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후 칼럼] 서울 집중 현상 지나 '지방의 서울화'까지 부작용 속출...지방분권 개헌 시급

전국 시·군·구 지방자치단체 226개 중 30%가 30년 후 없어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작년에 나왔다. 저출산 고령화 추세가 현행대로 진행된다면 지방소멸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오래된 전통, 기억, 역사, 신화, 스토리, 문화, 예술, 관습을 공유하고 자산으로 남긴 지역 공동체가 없어지면 우리의 위대한 유산은 그대로 잊히고 만다. 올해부터 15살에서 64살 사이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이른바 '인구절벽' 현상이 본격화되면 지방의 피해는 중앙에 비해 더 심해질 수 있다. 저성장 시대에 지방이 겪고 있는 문제들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정책에 기대한 채 방치한다면 해결은 요원할 뿐이다. 

서울은 우리의 현실을 반영한다. 고도 성장기에 서울은 대한민국의 전부였다. 미래는 서울에 있었지 지방에는 없었다. 모든 일은 서울로부터 출발했고 서울에서 끝났다. 국토계획을 짜는 공무원과 전문가들은 서울을 중심에 놓고 기획하고 설계하여 예산을 배분한 결과, 사람과 물자가 서울로 몰려들었다. 지방의 두뇌 유출은 지역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서울 중심의 문화 예술, 미디어 발전은 지역민의 가치관이나 의식구조를 서울과 일치 시켰다.

지방이 서울을 발전 모델로 미래를 설계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지방의 서울화는 제국주의 시대에 근대 문물과 제도를 식민지에 이식하는 양태와 닮았다고 볼 수 있다. 서울의 발전과정을 따라간 결과 지방은 겉으로 서울과 비슷해졌지만 속은 채워지지 않은 상태로 나빠졌으며 현재 진행 중이다. 서울집중 현상에 ‘지방은 서울의 식민지다. 서울민국이다’는 격한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에 부동산 광풍이 불면 지방은 열병을 앓는다. 부동산 가치 의존도가 높은 주민들은 상대적 박탈감이 높아져 눈에 띄는 스펙타클한 지역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된다. 집값, 땅값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바로 민심은 선거로 향한다. 중앙과 지방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면서 자산 가치 증식에 도움이 될 만한 지역의 도로, 철도, 공공시설물과 같은 기반시설 예산의 확보에 지역 국회의원들은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예산 국회가 끝나면 지역 예산 확보 결과를 홍보하는 현수막이 지역 곳곳에 걸려있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지역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따오기는 의원들의 자랑거리며 지상과제인 셈이다. 

지역 주민들은 거의 대부분이 서울로 향하도록 건설된 고속도로나 철도를 보고 처음에는 쾌재를 불렀지만 그것이 서울로 모든 것을 휩쓸고 갈 것으로 생각지는 못했다. 모든 지방 소도시를 우회하는 새로운 도로는 빠르고 안전한 교통을 목적으로 개설되었으나 구도심을 황폐화시키는 주범으로 작용하고 있다. 과밀한 도심 공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하여 시청과 군청 등 주요 공공시설을 외곽으로 이전하여 신도시를 세우는 사업이 한 때 유행했다. 이것은 정책 실패로 이어져 구도심은 쇠락의 길로 빠져들었다. 모든 중소도시가 겪고 있는 문제다. 지방재정 집행과정에서 복지를 제외하고 건설, 토목, 문화 예술 분야의 사업예산 태반이 서울 소재 사업자에게 돌아간다. 지역에 떨어지는 낙수효과는 미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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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원들의 예산 따오기 활극에서 시선을 다른 시급한 과제로 돌려야 한다. 지방분권 개헌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출처=시민건강증진연구소( health.re.kr ).

지방의 서울 따라 하기는 지역 발전이나 개인의 자산 가치의 증대 같은 목적 달성에 일부를 제외하고 거의 실패했다. 지방 쇠퇴가 가속화되면서 기반 시설의 확보나 신도시 공간의 건설은 미래의 짐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방도로는 사회적 편익보다는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사례가 많다. 이용률이 낮은 지방도로는 물류 운송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유지 관리비가 부담이 되면서 예산 배분을 왜곡할 수 있다. 도로 관리 소홀로 인해 고령의 주민들에게 흉기로 작용하기도 한다. 

오래된 것이 각광받는 시대라고 한다. 개발 열풍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서울의 북촌 서촌, 전주의 한옥마을, 제주의 산지천 지역은 근대 문화유산으로 재조명되고 스토리를 재현하여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조선시대의 건물 도로의 흔적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일제 강점기의 것이 조금 남아 있고, 해방이후는 새마을 사업과 재개발로 많이 사라졌다. 낡은 가옥, 낡은 골목의 잠재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높아질 것이다. 지역 고유의 문화유산을 찾아 의미를 부여하고 축제, 공공디자인, 캐릭터 사업에 지역 간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지방의 선택 여하에 따라 지속 가능한 지역 공동체 발전의 디딤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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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후 소통기획자.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이제 서울은 지역의 미래가 될 수 없다. 지방의 생존양식과 미래체계에 대한 획기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도로, 철도, 신도시 공간 건설에 올인하는 시대는 지났다. 지역 기반시설 예산은 장기적 관점에서 지방소멸시대를 조금 늦추기 위한 땜질 처방이 될 뿐이다. 의원들의 예산 따오기 활극에서 시선을 다른 시급한 과제로 돌려야 한다. 지방분권 개헌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현 정부에서 추진하는 도시재생 사업과 농어민 기본 소득제, 지역 전통 유산 발굴, 농촌의 구옥 처리, 기존 도로의 안전 관리와 효율성 제고 등 지방을 살리는 백년대계를 세워야 한다. 지역의 관점에서 성찰하고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야 지방이 살아날 수 있다. / 권영후 소통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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