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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충근 씨가 발견한 한국 미기록 식물 백록고사리. 사진=한국식물분류학회.
[단독] 아마추어 식물연구가 오충근 씨 ‘백록고사리’ 발견...“남방계 식물, 기후변화 증명”

지금껏 국내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새로운 식물이 제주도 한라산에서 발견됐다. 대만 등 남쪽에서 주로 자라는 식물로, 국내 기후 변화를 나타내는 또 하나의 발견이 될 전망이다.

한국식물분류학회는 지난해 12월 31일 발간한 학회지에서 한국 미기록종 ‘백록고사리’[Tectaria fuscipes (Wall. ex Bedd.) C. Chr.]를 발표했다. 백록고사리는 제주 서귀포 출신 아마추어 식물연구가 오충근(56, 두가시한라봉 농장) 씨가 지난해 2월 17일 한라산에서 발견했다.

이번 건은 국내에서 보고되지 않은 새로운 식물의 ‘과(科)’를 새로 발견한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크다. 동식물을 포함한 생물을 분류할 때 사용하는 용어로 과·속(屬)·종(種) 등이 있다. 학교로 비유하면 과는 학교, 속은 학년, 종은 반 정도로 보면 된다. 식물 종이 새로 등장하는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상위 개념인 속·과는 드문 경우다. 특히 2008년 영주풀에 이어 다시 한 번 제주에서 미기록 식물이 발견되면서, '식생의 보고(寶庫)'라는 평가가 힘을 얻게 됐다.

애초 오 씨는 백록고사리과-백록고사리속-백록고사리로 이름 붙일 예정이었지만, 학회지 등재 과정에서 아쉽게도 미늘창고사리과(Tectariaceae Panigrahi)-미늘창고사리속(Tectaria Cav.)-백록고사리로 바뀌었다. 학회지 등재는 같은 서귀포 출신 김명준 여미지식물원 객원연구원과 이남숙 이화여자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 신혜우(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에코크리에이티브 협동과정) 씨가 함께 참여했다.

서귀포 쪽에서 보면 한라산 남서부 사면에 분포하는 백록고사리는 거의 직립하거나 비스듬히 올라가는 모양새다. 또, 두 가지 형태의 잎이 나는 특징이 있다.

▲ 백록고사리를 다양하게 살펴본 사진들. 사진=한국식물분류학회.
▲ 백록고사리의 다양한 잎. 사진=한국식물분류학회.

한국에서는 당연히 이번이 처음이고 대만, 중국 남부지방, 필리핀, 미얀마, 태국 등 주로 따뜻한 남쪽 지역에서 보고된 바 있다. 제주도는 지금까지 알려진 백록고사리의 분포 지역 중 최북동 지역이라는 점에서 온난화의 증거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중국, 일본 등 인접 국가와의 식물 종 다양성 측면에서 한 단계 경쟁력을 키운 계기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오 씨는 서귀포시 토평동에서 한라봉, 레몬, 노지감귤 등을 재배하는 농부다.(두가시 한라봉, http://www.dugasi.co.kr ) 앞서 영주풀, 돈내콩(영주갈고리) 등 미기록 식물을 다수 발견하며 오랫동안 식물 연구에 매진해온 아마추어 식물연구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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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록고사리를 처음 발견한 오충근 씨(왼쪽)와 학회 등재 작업에 참여한 김명준 씨. ⓒ제주의소리

오 씨는 백록고사리를 발견한 소감에 대해 “한라산 정상 부근을 종의 피난처라고 부른다. 서늘한 곳 추운 곳에서 더 잘 사는 식물들이 많기 때문이다. 일례로 암매는 일본 북쪽 대설산 등 추운 곳에 주로 사는 식물인데 지리적으로 많이 떨어진 백록담 근처에 산다. 암매가 제주에 자생할 수 있는 것은 살만한 여건과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한라산이 대설산의 기후와 비슷한 점이 있기에 암매가 살 수 있는 것이다. 거꾸로 백록고사리는 따뜻한 곳에 사는 식물이다. 백록고사리가 사는 곳은 환경이 대만 남쪽과 같은 부분이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보면 제주는 대만과 대설산 사이의 모든 식물을 품고 있다는, 품을 수 있다는 말이 된다”고  밝혔다.

백록고사리에 대한 내용은 한국식물분류학회지 홈페이지( http://e-kjpt.org )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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