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어르신이 지도 한 장을 보이더니 손가락으로 선을 그었다.
“아마 여기서부터 여기까지는 될거야.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들어온다면 여기지 뭐. 내 땅도 있어. 그 위로 활주로가 날 거야. 긴 활주로”
제주 제2공항 후보지로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가 포함된 이후 주민들은 유독 지도를 보는 일이 잦아졌다. 벌써 2년째다.
국토교통부는 2014년 10월부터 1년간 ‘제주 공항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용역’을 시행하고 2015년 11월10일 성산읍 일대를 제주 제2공항 후보지로 전격 발표했다.
당시 용역진이 압축한 후보지는 성산(온평리)과 난산리, 대정읍 신도리와 하모리 등 모두 4곳이었다. 성산의 평가 점수는 89.0점으로 공역과 장애물, 접근성 등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정부 발표 직후 온평리 마을회관에서는 곧바로 대책회의가 열렸다. 사업부지 한가운데 온평리가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정 부지의 무려 70%를 차지했다.
사업부지는 온평리와 난산리를 경계로 마을 서쪽에 자리잡고 았다. 예상되는 활주로를 기준으로 북쪽은 수산리, 남쪽은 신산리가 위치해 있다.
온평리 부지 안에서만 최소 60여 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나머지 부지는 대부분 임야와 밭이다. 예정대로 사업이 추진된다면 주민들은 공항 주변 개발사업 택지로 강제 이주된다.
토지주들은 강제수용 절차가 불가피해진다. 제주의 경우 사유지 매입 과정에서 대토보상 등이 간혹 있었지만, 이처럼 대규모 국책사업에 대한 대토 보상은 사실은 불가능하다.
토지는 물론 대대로 지켜온 조상묘 이전도 난제다. 제주도는 항공촬영을 통해 사업부지 2400여필지 중 1700여 필지에 묘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온평리는 월동무가 유명하지. 맛도 좋고 품질도 좋고. 아마 사업부지 내 밭의 80%는 무재배 농가일거야. 제2공항이 들어서면 대토할 땅이 없으니. 농사를 지을 수 있으려나”
“확정된 것도 없는데 땅 값 얘기가 벌써 나와. 한 평(3.3㎡)당 50만원이라는 얘기도 있어. 지금 평당 200만원이 넘는 곳도 있다는데 강제수용이 될지 몰라”
제2공항 건설에 대한 긍정적 시각도 없지 않았다. 비록 땅을 잃지만 건설 사업으로 인한 일자리 창출과 마을발전에 대한 기대심리도 만만치 않다.
“무조건 반대할 필요는 없어. 마을이 발전되면 후손들에게도 좋은 일이지. 형제와 부모, 자식간에도 생각은 달라. 근데 그 때문에 갈등이 생겨서는 안돼. 제2공항으로 마을이 쪼개지는 일은 없어야지”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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