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주시 환경당국 보도자료 '눈총'...축산폐수 등 논란에도 '미사여구' 가득

"높은 수준의 품격이 담긴 환경친화적 도시조성을 핵심 가치로"

세밑, 제주시 환경당국이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자체평가를 내린 문구다. 제주시는 28일 이 같은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제주의 청정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기대 이상의 성과 창출을 냈다"고 밝혔다.

특히 △생태환경의 가치 제고 추진 사업 △공해 없고 오염 없는 쾌적한 도시조성 사업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 △지속가능한 산림자원 조성사업 △안정적인 폐기물 처리 기반시설 구축사업 △자연·문화·사람의 가치를 높이는 사업 등으로 분류해 그간의 성과를 차례로 열거했다.

하지만,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며 부족한 점은 없었는지,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복기해야 하는 이 시기, 제주시의 '말잔치'는 분명 어색했다.

적어도 환경 분야에 있어서 올해는 예년에 비해 유독 다사다난했던 해였다. 충분한 사전 공감대 없이 시행된 재활용품 분리배출제에 대한 찬반 논란, 처리용량을 초과한 하수종말처리장이 오폐수를 여과없이 바다로 배출했던 사건의 여파가 컸던 해였다.

무엇보다 읍면지역에서는 비양심적인 일부 양돈업자들에 의해 축산폐수가 지하수 숨골로 그대로 흘러들어간 사실이 드러나면서 도민사회가 경악하기도 했다.

일부 업자들의 일탈로 치부하기에는 당국의 실책이 너무나 컸다. 이전부터 주민들의 민원이 쏟아졌음에도 담당부서의 관리감독 체계는 허점투성이었다. 사태가 일파만파 번지기 전까지 당국은 문제를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환경당국은 결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말이다. 진중히 성찰해야 할 시점에 지나친 '자뻑'이라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과연 제주시의 표현대로 진정 '청정브랜드 가치를 높인 기대 이상의 성과를 창출한 해'였는지 되묻고 싶은 대목이다. 물론 재활용품 분리배출제가 논란도 컸지만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진행형 논란이 들끓고 있는 축산폐수 문제에 대한 제주시의 자체 평가는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다. 오해 없도록 제주시 보도자료 원문을 그대로 옮겨보자.

○배출시설에 대한 민관합동 점검 체계 구축하여 환경오염 배출사업장장 234개소를 대상으로 지도․점검을 벌인 결과 폐수 무단방류 등 5개소 및 사업장폐기물 부적정 처리 등 55건에 대하여 행정조치를 하였으며, 생활민원 3370건에 대하여 소음저감 및 시설개선 명령 87건, 과태료 8400만원과 함께 고발 1건 등의 행정처분을 취했다.

○또한 가축분뇨 무단배출행위 및 축산 악취 피해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위해 양돈장 208개소에 대하여 전수조사를 실시하여 42개소 의심농가에 대한 처리량을 확인하는 한편 가축분뇨 무단배출 59농가를 적발하여 허가취소 2개소, 고발 7개소 등 강력한 행정행정처분을 단행하였고,
 
○아울러 축산환경감시원 46명을 선발하여 민간자율 감시체계 강화로 6개 농가 가축분뇨 부적정 처리행위를 확인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아무리 다시 살펴봐도 '자기 성찰'은 없다. 전후 사정을 모르는 이가 보면 영락없이 제주시의 선제적인 대응으로 인해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오인하기 딱이다. 이 외의 사안에 대해서도 보도자료는 그럴싸한 홍보용 문구로 채워져 있었다.

행정기관이 제공하는 보도자료는 도민들에게 전하는 'PR'이긴 하다. 시쳇말로 '피(P)할 것은 피하고 알(R)릴 것은 알리는' 수단이다. 실제로 재활용품 배출제 등에 있어서는 분명한 성과를 내기도 했고, 제주시는 이를 적극 어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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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우 기자 ⓒ제주의소리
책임있는 제주시 관계자는 "올 한해 욕을 많이 들었지만 연말 직원들의 사기도 진작시키는 차원에서 자료를 낸 것이다. 업무를 맡은 담당자들이 많이 힘들어 했다. 내년에는 더 열심히 일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이해를 구했다. 

그러나, 제주시는 공공기관으로서 공과 과를 명확히 분석하고, 이에 따른 신상필벌을 분명히 해야 했다. 설익은 미사여구로 그간의 과오는 가려지지 않는다.

진정으로 원하는 '청정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제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자아도취(自我陶醉)를 경계해야 한다. /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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