나도 사회초년생인 것 같은데 대학생일 때 나는 사회에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생활도 했는데  그런 사람들은 뭐지 이런 생각이 들어서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사회초년생이 무엇인지 들어면서 내가 생각하는 사회초년생에 대해 찾아가고 싶어서 이 자리에 왔다. 

정진영 :

정진영이고 현재 대학생이고 휴학생이다. 제주에 내려와서 인턴을 시작한 지 4개월째이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반 사회생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 다니면서 졸업한 선배들이 최대한 학생때를 누리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내가 요새 고민하는 것이랑 실제 사회에서 느낀 것을 공감하고 싶어서 왔다.

박건도 :

사회 명칭이 우리가 원해서가 아니라 누군가 우리에게 이런 이름을 씌웠다는 느낌이 크다. 우리는 사실 중학교 고등학교 때도 이 사회에 살았던 시민인데 왜 우리는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갈 때 사회초년생이라는 말을 듣는 지 이 자리를 준비하면서 궁금해졌다. 그래도 굳이 한번 생각하자고 해 봤을 때 부모와 가족의 보호에서 벗어나서 자립해야하는 시기가 아닌가 그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래서 사회에 진입한지 얼마 안 된 분들도 또 오래되신 분들도 실제로 겪고 있는 문제들 중 비슷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자유롭게 고민을 나누는 자리가 되면 좋겠다.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영상을 하나 보고 가겠다.

코미디 프로그램이어서 좀 과장된 부분이 없지 않지만 저런 경험들을 다 가지고 있을 것이고 업무 현장에서도 느끼셨을 것이다. 오늘 진행될 순서는 내가 나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여기에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분류를 하고 큰 주제를 2개 정도로 선택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오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내용을 네 가지의 키워드로 생각해 봤다. 

#일

일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이다. 나는 올해 상반기에는 대학생이었고 지금은 일을 하고 있는데 일에 대한 고민에 빠졌었다.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일까? 결국 임금 노동만이 일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임금 노동도 하고 있지만 그 외의 시간에 청년단체 활동과 청년잡지를 만들고 있다. 오히려 내 돈을 투자하면서 하는 일들도 있다. 기존의 사회 혹은 나의 부모님이 봤을 때는 상당히 못 마땅하게 보시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일이란 도대체 어떤 건지 이야기를 나눠봤음 좋겠다.

#돈

돈을 얼마만큼 벌어야 사회 혹은 부모님이 만족하실까? 그리고 나는 얼마만큼을 벌어야 혹은 저축해야 이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많다. 제주는 평균 임금이 전국에서 가장 낮다고 하는데 그러면 '도대체 어떤 일을 해야 할까'라는 물음이 자꾸 던져진다. 

#관계

요즘 관계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다. 학생 때 까지만 해도 부모님과 친구들과의 관계가 별탈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졸업을 하고 나서 뭔가 독립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에는 점점 더 관계에서 트러블이 생겼다. 그런 것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다 부딪치는 것만도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내가 다 맞춰 가야 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아서 이런 것들에 대해 여러분과 이야기를 나눠봤으면 좋겠다.

#주체적인 삶

이 모든 고민의 결론은 내가 주체적인 삶을 살고 싶다는 것, 나는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것 이다. 그런데 나 혼자 자유로워지기보다 여러분 그리고 우리 부모님과 같은 기성세대도 좀 더 자유롭고 주체적인 삶을 살았으면 좋겠는데, 그러려면 나는 얼마만큼 타협을 해야 하고 얼마만큼 투쟁을 해야 하는가 이런 것들에 대한 고민이 많다.

말씀드린 이 네 가지 키워드 일, 돈, 관계 그리고 주체적인 삶 이것이 사회초년생으로서 나의 고민이다. 이제 포스트잇에 각자의 고민들을 적고 관련된 키워드로 묶어서 가장 많이 나온 주제 두 가지를 선정해서 이야기를 나눠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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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번째 탐라순담 진행자 박건도 씨. 사진=유서영. ⓒ제주의소리
   

유서영 :

질문이 있다. 일, 돈, 관계 그리고 주체적인 삶 이 네 가지 키워드가 사회초년생이라는 공통적인 키워드 안에서 나온 것인가? 

박건도 :

그건 나의 고민이다. 

유서영 :

우리가 지금 쓰려고 하는 키워드가 사회초년생으로서의 고민이 중심이 돼야 하는 건지 아니면 자기 고민 중심이 되어야 하는 건지 조금 헷갈린다. 

박건도 :

자기의 고민을 이야기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또는 자신이 사회초년생 때 겪었던 고민들도 좋겠다. 

유서영 :

오늘 주제가 '사회초년생입니다만' 이니까 그 것을 기대하고 이 자리에 오셨을 테니 그 이야기를 먼저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사회초년생으로서 자기의 고민이나 사회초년생과 연결되어 있는 고민들. 

박건도 :

사회초년생이 하는 고민과 청년들이 하는 고민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이제 각자가 적은 고민 키워드를 보여주고 그에 대한 설명을 해 주시길 바란다. 먼저 나는 좀 전에 말씀 드렸듯이 나는 요즘 경제적인 고민들을 많이 한다. 돈을 도대체 얼마나 벌어야 하나? 

이금재 :

나는 사회에 나온 지 7년 정도 됐다. 그래서 나는 초년생은 아니다. 초년생 때를 생각해 보면 내가 제주에서 나고 자라지 않아서 그 때 했던 고민은 과연 내가 제주에서 계속 살 수 있을까 였다.

정영지 :

일자리 부족으로 이동을 해야 할까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 금재님과 같은 키워드인 거 같다.

박경호 :

나도 금전적인 독립이나 생활의 독립은 스무 살 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시작됐다. 그때부터 조금씩 책임감 혹은 이에 대한 부담감들이 생겼다. 내 삶을 내가 전부 책임져야 하는 느낌. 그리고 왠지 사회의 구성원이 된 듯한 느낌과 책임감을 가졌다. 

박건도 :

나 역시 주체적인 삶에 대한 고민들을 적었는데 연관이 있다고 본다. 

이민경 :

나는 가족.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라고 적었는데 같은 키워드 인 것 같다. 내가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인데 내 꿈을 향해서 달려가는 것이 과연 괜찮은가, 이기적이진 않을까, 이기적이라고 생각되어지는 것 자체가 사회에서 주입되듯이 살아왔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내 삶을 사는 건데.  

유서영 : 

나는 어느새 '꼰대'라고 적었다. 나도 아직 사회초년생으로서의 정체성을 아직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내가 진입한 이후에 진입하는 사람에게 어느새 나도 모르게 꼰대 짓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사무실에 현장 실습을 오는 학생들이 쓰레기를 치우지 않는 모습을 보면 못마땅하다 라던가 이런 모습이 내가 최근에 하는 고민이다. 내가 싫어하는 꼰대의 모습을 나에게서 보는 게 나의 고민이다.

강나루 :

'다들 조언 어디서 구해요'라고 적었다. 나 혼자 생각하지 않고 사회에서 좀 더 일을 많이 했다거나 그 분야에 있다거나 할 때 조언을 친구에게 물어볼 수도 있고 뭔가 다른 방법들도 있을 것 같은데, 저는 아직 방법들을 몰라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다.

이민경 :

저는 뚜렷하지 않은 미래라고 적었다. 내가 막연하게 가고 싶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이 주변에 없다. 그래서 늘 그런 것에 대해 어디에서 이야기를 좀 듣고 싶다. 내가 살아가고자 하는 삶을 사는 사람은 어디 없나하는 고민이 많다. 또 내가 큰 딸이어서 위에 아무도 없다. 그래서 늘 그게 어렸을 때부터 이 조언이라는 게 늘 목말랐다. 나도 누군가에게 묻고 싶은데 늘 스스로 알아야 했다. 나루님의 키워드라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정영지 :

자존감이라고 썼다. 직업의 안정도에 따라 내 자존감이 변하는 것 같다. 일을 바꾼 지 얼마 안되었는데 이전의 일을 할 때에는 굉장히 안정적이어서 스스로 자부심도 있어서 뭔가 든든한 느낌이었는데 이 일로 전향하고 나서는 맨 밑바닥부터 시작하니까 자존감이 줄어드는 것 같다. 내가 다시 어린애가 되는 것 같아서 고민이다.

이민경 :

연애라고 적었다. 열심히 하고 있는데 어렵다. 

박건도 :

관계라고 적은 고민이 있다. 같은 맥락이라 생각한다. 

이금재 :

그 이후의 단계인 결혼이라고 적었다. 

이민경 :

결혼이든 연애든 넓게 보면 관계인데 이것에 대한 고민이 날이 가면 갈수록 복잡해지고 많아진다. 이 관계에서 희망을 찾았다가 절망했다가 그런 것들이 반복되는 시기인 것 같다.  

정진영 :

일에 대한 발전, 전문성에 대해 고민 중이다. 6개월간 인턴을 하려고 내려 온 건데 사무실에서 항상 같은 일을 하다 보니 내가 과연 이 일을 하면서 과연 발전이 있나 라는 생각이 든다. 좀 더 공부를 더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회사에 있으면서 지루함도 느끼고 답답함도 있다. 

박경호 :

저는 미래에 대한 걱정이라기보다 어떻게 하면 내가 더 나아질 수 있고 잘 살 수 있나 고민을 하다 보니 현실이 너무 막막한 느낌이다. 

유서영: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과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일이란 키워드를 진영님의 키워드에 붙이려고 한다. 

이금재 :

건강과 절주에 대한 고민도 있다. 

박건도 :

아직 고민 키워드가 남은 분 있나?

강나루 :

집안일 돌보지 못하고 내가 관심 있는 일이 다 바깥에 있으니까 이것도 유지를 해야 하는데 부모님이나 다른 구성원에 의해서 유지되는 것에 얹혀 가는 느낌이다. 그쪽으로 마음이 자꾸 안 간다. 

또 다른 고민 키워드로 협력하는 법에 대한 고민이 있다. 이건 그럴 수도 있지 하면서 내가 넘어가고, 사람들끼리 하는 것이니까 좀 더 말랑말랑하게 가야지 하는데 그게 내 성격과 많이 부딪혔던 것 같다. 이렇게 하면 둥글게 갈 수 있는데 일을 하면서 내가 만족스럽지 않다. 협력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있다.   

이민경 :

집중력이 너무 없다. 이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뭐하나 진득하게 하는 게 점점 더 힘들어진다. 뭔가 절박하지 않기 때문에 한 가지 하는 게 어려운걸까. 일을 계속 미루는 마음도 들고. 개인적인 고민이다. 

이금재 :

최근 고민이다. 말 잘하고 싶다.

박건도 :

더 이상 남은 고민 주제가 없는 것 같다. 우리가 지금까지 주제를 정하기 위해 브레인스토밍을 해봤다. 어떤 주제가 많이 나왔을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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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번째 탐라순담 '사회초년생입니다만'에 참여해 이야기를 나누는 참가자들. 사진=유서영. ⓒ제주의소리

이민경 :

어떻게 보면 이 키워드들은 다 연관된 것 같다. 

유서영 :

주체적으로 살고 싶은데 가족도 챙겨야하고 결혼도 해야 하고 그런 것들이 다 발을 묶는 상황들인 것 같다. 그래서 다 연결된 거 같다.

박경호 :

나라는 개인이 사회에 들어가면서 사회 구성원이 되는 과정에서 고민이 생기는 것 같다

이민경 :

관계의 모양이 달라지니까 고민이 생기는 것 같다. 

유서영 :

일적으로는 독립을 하는 데 제주도의 사회 환경이 집안에서도 독립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거기에서 오는 차이가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 같다. 

강나루 :

우리가 사회에서 일을 한다 치면 원래 안하던 것을 정말 많은 시간동안 하는 일이 생기지 않나. 그러다보니 관계라고 하면 그게 소홀해 질 수 밖에 없고 집안일도 내가 일하고 와서 지치니까 예전만큼 할 수도 없다. 그래서 사회초년생에 맞는 주제인 것 같다. 

박건도 :

그러면 관계에 대한 주제 하나와 일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해보자. 관계에 대한 이야기들이 좀 더 많이 나왔기 때문에 먼저 이 이야기들을 나누고 그 후에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마무리를 하려 한다. 우선 관계에 대한 고민을 좀 더 이야기 하고 싶으신 분 있나? 

이민경 :

관계라는 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장소가 변함에 따라 굉장히 영향을 받는 것 같다. 예를 들면 부모님 입장에서는 아직까지도 손에 둬야 할 자식인데 자식들이 자기 뜻대로 안 되는 거다. 그래서 화도 났다가 서운하기도 하는 감정들이 오고가면서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이제야 조금씩 서로를 이해해 가는 것 같으면서도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가족과의 관계가 있는 것 같다. 또 나는 연애를 적었는데 나는 잠시 제주도를 떠날 생각을 하고 있다. 연애를 함에 있어서도 그 사람과 그 장소를 같이 가지 않는 이상 이 관계를 지속할 수가 없다. 서로 같은 지역에 있지 않는 이상 이어가기 힘든 것들이 있다. 오늘 주제가 사회초년생인데 사회초년생들에게 특히나 지역 이동이라든지 생애주기가 달라지는 시기에 있어서 이런 관계에 대한 고민이 폭발적으로 이뤄지는 때가 아닌가 싶다. 

박건도 :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에 비해 우리가 갖고 있는 자원은 너무 없는 느낌이다. 장거리 연애를 하고 싶어도 우리가 돈도 없고 회사에 맘 놓고 휴가 쓰고 싶다고 할 수도 없지 않나. 그런 부분들이 많이 걸리는 것 같다. 

유서영 :

가족에 대해 적은 사람들이 많은데 집에서 사회초년생으로서 자녀들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지 않나. 예를 들면 이제 우리 자녀가 직장을 가졌어 라고 했을 때 기대하는 것. 혹은 우리 아이가 돈을 벌겠구나 가사에 보탬이 되겠어 라고 기대할 수도 있고. 직장을 가져서 내 손을 떠났구나 독립을 하겠구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가족과의 관계가 조금 달라지면서 거기서 오는 문제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정체성의 혼란이 많이 오는 것 같다. 사실 금전적인 문제도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 전에는 길러주시고 집에서 빨래도 해 주고 했는데 이젠 직장을 다니니까 뭔가 생활비를 보태게 된다던가. 어떻게 보면 사회초년생들은 안 쓰던 돈을 쓰게 되는 일도 있을 것 같다. 가족과의 관계에서도 금전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이런게 많이 작용할 것 같다. 

박경호 :

나는 스무 살 이전에는 이해관계가 없는 관계를 했다. 가족이라는 게 서로 그냥 당연히 다 해주는 관계였다. 내가 이거 해줬으니까 당신은 이것을 해줘야 해 이런 관계는 아니었던 것 같다. 친구들도 고등학교 때까지는 있는 친구가 더 사주고 없으면 없는 대로 얻어먹는 관계였다. 그런데 대학교 입학하면서 그 관계가 더치페이 문화가 있기 시작했고 노동을 시작하면서 고용주와 거래의 관계를 시작하면서 거부할 수 없는 관계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관계를 맺음에 있어서도 주체적인관계를 맺고 싶지만 어쩔 수 없는 관계가 생기기 시작했다. 내 우선 순위가 가족과 친구지만 오늘 어쩔 수 없이 일을 가야하는 상황들이 생겨났다. 이런 관계들이 상당히 나를 힘들게 했다. 그리고 관계를 맺으면서 나를 힘들게 했던 게 시선들이다. '박경호는 이런 사람이야'라는 타인의 시선이 내가 입지 않는 옷을 입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를 맺어가야 하는 게 힘들었다. 

박건도 :

진영님은 어떠신가? 관계에 대해 고민이 되는 게 있을 것 같다. 

정진영: 

사실 내가 일하고 있는 회사는 학교에서 만난 선배들은 아니지만 소개를 받아서 만난 학교 선배들의 회사이다. 회사 규모도 작은 편이고 나를 제외한 사람들의 전부 25살이다. 젊으니까 밤에 심야 영화를 보러가기도 하고 주말에 제주에 있는 페스티벌에 같이 가기도 하는 등 다른 회사보다 굉장히 친밀하게 지내고 있다. 사실 학교에서 만나면 그냥 오빠고 선배인데 회사에서 만나다보니 그런 관계는 아니고 호칭도 'OO님'으로 부른다. 그래서 내가 이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 어떻게 보면 내가 제주도에 내려온 게 이 사람들을 믿고 내려 왔다. 나는 이 곳에 혈연관계도 없다. 그런데 내가 이 사람들에게 얼마만큼의 내 모습을 보여 줄 수 있고 회사 밖에서 만나는 나의 모습을 통해서 그분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친하게 지내면서도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그냥 대학에서 만난 친구들처럼 재미있게 술 마시고 비속어도 섞어가며 말을 하는 관계는 아니지 않나. 좀 그런 쪽으로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유서영 :

얼마 전에 본 기사인데 거꾸로인 경우도 있다. 직장 상사가 나이가 많으면 나이 많은 직장 상사가 쉬는 시간마다 집안일에 대해 이야기 한다던가 아니면 굳이 내가 알고 싶지 않은 정보를 이야기 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다른 경우인 것 같긴 한데, 요새 사회에서 TMI(Too Much Information)에 고통 받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런 것에 비하면 우리 사회초년생의 입장에서는 얼마만큼 나를 오픈해야 하는 것이 고민이기도 한 것 같다. 그것도 관계 맺기에 있어 중요한 작용을 하니까.  

박건도 :

나루님은 어떤가? 어른들하고 일을 많이 하시지 않나? 그런 직장의 상황에서 겪는 고민이 있나?

강나루 :

나는 '둥글게 둥글게'라는 키워드를 적었었다. 내 주변에 일로서 하는 대화를 감정적으로 받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내가 거기에 맞추며 말을 하는데 그게 내가 말하는 것 같지 않다. 내가 그렇게 가면을 쓰고 다 좋게 좋게 지내는 게 맞는 건가? 주변의 어른들에게 여쭤보니 답들이 다들 다르셨다. 그래도 둥굴게 둥굴게 가는 게 좋다라는 분도 있고 그건 네가 아니니까 너에 맞게 가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다. 일을 하려고 만난 건데 그 일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까지 둥글게 둥글게 지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말 많이 하지 않나? 과정이 중요하냐 결과가 중요하냐? 나는 결과 중심으로 많이 생각했었던 것 같다. 과정 중시하는 것에 대한 이유를 들어보면 좋은 말들이 많아서 나도 그 쪽으로 노력하고 싶은데 그게 뭔가 나 같지는 않다. 

박건도 : 

영지님은 일을 하면서 관계 때문에 고민스러웠던 적은 없나?

정영지 :

나도 관계에 대해 얘기하자면 예전부터 이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예전부터 모두가 나를 좋아하는 것에 대한 집착이 있었다. 누군가 나를 싫어하면 굉장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지금은 그것에 대해 굉장히 자유로워졌다. 누가 날 싫어하더라도 여유를 찾았다. 지금은 고민이 일적으로는 내가 그런 태도를 취할 수가 없다. 이 사람이 마음에 안 들어도 맞춰줘야 하고 이런 게 나의 자존감을 굉장히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나를 무시하는 사람에게도 내가 웃는 얼굴로 대하고 나는 그 사람을 존중해 줘야 할 때 나의 자존감이 굉장히 떨어진다. 

나의 고민 키워드로 완전한 독립이라고 썼다. 어릴 때부터 엄마의 사랑을 많이 받아왔다. 엄마가 사랑을 엄청 많이 주셨고 나도 애교가 굉장히 많은 편이었다. 사춘기가 되면서 그게 싫어서 독립적이 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현재 경제적으로 독립은 했지만 가끔씩 마음속에 엄마에게 방값이라도 지원받으면 생활이 굉장히 여유로워질텐데 이런 독립적이지 않은 생각이 들면 다시 자존감이 떨어진다. 그래서 나는 완전한 독립을 꿈꾸고 있다. 

정진영 :

나도 가족이랑 관련된 이야기를 썼다. 나는 6년째 집에서 나와 살고 있다. 그래서 지금 몇 달이라도 집에 들어가서 살려고 하면 굉장히 답답하고 생활이 안 맞을 것 같다. 집이 경기도고 학교는 대전이라 굉장히 편했는데 만일 대학원에 가게 되면 최소 10년은 떨어져서 살게 되는 셈이다. 내가 늦둥이어서 부모님 나이도 많으시고 언니 오빠도 다 결혼해서 분가했고. 지난번에 내가 집에 갔었는데 엄마가 집안일을 하시다가 나무가 손에 깊숙이 베이셨는데 집에 아무도 없어서 엄마 혼자 병원에 가서 치료하고 오셨다는 말을 듣고 눈물이 맺혔다. 부모님이 더 늙으시기 전에 같이 살고 교감을 나누어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드는데 한편으로는 떨어져서 사는 게 편해져 버린 상태이다. 그래서 가족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이 좀 있다. 

박건도 :

대학교를 졸업하고 일을 시작해야 하는데 기성세대와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청년들과 수평적인 대화를 하는 것은 편하고 재밌는데 어른들 앞에서는 비판적인 시각의 말은 사리게 된다. 어른을 대하는 것이 어렵다. 아버지를 대하는 것이 서로가 노력하고 있는 것 같지만 아직도 벽이 하나가 있는 느낌이다. 벽을 넘어서기가 어렵다. 이런 부분에 조언이 있으시면 해 주시면 좋겠다. 

이금재 :

비슷한 고민 중 하나이다. 내가 사회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분 중 가장 나이 많으신 분이 77세이다. 답은 없다. 전통적인 수직적인 관계가 혼자서는 힘들다. 나도 모르게 그런 관계에 젖어들게 된다. 내가 있는 공간에 맞춰서 내가 어떻게 행동할 지만 잘 결정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강나루 :

현재 같이 있는 팀이나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협력해야할까 어떻게 해야 될까 이것에 대해 너무 생각하다보니 잘 모르겠다. 난 이 분야에서 내가 하고 싶은 건 이런 일이고, 그건 어차피 내가 계속 잡고 갈텐데, 배경의 사람들은 계속 바뀌지 않나. 내가 차곡차곡 쌓는 것에 집중하면 그 시기 시기마다 맞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은 말이 통하지 않고 불편한 분이어도 어느 시기가 지나면 가깝고 재미있게 일을 맞추게 된다. 그래서 그런 관계보다는 일단 내 것을 쌓고 내 스스로 차곡차곡 쌓다보면 그 주변은 계속 바뀐다는 걸 경험했다. 

그리고 가족의 이야기인데 사회초년생이란 걸 엄마랑 얘기하고 싶다. 지금 우리 엄마도 직장인이신데 집안일도 하시고 여러 가지 일을 관리하신다. 그런데 나는 그게 안 된다. 나는 그게 내가 사회초년생이라서 그런 것 같다. 나도 30년 정도 사회생활을 하면 루틴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나의 삶의 방식을 정착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아직 그게 안 되고 지금은 이 분야에 대해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자리를 잡고 싶다. 집안일이나 가족들과 약속 잡는 것보다는 내 자리를 잡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집안일을 해야 하고 돌보는 것을 해야 하고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는 것들을 해야 하는 데, 그런 것들이 자꾸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직장에서 있는 시간이 학생 때 보다 훨씬 더 그 곳에 붙잡혀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남는 시간에 가족과 집에 쓰는 시간이 우선순위에서 엄청 밀려버린다. 그런데 그것을 다 컨트롤 할 수 있지 않다는 것이다. 엄마도 직장을 다니고 있고 똑같은 입장인데도 초년생이고 아직 루틴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이게 사회초년생들이 겪을만한 고민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박건도 :

공감이 많이 된다. 학교 다닐 때는 학교만 가면 되고 내 일상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다. 공부하는 것은 스스로 스케줄을 만들어서 하면 되고. 졸업을 하고 일을 하게 되면서 일이란 게 우리가 임금을 받으면서 하는 것이라 이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면서 해야 하지 않나, 그래서 루틴을 내가 설정하기 어려운 것 같다. '워라밸'이라고 'work life balance' 란 말이 있는데 이것을 맞추기가 어려운 것 같다. 나루님이 이야기 하셨던 것처럼 일과 일상과 공적 사적 스케쥴 관리를 잘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 같지만 아직도 좀 힘들다. 그런 팁을 구하고 싶기도 하다.

강나루 :

저희 집이 시외로 이사 가면서 단독주택 이다보니 집에 돌봐야 하고 도와 드려야 할 것들도 많아졌는데 계속 그것을 못하다 보니 부채감이 굉장히 컸다. 나는 내 할 일만 하고 집은 전혀 돌보지 않는, 엄마도 똑같이 일을 다니는데 나도 해야 하는데 해야 하는데 이 생각이 가득차서 스트레스가 됐다. 일과 활동 그런 밸런스 맞추는 게 어려워서 일단 다 제로로 맞춰보자 생각하고 계속 줄여왔다. 지난 주에 마침내 본업 빼고 제로로 맞췄다. 그래서 이제 일과 삶이 균형이 맞춰지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있다. 그런데 좀 우려되는 것은 이번 주 저녁이 다 이런 모임들로 다 채워졌다. 이쪽을 줄인다고 해서 절대 이 상태로 있는 것은 아닌건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박건도 :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 하도록 하고 두 번째 주제인 일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으면 좋겠다. 아까 영진님께서 사회초년생에 대해 이야기 한다고 하니 이야기 할 것이 참 많다고 하시면서 신청을 해주셨다. 

정영진 :

나는 원래 요리를 했었다. 요리를 정말 열심히 했다. 20살 때 흥미로워서 요리를 시작했는데 막상 해보니 맞지 않다는 걸 알았다. 군대 다녀와서 22살이 되고 요리가 싫지만 너무 늦었다는 생각에 열심히 했다. 그래서 좋은 성적을 내고 안정적인 직장을 갖게 되니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안정적이게 된 후 직장을 그만뒀다. 좀 재미있게 살고 싶었다. 제주도로 돌아와서 영상분야에 알바처럼 일을 하고 있다. 영상이 너무 재미있어서 이쪽으로 일을 하려고 하다 보니 제주도 시장이 너무 좁았다. 일을 하면서 알게 된 사람들과 같이 일을 하려고 하다 보니 직장으로서의 일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는 일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같은 일을 해도 직업으로 하는 사람과 예술로서 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직업적으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을 하고 싶다. 그래서 지금 고민상태이다. 제주도는 시장이 너무 좁다. 정서적으로 행복하려고 제주도에 내려왔는데 막상 흥미가 생긴 이 분야에서 성공하고 싶은 마음이 드니 지역을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 생겨서 고민이다.  

유서영 :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일이라 적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은 사람들 만나서 이야기하고 각자의 필요에 맞는 사람들을 연결시켜주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그걸 잘하는지는 모르겠다. 연결시켰을 때 성공확률이 낮다. 그리고 그게 돈이 되지 않는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일을 생각해보면 그건 또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아니다. 나는 사회 경력도 4년 정도 된다. 사회 생활을 해보면 경력직은 3년부터 인정해주는데 어디 가서 경력직으로 지원하면 취업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면 지금보다 돈을 훨씬 더 많이 벌 수 있다. 내가 지금 스물아홉인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결혼 적령기에 있다. 최근 2-3개월 사이에 내 고등학교 동창들이 8명 정도가 결혼한다. 그동안 부정해 왔는데 정말 결혼 적령기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결혼을 생각하면 좀 더 안정적인 직장을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그런 일을 하면 재미있을 자신이 없다. 처음엔 돈 때문에 고민인가 생각했었다. 나는 지금 사회초년생은 아니다. 그런데 내가 다른 직장으로 옮겨서 다시 사회초년생으로 대우 받는 게 불편해서 그런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를 무시할 수도 있고 내게 상사가 생기는 것인데 그 상사들이 다 나의 마음에 들리라는 보장이 없지 않나. 좀 전에 봤던 영상에서처럼 상사들이 나를 괴롭힐 수도 있고, 재미없어도 비위를 맞춰야 상황들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이런 행동들에 비위를 맞출 자신이 없다. 고민이다. 

박건도 :

금재님은 직장에서 취직해서 일해 보신 적 있나? 그리고 지금 창업도 하셨는데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취업과 창업을 비교해 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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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라순담 '사회초년생입니다만'이 열린 플레이스 일로와. 사진=유서영. ⓒ제주의소리

이금재 : 

운 좋게 창업과 취업을 동시에 했었다. 취업을 했을 때는 사장님을 시간 외적으로 모셔다 드리고 모시고 가야하는 업무 외적인 것들이 있었다. 그분이 회사의 일이 아닌 대외적인 일도 시키셨다. 이런 회사는 다니기가 너무 어렵고 내가 차라리 이런 회사가 아닌 좀 더 좋은 회사를 만들어야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창업을 했는데 나도 그 분과 닮아가고 있는 것 같다. 저도 많은 인원은 아니지만 같이 팀을 이루고 생활하고 있는데 고민이 일을 하면서 피고용인의 생각보다 고용주로서의 생각이  더 많은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월급은 많이 주고 일은 적게 시킬 수 있을까? 월급을 제때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박건도 :

어떻게 보면 피고용인의 고민이지 않나?

이금재 :

그런데 그게 잘 안 된다. 피고용인들이 생각하는 것에 비해서 터무니없이 적다. 그들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이 생각할 수 있어서 적다고 느낄 수 있다. 자꾸 리마인드 시키려고 하는 것 중 하나가 이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월급을 제때주고 성과급을 줄 수 있다고 하면 주고 이런 것들이다. '(직장에서) 나갈까'하는 피고용인들의 고민과 복리 후생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하게 된다. 우리 회사에서 그들이 남아서 즐겁게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게 나의 고민이다. 

박건도 :

일에 관련 되서 하는 고민은 내가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막막한 게 있다. 문과를 나와 전공은 경제학이고 졸업했는데 막상 사회라는 일터에 나오니 내가 가진 기술이 하나도 없었다. '문송합니다'라는 말이 있다. '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이다. 디자인 툴을 다룰 수 있거나, 예술을 할 수 있거나, 컴퓨터를 다룰 수 있거나 등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뭐라도 배워야 하나, 디자인 툴이나 컴퓨터를 배워야 하나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회사에 취직하거나 단체에 들어가게 되면 내가 해야 할 역할들이 있어야 하는데 사회초년생이기 때문에 관리자 역할을 내게 맡기진 않는다. 나는 나만의 무기가 뭔지 모르겠다.

이민경 :

나는 얼마 전까지 3-4개의 일을 한꺼번에 해 왔다. 이런 생활을 몇 개월 했는데 이렇게 되니 내가 하고 싶어서 선택했던 일들이 짐으로 느껴졌다. 내가 하는 거의 모든 일들이 최저임금이 안 되는 일이었다. 나는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의 일들을 선택해서 해 왔는데 최저임금이 안 되니까 내가 평가절하된 거 같고 애정이 자꾸 식어서 마음이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회초년생이라는 단어가 가진 단어의 양면성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회초년생이니까 임금 좀 덜 받고, 사회초년생이니까 기술이 많지 않아도 괜찮다는 보호막도 있었던 것 같다. 사회초년생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보호막이라는 면과 폭력성이라는 면을 요즘 절실히 느끼고 있다. 사회에 진출한다는 표현이 있음으로 인해서 오히려 사회초년생으로 지칭되는 사람들에 폭력을 가할 수 있는 빌미를 주는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서 임신율과 출산율이 감소하고 있다고 교과서에 나와 있지 않나. 이미 여성은 사회에 진출해서 제 역할을 해 오고 있는데도. 사회초년생이라고 지칭되는 사람들이 이미 사회에서 굉장히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지칭됨으로 인해서 이중 삼중으로 겪는 것들이 있는 것 같다. 

유서영 :

우리가 진지해야 하지만 사실 그런 생각도 들었다. 말 그대로 처음 사회에 진입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사회초년생으로 부르지 않나. 누구나 처음인 사람들이 있다. 처음인 사람들이 사회진입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조금만 울타리를 낮춰주는 것을 고민만 해도 사회초년생의 고민들이 조금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때는 튀면 혼난다. 그런데 취업 준비할 때에는 튀어야 면접에서 붙는다. 막상 직장에 들어가면 튀면 잘린다. 우리 사회가 굉장히 개성을 억압하는 사회이다. 

좀 전에 건도님이 기술이라도 배워야 하는 게 아닐까라는 말을 했는데 우리가 다 보편화된 평균치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회사에 들어가서도 다 고만고만한 일들을 할 수 밖에 없는 거다. 앞서 현장 실습 이야기도 했었는데 대학교 4학년 친구들이 우리 회사에 현장실습을 온다. 그런데 사실 그 친구들에게 시킬 수 있는 일이 너무 없다. 그 친구들은 회사란 이런 거구나 실습을 하기 위해 온 건데 실제로 그 친구들에게 청소만 시키거나 취업준비나 공무원 준비를 할 거면 그 공부를 하라고 놔두는 회사도 많다. 그런 친구들이 사회에 들어가면 주눅이 든다. 그런 사회초년생이 시작하기 위한 기반을 잘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건도 :

부모와 가족의 품에서 제도적인 보호에서 나왔는데 너무 거기에서 독립하기에는 우리가 가진게 너무 없다. 그래서 제도적으로 보장받아야 할 것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도적인 보장이 잘 되어지면 사회라는 곳에서 청년들이 시민으로 살아가는데 좀 더 자존감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다. 

유서영 :

폭이 낮았으면 좋겠다. 지금은 어떤 느낌이냐면 계단인데 다리를 엄청 뻗어야 오를 수 있는 계단인거다. 우리가 학생에서 사회로 진입할 때 그 폭이 너무 넓어서 낑낑대며 올라가다 보니 현실적으로 체감하는 것이 너무 많은 거다. 그런데 계단 폭이 점점 더 낮아지면 그냥 평지를 걷는 것처럼 걷더라도 자연스럽게 사회에 스며들 수 있지 않나. 그래서 폭을 낮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에 대한 고민을 다 같이 하면 좋겠다. 너무 부자연스러워서 우리가 사회초년생이라는 이름까지 붙이는 것 같다. 

강나루 :

사회에 스며들면서 우리가 잃어버리는 게 있을 것 같다.

정영진 :

나는 호주에서 일할 때 제일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대화 좀 하고 팀원들과 소통 좀 하라는 거였다. 그런데 한국에서 일할 때는 말하면 무척 혼났다. 주어진 일을 다 끝내고 남들 도와주고 불필요한 말 하지 말고 선배들에게 말시키면 안 되고, 내가 할 일이 많으면 남아서 내가 끝내야 했다. 호주는 정말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최고 윗사람에게 무언가를 부탁해도 되고 농담도 할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그 곳에서 내게 무언가 중요한 일을 시켰을 때 나는 못한다고 거절을 했다. 내가 너무 한국 문화에 젖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에서 중요한 일을 하지 못했다. 선배들이 절대 안 시켜줬고 또 이것도 하나의 기술이라서 내가 잘해버리면 선배들의 입지가 좁아져버리니까. 개성이나 개인을 파괴하는 생각들을 너무 많이 들었다. 

유서영 :

문득 호주나 다른 나라에도 사회초년생이라는 말이 있을까 궁금하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그들을 지칭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으니까. 

박건도 :

나도 궁금해서 찾아봤다. 영어로는 루키란 말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만큼 사회초년생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너는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해야 해 라고 하는 건 없는 것 같다.  

이민경 :

루키는 좀 어감이 다르지 않을까. 처음이니까 더 반짝이고 그런 느낌인데 사회초년생은 너는 어리잖아 아무것도 모르잖아 약간 이런 느낌이다. 

유서영 :

슈퍼루키란 말을 하지만 슈퍼사회초년생이란 말을 안 하지 않나. 사회초년생이란 말은 좀 부정적인 어감이 있다.  

이민경 :

한국사회에 찌들어 있는 나이주의와도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박건도 :

다양한 것들이 결합되어 있는 것 같다. 

이민경 :

사회초년생에서 말하는 사회는 과연 어떤 사회인가 라는 의문도 든다. 취업을 이야기 하는 건가?

유서영 :

생산 활동이 가능한 사회. 

박건도 :

그건 또 어떻게 보면 학생들은 사회 구성원들이 아닌가 하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꽤 지났다. 마무리를 하고 소감을 나누면 좋겠다. 오늘 이렇게 사회초년생 혹은 사회초년생이었을 때의 고민을 쏟아 부어서 나만 그런 게 아니어서 좋았다. 그리고 좀 더 이런 자리가 더 많이 만들어져서 더 많은 팁들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회초년생이란 이름으로 우리가 좀 불합리한 일들도 받고 있지만 사회초년생보다는 우리도 이 사회의 시민으로서 존중받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우리도 많이 노력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금재 :

일단 저희 공간에 와 주셔서 감사하다. 나는 사회초년생은 아니지만 그 때 시절을 생각해 보면 지금과 많이 달라진 것 아닌 것 같다. 초년생이라서 조금 걱정은 많지만 나이가 아직 젊어서 무한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나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조금 더 긍정적으로 살아볼까 생각한다. 여러분들과 같이 많이 만났으면 좋겠다. 

유서영 :

나는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을 하는 사회를 꿈꾼다. 경력이 많고 경험이 많고 또 일을 좀 잘하면 당연히 일을 처음 하고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 답답할 수밖에 없다. 5분이면 할 것을 한 시간을 잡고 끙끙대지 않나. 하지만 나도 그랬었으니까 하며 여유를 갖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우리가 사회초년생으로서의 불합리한 점만 이야기 했지만 사실은 사회초년생이라서 얻는 혜택들도 많다. 처음이니까 어느 정도 용서되는 것들도 있다. 조금 더 여유 있어진다면 우리가 조금 더 자연스러워지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 

강나루 :

나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눴다. 학교 다닐 때보다는 확실히 관계에 대해서 생각할 게 많아졌다. 그리고 파악이 잘 안되고 이게 무슨 상황인지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모르는 일들이 많다. 그럴 때면 선생님, 부모님, 혹은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한다. 어차피 알게 되겠지만 지금은 그걸 모르는 상태인가 라는 생각도 든다. 내가 어떤 새로운 패턴을 만들 수 없지 않나. 사회화가 어차피 될 건데 내가 지금 몰라도 나중에 안다면 난 그렇게 '어른'이 될 수 밖에 없는 걸까? 새로운 패턴을 만들 수는 없는 걸까? 내가 정말 어른만 알고 있는 뭔가를 모르는 걸까란 생각이 들고 지금 아리송한 기분으로 끝난 것 같다. 

정영진 :

외국에서 사회초년생으로서의 루키는 역할과 임무가 다른 느낌이지만 사회초년생은 인격조차 나눠버린 말인 것 같아서 굉장히 억압적이라는 것을 느꼈다. 오늘 거의 부정적인 것들을 나눴지만 사회초년생은 아직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설레는 시기이지 않나. 나는 설레고 그렇다. 다들 파이팅 했으면 좋겠다. 

이민경 :

사회초년생이란 말을 대체할 수 있는 단어가 빨리 생겼으면 좋겠다. 지나가는 과정에 있는 사람이라든지 과도기 이런 것처럼 다른 단어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런 사회에 대한 얘기를 친언니가 일을 시작한 이후로 밖에 듣지 못했었다. 사실 지금 일을 하면서 느끼는 것들도, 일을 해보니까 기분이 어떻고, 이런 경험이 있다 정도만 털어놓는 식이었는데, 오늘처럼 이야기 할 수 있는 자리가 있어서 좋았다.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가 있으면 또 알려달라. 시간이 더 많으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시간이 빨리 끝난 것 같아서 아쉽다. 내가 생각지도 못한 것을 들을 수 있어서 되게 좋았다. 

황이새 :

저도 또래들을 만나서 좋았다. 일 시작한지 딱 1년 되었다. 나는 처음인데 다른 분들은 다 잘하시니까 외로움을 많이 느끼게 된다. 물어보기 좀 그렇고 혼자하지니 답답하고. 알고 보면 되게 쉬운 일인데 하게 되면 너무 고민이 된다. 다들 겪는 통과의례인가 싶기도 하다. 다양한 이야기 들으면서 생각할 시간이 되었다. 감사하다. 

박건도 :

오늘 탐라순담 '사회초년생 입니다만'은 여기에서 마무리를 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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