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달-새물 비교.jpg
▲ 과거 박달하수처리장의 새이름은 '안양새물공원'이다. 예전 박달하수처리장 시설 모습(왼쪽)과 내년 3월 준공 예정인 안양새물공원의 시설 조감도. 과거 지상부에 있어 악취 민원이 끊이지 않았던 하수처리시설들이 모두 대규모 시민공원 지하로 내려가 악취와 미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 도두동 주민들이 하수처리시설을 놓고 ‘제주자치도정은 죽었다’며, 퍼포먼스이긴 하나 장례식 발인까지 준비하는 등 반발이 심상치 않다. 결국 원희룡 도지사가 기존 단계별 현대화사업 추진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가까스로 장례식 퍼포먼스는 일단 중단됐다. 연일 기준치를 넘는 하수방류, 잦은 악취, 하수처리 비전문성 등을 해소해달라는 주민들의 호소가 터져 나온 지 1년이다. 그러나 도두마을은 여전히 몸살이다. 1일 오폐수 평균 유입량은 현재 처리용량인 12만2000톤의 턱 밑인 94% 수준까지 차올랐다. 원희룡 도정이 지난 1년간 추진해온 현대화사업 타당성 용역과 주민공청회, 전문가 검토 등의 결과를 뒤집고 최근 ‘4만톤 우선 증설’을 명분으로 한 ‘단계별 현대화사업 추진’은 스스로 도정에 대한 신뢰를 깎아 내리는 과오라는 것이 중론이다. <제주의소리>가 하수처리현대화사업을 추진해 운영 중인 전국의 다양한 사례를 현장 취재해 소개한다. 오염행위를 원천 차단하고, 주민친화형 처리시설을 조성해 소위 ‘님비(NIMBY)’ 현상이 사라지고 있는 곳들을 중심으로 찾아가봤다. <편집자> 

[기획-하수처리 현대화시설 현장을 가다]④ 경기도 박달하수처리장 ‘안양새물공원’

‘안양 새물공원’. 과거 박달하수처리장의 새 이름이다. 하수처리장의 이름만 바뀐 것은 아니다. 민원이 잇따랐던 ‘악취’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거대한 공장시설 같던 육상 위의 하수처리 시설들도 모두 땅 속으로 사라졌다. 

결국, ‘악취 나는 하수처리장’은 사라지고, 축구장 20개를 조성할 수 있는 면적에 거대한 ‘시민체육공원’이 조성돼 개장을 눈앞에 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석천로1(박달동 655번지) 일원. 박달하수처리장을 ‘완전 지하화’ 하는 ‘안양 새물공원 조성사업’ 현장이다. 지난 달 취재진이 현장을 방문한 날, 수많은 공사인력과 차량들이 쉴 새 없이 현장을 오가고 있었다.  

안양 새물공원 조성 현장 바로 옆으로도 광명KTX 역세권과 주상복합건물 개발 공사도 한창이었다. 국내 굴지의 유명기업 브랜드 아파트들도 공사를 마치고 속속 입주 중이거나 한창 건설 중인 모습이었다. 주변에는 이케아, 롯데아울렛, 코스트코 등 이른바 쇼핑의 메카로 불릴법한 대형 매장들도 성업 중이다. 

상공 사진(환경부 제공).jpg
▲ 안양새물공원 조성 공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상반기 사업부지를 상공에서 촬영한 모습. 현재는 지상부 공사가 한창 마무리 중이다. ⓒ제주의소리
사업현장.jpg
▲ 안양새물공원 공사현장 모습. 지난 달 취재진이 현장을 찾았을 때 지상부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제주의소리
사업현장2.jpg
▲ 안양새물공원. 하수처리시설이 모두 공원 지하에 시설된 위로 지상에는 대규모 시민공원이 조성되고 있다. 공원 우측으로 대형 아파트 단지가 공원과 불과 100m 거리에 위치해 있다. 과거 박달하수처리장이었던 안양새물공원은 집단 민원 우려가 높은 악취와 미관 문제를 현대화 사업으로 모두 해결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제주의소리

안양 새물공원의 사업수행은 안양시와 한국환경공단이 주관해 설계시공 일괄입찰(Turn-Key) 방식으로 추진됐다. 시공은 포스코건설(40%), 한라건설(15%), ㈜삼호(15%), 신세계건설(15%), 이엠종합건설(15%) 등이 컨소시엄 공동이행방식으로 추진 중이었다. 총사업비는 3218억원이다. 

지난 1992년 처음 가동을 시작한 경기 안양시 박달하수처리장은 과거 툭하면 악취로 인한 민원이 잇따라 제기됐던 곳이다. 군포·의왕·광명을 포함하는 안양시권에서 유입되는 일일 최대 30만톤 규모의 생활하수를 처리해왔다.  

그러던 중,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는 격’이었을까? 하수처리장 코앞에 광명 역세권 택지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바로 인접한 광명 역세권 주상복합아파트 입주민과 상인들의 집단 민원이 당장 큰 걸림돌로 예상됐다. 대표적으로 파크자이 1·2차 아파트 약 1800여 세대는 새물공원시설과 직선거리로 불과 100여m 떨어져 있다. 당장 ‘악취 저감’과 ‘미관 개선’이라는 두 가지 큰 난제를 해결해야 했다. 
 
이에 안양시는 숙의 끝에 하수처리 현대화사업을 결정했다. 극약처방인 셈이었다. 가동 중에 있는 대규모 하수처리시설을 완전 지하화 하는 국내 최초의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가동 중인 지상의 하수처리시설을 무중단 상태로 완전 지하화 하는 작업은 세계적으로도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반응이다. 특히 ‘무중단 시공’을 적용한 점과 하수처리시설과 주민들의 생활공간이 맞닿아 있는 점은 제주도두하수처리장의 환경과도 매우 유사해 제주도가 각별히 주목해야 할 곳이기도 하다.   

아파트촌.jpg
▲ 안양새물공원 바로 인근에는 대기업 브랜드 아파트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과거 하수처리장 인근에선 볼수 없는 풍경들이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지하1.jpg
▲ 안양새물공원 지하에 시험가동중인 하수처리시설을 현장 관계자가 둘러보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지하3.jpg
▲ 안양새물공원 지하에 들어선 침사지 및 유입펌프장 시설ⓒ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하수처리 시설을 완전 지하화하고 지상에는 대규모 녹색 체육공원을 조성하는 ‘안양 새물공원 조성사업’은 지난 2013년 4월부터 그렇게 첫 삽을 떴다. 지상에 들어서는 체육공원은 주민의견수렴과 조정을 거쳐 풋살장(2면), 족구장(2), 농구장(1), 테니스장(8), 인공암벽장(1), 축구장(1) 등으로 최종 확정된 상태다. 총면적 18만㎡ 규모다.  

안양새물공원 조성사업은 서해안고속도로에 인접한 대규모 굴착공사가 수반될 뿐만 아니라 짧은 공사기간 동안 건조시설, 소화조, 발전시설 등 복합환경시설의 설치를 마무리해야 하는 최고 난이도의 사업으로도 알려져 있다.

공사가 마무리되면 하루 25만t의 하수를 처리할 수 있으며 이는 국내 지하화 하수처리시설 중 최대 규모다. 11월 현재 약 97%의 공정률로 현재 대부분의 지하시설의 공사가 완료되어 순조롭게 시운전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한국환경공단 등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일부 상부 공원조성 부분에 대한 공사가 한창이고 올 연말까지 대부분 마무리 될 예정이다. 당초 올 9월 예정이었던 안양 새물공원조성사업 준공은 내년 3월15일로 연기된 상태다. 

공사 관계자와 함께 지하1~3층의 처리시설 내부를 살펴보았다. 하수처리시설, 하수찌꺼기 처리시설, 소화조 및 발전시설, 통합 반출시설 등 모든 시설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도록 시공됐다. 

가장 중요한 악취저감과 탈취에 특별히 공을 들인 모습이었다. 주 악취 발생의 원인인 하수찌꺼기와 정화조·분뇨 등의 찌꺼기 계통의 시설들을 지하에 집약화해 법적기준보다 강화한 악취 기준을 적용, 완벽한 탈취 계획과 악취 모니터링을 구축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시험 가동 중인 시설 내부에서 악취라고 느낄만한 거슬리는 냄새는 전혀 맡을 수 없었다. 

하수처리 역시 유입된 하수는 침사지와 유입펌프장을 거쳐 1차 침전지와 생물반응조를 거치는 동안 협작물은 수도권 매립지로 이송처리된다. 또한 생하수찌꺼기와 잉여하수찌거기는 농축시설-저류시설-탈수시설-발전시설·건조시설 등을 거치는 동안 생산된 발전폐열은 전력 판매하고, 함수율 10% 미만으로 처리된 건조부산물도 완벽하게 처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었다. 

최종적으로는 생물반응조와 총인처리시설을 거쳐 법정 방류수질 기준치를 훨씬 밑도는 처리된 물을 안양천으로 방류된다. 방류수질은 BOD(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 COD(화학적 산소요구량), 대장균수 등 대부분 기준항목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정화돼 방류된다. 예를 들어 BOD 186㎎/ℓ의 오염된 하수가 유입될 경우 법정방류수질은 10㎎/ℓ 이하이지만 4.5㎎/ℓ 이하의 보증 수질로 방류한다는 계획이다. 

방류수질기준.jpg
▲ 안양새물공원에서 처리된 방류수질 기준은 법적기준을 훨씬 밑도는 수준으로 처리된다. ⓒ제주의소리
지하2.jpg
▲ 안양새물공원 지하에 들어선 하수처리시설 내부에는 전혀 악취가 나지 않았다. 건물 밖과 지상은 물론 지하 시설 내부에서조차 악취를 맡기 어려웠다. 최첨단 악취저감 및 탈취시설들이 곳곳에 들어서 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지하4.jpg
▲ 안양새물공원 지하 하수처리시설 중 소화조 및 발전시설 ⓒ제주의소리

이곳에 들어서는 신재생에너지시설도 눈에 띄었다. 공원부지 내에서 연간 1846만kWh의 전력을 태양광 발전시설, 하수열, 소화가스 활용 등을 통해 생산할 계획이다. 이는 연간 약 5400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물론 아직 안양새물공원이 준공 전이고, 본격적인 가동이 시작되지 않은 상태라 종합적인 평가는 때 이르다. 그러나 대표적인 기피혐오시설로 인식되던 하수처리장이 다양한 여가활용이 가능한 열린 공간으로 시민들 품으로 돌아가게 되며, 광명역세권에 꼭 필요한 도시 속 휴식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은 분명했다. 

현장 관계자는 “과거 같으면 하수처리장 옆의 부동산 시세는 떨어지거나 거래되지 않아야 정상이지만, 지금 이 근처에 들어선 고급아파트와 상가들은 모두 가격이 70~80% 상승했다”며 “하수처리장으로 인식하고 있으면 절대 불가능한 현상이지만 도심 속에 거대한 자연공원이 생긴 것이니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하수처리시설을 지하화하는 현대화 사업의 가장 큰 목적 아니겠냐”라고 설명했다. 

광명KTX 역세권에서 부동산 사무실을 운영 중인 공인중개사 박 모(47)씨는 “부동산 경기가 정체였던 요 몇 년 사이 소위 ‘나 홀로 상승세’를 이어가는 드문 지역 중 하나가 여기 광명역세권 지구”라며 “박달하수처리장이 안양새물공원으로 변신하면서 이케아 매장, 롯데아울렛, 코스트코 등 쇼핑의 메카가 되고 있다. 하수처리장이 현대화되지 않았으면 부동산 가격을 견인하는 쇼핑시설과 KTX역 등이 이 일대에 절대 생길 리 없었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기피시설 1호’ 였던 하수처리시설. 박달하수처리장에서 안양새물공원으로의 변신은 도시와 반드시 떨어져 있어야 하고, 시민들의 생활공간과는 절대 융화될 수 없는 혐오시설이었던 과거 인식을 180도 완전히 바꾸는 새로운 본보기로 제시되고 있다. 

현재 처리용량 한계로 극도의 몸살을 앓고 있는 제주도두하수처리장이 환경분야에서 님비 현상을 극복한 사례로 기록되기 위한 교훈을 찾는데 제주도정이 더 이상 시간을 허비 말아야 한다는 확신은 안양새물공원 현장에서 더욱 깊어졌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