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평화기행(9)] 아시아교육원 준비하는 오재식 선생과의 만남
"제주-오끼나와-하와이, 평화의 섬 연대 만들어야"

대학생 9명이 함께하는 참여환경연대 한반도 평화기행이 이번엔 ‘아시아’와 만났다.
정확히, ‘아시아에 미친’ <아시아교육원>의 오재식 선생과의 만남이다.

오재식 선생은 국제구호단체인 ‘월드비전’을 9년 동안 이끌며 남북교류에 앞장서 온 인물이다. 현재는 성공회대 교수로도 재직중이며, 제주 표선에서 ‘생명농업’을 펴고 있는 ‘정농회’의 산증인 오재길 선생의 동생이기도 하다.

오재식 선생에게 있어 ‘아시아’는 숙명처럼 부여잡아야 할 이 시대 최고의 가치다. 오재식 선생은 실제로 십 수년전 부터 아시아 각국을 돌며 주민들의 삶과 문화를 직접 체험하며 책을 펴내는 일도 해왔다.
그래서 아시아 교육원을 준비하는 일은 그에게 오랜 숙원을 펴는 설렘이 되고 있다.

‘아시아’를 상품화 하지 말라

   
 
 
몇년 전부터 ‘아시아의 가치’가 새로운 국제사회의 담론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작년 이후 아시아 담론은 아직 ‘상상의 공동체’ 수준이지만 적어도 학계를 중심으로 ‘지역공동체 만들기’의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나아가 올해 들어 아시아는 언론의 주요한 화두가 되었다. 모 방송사는 올해의 모토를 ‘아시아의 창’으로 정하고 각종 기획과 더불어 연예프로그램에까지 이 화두를 등장시키고 있다. 조만간 모든 언론사가 경쟁적으로 아시아 조명에 나설 전망이다

하지만, 오재식 선생은 이러한 현상이 오히려 아시아를 상품화시킨다고 비판했다. 아시아가 세계 경제의 주요한 지역으로 떠오르면서 유행처럼 번지는 ‘아시아 열기’는 이미 변질을 우려하게 한다. 아시아를 배우고 받들고 다원적 공간으로서의 지역공동체를 말하기 보다는, 경제활동 대상의 장으로, 미국주도의 세계경제시스템의 대항하는 또 다른 블럭만들기 얘기되면서 국가의 틀안에서 전개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국가틀 안에서의 아시아의 만남이란 국가간 이해의 장으로서 또 다른 경쟁과 배제로 아시아 내부의 서열이 매겨지고 결국 미국 주도의 세계경제시스템에 대한 경쟁을 빌미로 아시아 시민들의 삶이 왜곡될 수있다는 것이다.

“관광지에서 터반을 두른 이슬람 사람들 본 적 있어요? ”

그는 아시아가 더 이상 “일본의 발자취를 따라서 아시아를 뒤로 하고 유럽과 미국의 사회, 문화, 종교를 동경”해서는 안되며, “한국 사람은 이제 아시아로 돌아와야 한다”고 역설한다. 특히 나라 밖에서 보면 ‘우리의 70년대 자화상 같은 우리와 아시아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그 방향은 민(民)의 교류와 문화의 존중이 우선되어야 한다.

예컨대, 돼지고기 냄새만 맡아도 싫어하는 우리를 찾는 이슬람 사람들을 위한 배려의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 관광지에서 머리에 터반을 두른 아랍인들은 찾아볼 수 없다. 이는 단순한 이유다. 그들은 한국, 그리고 제주에 오고 싶어도 ‘음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을 위한 이슬람 식당, 이슬람 호텔, 사원을 만들자. 그러면 올 것이다. 문화의 교류이기도 하지만, 우리관광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다.

지역사회에 노동자로, 혹은 결혼이민자로 와 있는 베트남인들을 원어민 강사로 세우는 식의 일도 서로가 상생하고 신뢰관계를 만드는 일이다. 이런 식의 상상력의 공간을 현실에서 만들어 보자는 제안을 하는 오원장에게 제주도는 매우 적합한 공간이다. 이는 또한 ‘세계’ 평화의 섬 제주가 바로가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아이디어들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을 통하지 않는 ‘제주’야말로 진정한 ‘아시아의 창’,
‘지역당(Local Party)’만들기도 적극 고려해야

오재식 선생은 지금의 패권적 세계질서를 바꾸기 위해서는 국가간의 관계인 ‘국제 사회’를 ‘민제(民際) 사회‘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핵심단위는 바로 ‘지역’이 되어야 한다. 국가는 지역을 지원하는 지원체계일 뿐이다. 구체적 현장과 사람관계가 있는 지역이 국가를 통하지 않고 세계(아시아)와 만날때 미시적인 ‘사람’의 역사가 조명되고 ‘개인’은 국민이나 민족구성원을 넘어선 진짜 세계시민이 되는 것이다.

국가는 ‘사람의 삶’보다는 국가이익을 내세울 수 밖에 없지만, 지역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기본 조건을 내걸기 때문에 보편성에 있어 국가보다 우월한 장점을 가진다. 지역은 또 국가간의 이념경계와 상관 없이 관계맺음에 나설 수 있다. “다른 나라 사람들과의 소통과 관계에 있어서 국가는 지켜야할 예의절차가 있고 안보상의 배려를 해야 하지만 지역사회는 이런 과정 없이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소통하는 관계를 세우기가 쉽다.

이런 면에서 지방에서 벗어나 이제 진짜 ‘지역’이 되는 제주의 의미는 크다. 국가의 틀이 아닌 국제사회의 주체로서 세계와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역으로 국익과 연결된 ‘테스트 베드’로서 제주의 특별자치는 온당치 않다는 결론이기도 하다. 최근 문제가 되는 해군기지나 의료, 교육개방 문제는 이런 논리적 주목을 전제로 검토되어야 한다. 오히려 의료와 교육은 지역에 대한 지원체계로서 철저히 국가의 몫이다.

정치와 사회, 국제관계는 지역이 주체로 작동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오재식 원장은 ‘지역당(Local Party)'이 활성화 돼 있는 일본 등의 사례를 눈여겨 볼 것을 당부했다. 지역의 수장은 오래도록 유지되지만, 대통령은 6개월에 한 번씩 바뀌는 스위스의 경우도 흥미롭게 제시되었다. 그리고 지역에서 무엇보다 아시아의 또 다른 여러 지역들과 직접 소통하기 위한  인프라로서 직항로를 많이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물리적으로도 국가를 거치지 않고 지역과지역간의 직접교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제주의 과제와 또 다시 직결된다.
‘지역’으로서, 진정한 ‘아시아의 창’으로서 제주를 세우자!

   
 
 
“제주-오끼나와-하와이 평화의 섬 연대를 만들자”

섬문화는 ‘지역’의 표상이다. 그리고 섬은 늘 역사적으로 배제와 지배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오재식 선생은 “섬 문화를 잘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오끼나와와 하와이는 제주도와 지리적으로 역사적으로 닮아 있다. ‘평화’가 역사의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적용될 수 있는 것도 닮은 점이다. 때문에 이 섬들의 연대는 국가가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특별자치를 통하여 ‘지방’의 틀을 극복하고 아시아 나라들의 지역들과 소통의 공간으로 자리잡으려는 노력이 안에서의 제주가 갖는 ‘창’역할이라면, 평화의 섬으로 제주가 이들 섬과 연대하는 일은 국가주도의 국제사회에 흐름에 새로운 질서를 싹 틔우는 밖에서의 ‘창’역할이다.

‘아시아 교육원’ 제주에 오게 하자.

오재식 선생이 주도하는 ‘아시아 교육원’은 지금 본격 설립작업에 한창이다. 공적 교육기관으로서 역할하기 위해 교육부처와의 합의만 이뤄진다면 조만간 사단법인 형태로 출발하게 된다. 이 법인에는 국내의 원로 시민운동가, 언론인, 사회공헌에 앞장서는 기업인 등 알만한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오재식 선생은 아시악 교육원이 만들어지면 ‘아시아 학원’을 열 계획이다. 학생이나 시민, 기업에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3~4개월 코스로 아시아를 체험하면 그 결과를 학과성적이나 직장 고과에 적용되도록 하는 새로운 방안이다. 이를 위해 이른바 ‘학점 뱅크’제와 같은 아이디어도 완성돼 가고 있다. 연수나 탐방이 일회성 해외나들이가 아닌 사회적으로 공인되는 교육의 과정으로 삼으려는 것이다.

이런 구상과 아이디어들은 제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민운동은 물론이고 제주도 행정 또한 제주도를 ‘다원적 공간’으로 제주의 국제사회 위상을 세우는 데 참고할 가치가 커 보인다. 아예 아시아 교육원을 제주에 유치하자. 사람들이 많이 만나는 장으로서의 제주도 이것이 국제도시로서 제주가 제대로 인정받는 길이 아닌가!

※ 고유기 님은 제주참여환경연대 사무처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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