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관광 패러다임 전환 토론회...박찬식 "땅 물려주기 위해 땅 팔아야 하는 시대 올 것"

꾸준히 성장해온 제주 관광 산업이 점점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관광 산업 성장으로 일부 도민들이 수혜는 커녕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다. 

5일 오후 2시 제주벤처마루 10층 백록담홀에서 열린 ‘제주관광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토론회-오버투어리즘 시대 제주의 환경과 제주도민의 삶은 지속 가능한가’에서 토론자로 나선 박찬식 육지사는제주사름 대표는 “제주 관광이 딜레마에 빠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 5일 제주벤처마루에서 제주관광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박 대표는 “오버투어리즘은 관광 산업의 딜레마다. 수혜집단과 비수혜집단이 아니라 수혜집단과 피해받는 집단으로 나뉜다는 얘기”라며 “관광 산업과 관계없는 일반인들이 교통난, 부동산 가격 상승, 소음 등 문제로 피해를 주장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그나마 농민들이 일부 땅을 갖고 있지만, 후세대에 물려줄 때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상속받는 사람들이 내야 할 세금도 엄청나다. 결국 상속세를 내기 위해 땅을 팔아야할 처지”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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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식 육지사는제주사름 대표.

박 대표는 “도민들이 내놓은 땅을 누가 살 수 있겠나. 일반 도민들은 사기 힘들다. 대부분 개발을 노리는 자본가들이 땅을 살 것”이라며 “시간이 흐를수록 자기 땅을 가진 도민이 몇 명이나 남을까 궁금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적인 관광지 하와이에서 전체 노숙자의 30~40%가 직장을 갖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직장을 갖고 있어도 폭등한 주거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제주 부동산도 공시지가 상승률이 전국 최고 수준이다. 소득은 이전과 비슷한데 내야 하는 세금은 갈수록 늘고 있다. 이런 악순환이 지속되면 미래에는 회복하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관광객이 알아서 늘지 않았다. 관광객 유입을 위한 정책이 있었기 때문이다. 관광 산업 유지를 위한 정책도 마련할 수 있다. 입도세를 받아야할 시점”이라며 “또 제주 개발에 따른 이익을 도민들에게 배당해야 한다. 개인의 노력으로 얻은 이익이 아니라 제주의 자원으로 얻은 이익”이라고 입도세와 개발 이익 재분배를 주장했다.

끝으로 박 대표는 “제주 제2공항이 꼭 필요한 이유를 모르겠다. 지금은 잠시 멈추고, 장기적으로, 지속적으로 제주가 성장할 수 있는 비전을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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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토론자로 나선 박찬식 대표, 홍영철 대표, 이상봉 도의원, 강원보 집행위원장.

박 대표와 함께 토론자로 나선 강원보 제주 제2공항성산읍반대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성산에 보존가치가 높은 동굴이 많다. 수산굴의 경우 제2공항 예정부지와 500m 떨어졌다. 동굴의 특성상 수산굴 가지가 해안가까지 이어졌다고 가정하면 제2공항 예정부지에 수산굴이 포함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과거 공사를 하다 동굴이 나오자 급히 메우기도 했다.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용암동굴이 많은 지역에 제2공항을 짓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상봉 제주도의원은 “제주를 찾는 관광객 2000만명 시대가 제주 관광의 변곡점이다. 교통 혼잡과 쓰레기·하수 처리 등 관광객 유입으로 인한 이익보다 사회적 비용이 더 커질 수도 있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균형있는 성장과 환경 중심으로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일반 도민들이 주거나 생업을 위협받으면 안된다. 관광객 중심 정책이 아니라 제주도민 생활을 우선하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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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주제발표자 김성훈 연구원, 이상범 연구원, 좌장 서영표 제주대 교수.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대표는 “제주 도시계획이 상주인구 75만명, 관광객 등 체류인구 25만명으로 잡혔다. 하루 평균인데, 여름철 관광 성수기는 다르다. 성수기때 체류 인구는 25만명을 훌쩍 넘길 것”이라며 “도시계획에 따라 인프라를 확충해도 성수기 때는 상하수도 용량 등이 초과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제주의 가치를 살려야 한다. 제주는 2차산업 구조가 취약하다. 1차산업은 관광 등 3차산업과 연계할 수 있지만, 2차 산업 성장 방향을 꾀해야 한다. 균형잡힌 산업구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으로 제주 제2공항반대범도민행동, 제주 제2공항반대성산읍대책위원회, 제주참여환경연대가 주최했다.

홍익대학교 과학기술연구원 김성훈 연구원이 ‘제주 관광정책과 환경·사회적 수용력’을 주제로 발표했고,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이상범 연구원의 ‘제주 관광정책과 오버투어리즘’ 주제 발표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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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제주벤처마루에서 제주관광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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