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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롭게 발견된 동굴 입구. 제2공항 반대 성산읍 대책위와 ‘제2공항 전면 재검토와 새로운 제주를 위한 도민행동’ 사진 제공.

서귀포시, 예정부지 북쪽 600m 지점서 발견...국토부 현황조사 부실 지적 자초 '꿰맞추기 의혹'

서귀포시 성산읍 제주 제2공항 예정부지 인근에서 새로운 동굴이 발견됐다. 국토교통부 동굴 현황조사의 신뢰성이 다시 도마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31일 서귀포시 등에 따르면 최근 성산읍 수산1리에서 밭 기반 정비사업 공사를 벌이다가 동굴을 발견, 자체적으로 1차 조사를 벌인 뒤 제주세계유산본부에 이 사실을 통보했다.

이에 세계유산본부는 오늘(31일) 동굴 현장 답사에 나섰다.

세계유산본부는 현장 답사 등 자체 조사 결과를 정리해 문화재청에 보고할 예정이다. 문화재청은 보고된 내용을 바탕으로 전문가 협의 과정 등을 거쳐 동굴 등급 지정 등 절차를 제주도와 함께 진행하게 된다. 이 과정이 마무리될 때까지 모든 공사는 중단된다.

동굴 규모는 정밀조사가 필요하지만, 높이가 1m 정도다. 동굴이 발견된 곳은 제2공항 예정 부지에서 북쪽으로 600m 정도 떨어진 곳으로, 국토부의 제주 제2공항 관련 '전략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는 없는 동굴이다.

새로운 동굴의 발견이 제2공항 건설에 어떤 영향을 줄지 가늠하기 힘들지만, 국토부의 부실 용역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2006년 성산읍 난산리 일대에서 풍력발전단지 조성 사업이 추진되던 중 천연기념물인 수산굴 가지굴이 발견돼 풍력단지 사업이 중단되기도 했다.

제2공항 반대 성산읍 대책위와 제주도내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제2공항 전면 재검토와 새로운 제주를 위한 도민행동’은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국토부의 동굴 현황조사가 형식적인 통과의례 절차에 불과한 부실한 평가라는 점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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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굴 안에서 찍은 사진. 제2공항 반대 성산읍 대책위와 ‘제2공항 전면 재검토와 새로운 제주를 위한 도민행동’ 사진 제공.
이들 단체는 “동굴 규모와 가치에 상관없이 동굴 발견의 의미는 작지 않다. 제2공항 예정지 인근이 다수 동굴 분포지역임이 재확인 된 것으로, 새로운 동굴의 추가 발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국토부 동굴 현황조사 보고서에는 제2공항 예정부지 북쪽에 동굴이 없다고 기술됐지만, 새로운 동굴이 발견됐다. 국토부 조사가 부실했다는 것”이라며 “나아가 많은 주민 등은 알려지지 않은 동굴이 성산읍에 많다고 증언하고 있다”고 전했다.

단체들은 “국토부의 동굴 현황조사는 문헌 기반 조사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제2공항 추진 강행을 고수하고 있다”며 “동굴 분포 지대는 비행기 활주로로서 위험한 곳이다. 수백톤에 달하는 비행기 하중을 견딜 수 없어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문헌에 따르면 성산에는 수산굴을 비롯해 18개 천연동굴이 있고, 제2공항 예정 부지인 신산리에 1곳, 수산리에 7곳, 온평리에 3곳이 있다. 심지어 예정부지와 1km 떨어진 곳에는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긴 용암동굴인 천연기념물 수산굴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제2공항 사전타당성 조사에서는 성산읍 일대가 환경 파괴가 적다고 나왔다. 예비타당성 조사에서는 오름 10개 절취가 필요하다고 기술됐다. 정황을 보면 제2공항 예정부지를 확정 지어놓고 자료를 꿰맞춘 것이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특히 “이번에 발견된 동굴은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 각종 제2공항 추진 절차를 멈춰야 한다. 원희룡 지사는 제2공항 기본계획 추진을 시사했다. 국토부와 제주도를 믿을 수 없다. 제2공항 관련 모든 절차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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