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주 제2공항 입지 선정 타당성을 재조사 하자는 반대측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였지만 기본계획 수립 용역 방식을 두고 이견을 보이며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구본환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1급 고위직)은 5일 오후 4시 제주도청 앞 농성 천막을 방문해 27일째 단식농성중인 김경배씨를 위로하고 곧바로 반대측 주민들과 비공개 회의를 가졌다.
구 실장의 제주 방문은 9월27일 ‘공항인프라 확충 관련 관계자 간담회’ 이후 9일만이다. 당시 구 실장은 마을주민과 시민단체, 제주도와 4자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방문은 당시 제2공항 반대 성산읍대책위원회가 국토부에 제시한 ‘제2공항 타당성 재조사 요구서’에 대한 국토부의 답변을 전달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서였다.
구 실장은 “건강을 위해 김경배씨에게 단식을 풀어달라는 부탁을 드렸다”며 “지난번에 이어 귀와 마음을 열고 진정성 있는 자세로 주민들 이야기를 듣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반대측에서는 강원보 제2공항 성산읍반대대책위 집행위원장과 김문식 사무국장, 김형주 난산리비대위 공동대표, 문상빈 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이영웅 사무처장이 마주했다.
양측은 국토부와 제주도가 2015년 11월 발표한 ‘제주 공항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의 부실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타당성 용역 재조사를 진행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재조사를 위한 민‧관 합동협의체를 구성하고 정부와 지역주민이 함께 쟁점사항을 확인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용역’과 ‘제2공항 타당성 재조사’의 시점 등을 두고 생각을 달리했다.
국토부는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제주 제2공항 입지선정 타당성 및 기본계획 수립용역’으로 변경해 두 용역을 함께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양측은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1시30분 가까이 비공개 간담회를 열었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오후 5시쯤 빈손으로 돌아섰다.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두고 양측이 여전히 이견을 보이면서 주민들의 천막 농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국토부의 기본계획 수립 용역 시점도 더욱 불투명해졌다.
제2공항 성산읍반대대책위는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하며 9월10일부터 제주도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9월26일에는 사업 원점 재검토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도 열었다.
국토부는 당초 올해 1월부터 기본계획 수립 절차에 착수하기로 했지만 아직 용역 발주를 하지 않았다. 제주도는 지난 9월27일 국토부에 제2공항 조기건설을 공식 요청했다.
최근에는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서귀포시 포럼 강연에서 “국토부가 내부적으로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11월에 발주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말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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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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