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장실습 사망사고' 이석문 교육감 유감 표명 전부...교육행정질문 취지 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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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열린 제356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2차 정례회 교육행정질문 ⓒ제주의소리
21일 제주도의회가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을 상대로 한 교육행정질문에서 최근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일고 있는 '현장실습 고교생 사망사고'를 다루지 않아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민감한 사안을 의도적으로 회피한, '무딘 검증'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제주도의회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제356회 정례회 제5차 본회의를 열고 이 교육감을 상대로 교육행정질문을 벌였다. 이날 10명의 의원은 일문일답·일괄질문·서면질문 등의 형식으로 질문을 쏟아냈다. 의원 1명에게 배정된 40분의 질문시간을 충실히 활용했고, 필요에 따라 보충질의까지 하는 등 여느 때와 같이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세부적인 질문 내용을 살펴보면 유사한 사안들이 중복되거나, 특정 지역구에 국한된 민원 해결성 질문이 상당수였다.

무상교육 전면 도입, 기초학력 향상 대책, 교육공무직 처우 개선 등의 사안이 반복적으로 다뤄졌고, 질문이 비슷하니 교육감의 답변 또한 '대동소이'했다. 예술중점학교 운영, 과대·과밀학교 문제, 서부권 신규 중학교 설립 등의 현안도 이전부터 진행돼 왔던 터라 유의미한 답변이 나오지 못했다. 소위 '이슈화'될 법한 날카로운 검증이 사라진 것이다.

특히 최근 발생한 현장실습 고교생의 사망 사고와 관련한 질의는 서두에 짧게 언급되는 수준에 그쳐 교육현안을 날카롭게 파고들어야 하는 교육행정질문의 취지를 무색케했다. 

교육행정질문 초반, 사고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이 교육감은 "숨진 학생의 명복을 빈다. 남겨진 가족들과 부모님들에게도 깊은 위로와 뭐라 말할 수 없는 책임감을 느낀다. 교육감으로서는 자괴감 역시 느낀다"며 한껏 자세를 낮췄지만, 이 발언이 유일했다. 재발 방지 대책은 뭔지, 제도 개선 방안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질문도, 답변도 없었다.

실습 현장에서 벌어진 불의의 사고라는 점에서 손 쓸 새가 없었다 하더라도, 교육당국은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현장실습 시스템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이 요구됨은 물론, 시민사회 일부는 현장 실습제도의 폐지까지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다 분명한 해결의지를 보여야 했다.

사안의 시의성과 중대성을 감안하면 의원들도 견제와 감시 기능을 제대로 발휘했어야 했다. 교육현장의 세밀한 문제까지 끄집어 낸 의원들이 제주사회를 넘어 전국적으로 논란이 된 해당 사안을 다루지 않은 것에 의문이 드는 이유다.

모 의원은 "교육행정질문 이틀 전까지 (집행부에)질문요지서를 미리 송부하도록 돼있다보니 관련 내용이 누락됐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학생이 숨진 시점이 이틀 전인 19일 새벽이어서 질문에 넣지 못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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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우 기자 ⓒ제주의소리
하지만, 이 사건이 발생한 것은 이미 열흘을 훌쩍 넘긴 지난 9일이었다. 핵심은 '시스템의 문제'를 찾아내고 이를 고쳐나가는 데 있음에도, 학생이 중상을 입었던 때는 중요하지 않던 사안이 숨진 이후에야 주목을 받는 것인지는 모를 일이다.

물론, 교육행정질문이 문제 해결을 위한 유일한 통로는 아니다. 앞으로도 검증과 개선의 여지는 얼마든지 남아있다. 불의의 사고가 발생한 근본적 이유는 무엇인지, 고칠 점은 없는지 제대로 짚는 것이 임기 6개월여를 남겨놓은 선출직 의원들의 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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