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실습 사망 故 이민호 군 추모문화제...“사과 없는 업체 (주)제이크리에이션 규탄”

현장실습 중에 세상을 떠난 故 이민호 군을 추모하는 자리가 제주에서 열렸다. 추모문화제 날은 마침 이 군의 생일이기도 해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다. 추운 날에도 촛불을 든 참가자들은 사고 책임을 회피하는 현장실습 사고 업체(주)제이크리에이션을 규탄하면서,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도내 24개 단체가 모인 ‘현장실습고등학생 사망에 따른 제주지역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3일 오후 6시 제주시청 조형물 앞에서 <현장실습 사망 고등학생 추모문화제>를 개최했다. 추모문화제 부제는 ‘The Saddest Birthday’(가장 슬픈 생일)로 정했다. 11월 23일이 이 군의 생일이기 때문이다.

▲ 현장실습 중에 세상을 떠난 故 이민호 군을 추모하는 추모문화제가 23일 제주시청 조형물 앞에서 열렸다. ⓒ제주의소리

이 군은 지난 9일 제주시 구좌읍 용암해수단지에 있는 (주)제이크리에이션 공장에서 현장실습으로 근무하던 중, 제품 적재기에 목이 끼는 사고를 당했다. (주)제이크리에이션은 용암해수로 생수 제품 ‘라바’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이 군은 목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19일 숨을 거뒀다. 사고 당시 (주)제이크리에이션이 상황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국회에서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현장실습 제도에 대한 우려도 높아진 상황이다. 

추모문화제 참가자들은 (주)제이크리에이션의 무책임한 태도를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제주도교육청, 이 군의 학교, 고용노동부, 업체를 지원하는 제주도까지 적극적으로 사태 해결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특히 청소년들이 다수 참여해, 어른들의 잘못으로 또 다시 또래 친구가 목숨을 잃는 현실에 분노를 금치 못했다.

수능을 마치고 곧바로 이곳을 찾았다는 고민성(제주제일고등학교 3) 군은 “어른들의 이해관계로 또 다시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블랙코미디와 다름없는 부당한 현실이다. 반드시 정당한 심판이 이뤄져야 한다. 그 어떤 죽음도 물음표가 남아서는 안된다”며 진상규명을 강조했다.

▲ 추모문화제에 참여한 청소년들. ⓒ제주의소리
▲ 추모문화제에 참여한 청소년들. ⓒ제주의소리
▲ 참여자들이 작성한 추모의 글. ⓒ제주의소리

대책위 집행위원장이자 제주서중학교 교사이기도 한 정영조 씨는 “(주)제이크리에이션의 문제점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업체는 사고 최초 상황 당시 학생이 아닌 비정규직이 다쳤다고 알렸다. 공장 근무자 증언에 따르면, 이 군이 다루던 기계는 2시간에 한번 꼴로 고장 나서 수시로 불순물을 빼내야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런 기계에 고등학생을 투입시키면서 사고 상황에 대해 ‘학생이 들어갔다’고 근로복지공단에 보고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씨는 “사과도 없는 (주)제이크리에이션은 내년에도 제주 고등학생들을 현장 실습이란 이름으로 쓸 것이다. 이런 회사는 제주에서 발 붙이지 못하도록 도민 운동이라도 해서 추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진상조사 발표에 소극적인 제주도교육청, 학생이 죽었는데 무한 책임지는 자세도 없는 학교도 싸잡아 비판했다. 

▲ 청소년들이 메모지에 추모의 글을 작성해 붙이고 있다. ⓒ제주의소리
▲ 추모의 글. ⓒ제주의소리

정 씨는 “고용노동부는 이 업체 뿐만 아니라 현장실습 기업을 대상으로 특별 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하며, 제주도는 (주)제이크리에이션에 대한 지원을 멈춰야 한다. 드러나지 않는 현장실습의 문제와 적폐 모두 이번 기회에 없애자”고 촉구했다.

사고 현장 CCTV를 봤다는 다른 참가자는 "이 군이 기계에 껴있는 상황에서 다른 현장실습 친구는 어떻게 할 지 몰라 뛰어다니고 있는데, 다른 쪽에 있는 직원들은 스마트폰을 하면서 서성이고 있었다. (주)제이크리에이션은 살인 기업이나 다름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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