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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진상조사위 이미 구성, 6월 실무조사단 출범...'10년 갈등' 해결 일대 전환점

청와대가 권력기관 개혁안 발표 과정에서 과거 적폐와 관련한 진상조사 개시 의사를 밝히면서 제주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의 강정마을 인권침해의 실체가 11년만에 드러날지 관심이다.

14일 청와대가 권력기관 개편 방향을 발표하면서 경찰의 우선 조사 대상으로 언급한 사건은 제주 강정마을과 백남기 농민 사망, 밀양 송전탑, 평택 쌍용차, 용산 화재 사건이다.

5대 사건은 경찰개혁위원회가 진상조사에 나서도록 권고해 경찰청이 조사를 검토중인 사안이다. 경찰청은 후속조치로 2017년 8월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를 이미 발족했다.

조사위는 경찰의 경비와 수사, 정보수집 과정에서 공권력을 잘못 행사하거나 인권침해가 의심되는 사건 등을 조사해 진상을 밝히고 재발방지책을 권고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독립성 보장을 위해 위원 9명 중 6명을 민간위원으로 구성하고 현재는 조사를 담당할 실무조사단 임용 절차를 진행중이다. 6월쯤 조사단이 꾸려지면 곧바로 조사가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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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은 2017년 10월 제주해군기지 건설 과정의 공권력 남용과 인권침해 내용 등이 담긴 문서를 작성하고 조사위 차원의 진상 요구를 진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은 2007년 4월26일 강정마을회관에서 찬성측 임원의 주도로 모인 87명이 유치 결정을 하면서 비극이 시작됐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지면서 강정은 찬반으로 나뉘어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반대측 주민들이 절차적 문제를 주장하며 해군기지 건설 반대를 외쳤지만 정부는 공권력 투입으로 맞섰다.

2011년 9월 해군기지 부지에 가설 방음벽인 펜스가 설치되면서 해군과 주민들간 물리적 충돌이 본격화 됐다. 이때부터 정부는 경찰력을 대거 투입해 주민들을 압박했다.

그해 12월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에서 주민과 경찰간 물리적 다툼이 벌어지자 연행자들의 공범 여부를 밝힌다며 20여명의 통화내역을 무분별하게 조회하기도 했다.

공사를 강행한 해군이 2012년 3월 구럼비 해안을 발파하면서 갈등은 극에 달했다. 그해 집회와 시위과정에서 연행된 인원만 주민과 평화활동가 등 200명에 육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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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를 위해 2011년부터 2년간 경기청 소속 기동대 등 다른 지역 경찰 9300여명을 투입했다. 제주에 육지부 경력이 장기간 대규모로 투입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2012년 4월에는 강정포구에 몰린 집회 참가자들을 해산한다며 체루액까지 발사했다. 경찰이 현장을 찾은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까지 막아서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2015년 1월에는 해군이 제주해군기지 부지 밖 마을에 해군관사를 건설하면서 주민들과 또 다시 마찰을 빚었다. 주민들은 망루와 천막을 설치하고 공사 중단을 촉구했다.

굴착기가 동원된 대집행 속에 현장에 있던 종교인의 이마가 찢어지는 등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해머와 절단기까지 동원되면서 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제주에서 유례가 없는 공권력 투입으로 2007년 이후 10년간 해군기지로 연행된 인원만 696명(중복)에 이른다. 이중 611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구속기소자만 30명이다.

이들 중 478명이 확정 판결을 받았다. 집행유예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 받은 인원만 177명이다. 286명은 벌금형에 처해졌고 나머지 15명은 무죄를 선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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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고유예와 공소기각 등을 제외한 11명은 현재도 재판을 받고 있다. 이미 형이 확정된 인사들이 납부했거나 내야 할 벌금만 3억원에 육박한다. 이마저 추가 확정 판결을 뺀 금액이다.

강정마을은 조사위의 진정성 있는 조사를 통해 공권력의 과도한 투입과 인권침해의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법원은 2007년 4월 제주도청 앞에서 경찰의 시위자 연행에 반대하며 경찰관을 밀치고 버스 밑에 드러누운 A씨의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당시 경찰은 경찰의 정당한 업무를 방해했다며 체포가 적법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신분증까지 보여준 A씨를 체포한 것은 불법에 해당한다고 공권력 남용을 인정했다. 

진상조사에서 공권력 남용과 인권침해의 실체가 확인되면 강정마을 주민들에 대한 정부의 사면에도 정당성이 확보돼 일정 부분 명예회복이 가능해진다. 특히 구상권 철회에 이어 해군기지 갈등 해결에 일대 전기가 마련될 전망이다.

해군기지 추진 과정에 대한 진상조사는 강정마을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사안이다.   

고권일 강정마을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장은 “강정 문제가 이번 조사로 끝나는 것은 아니”라며 “인권탄압의 증거가 발견되면 입지선정에 대한 진상조사까지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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