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후 칼럼] 평창 단일팀, 가상화폐, 검찰 성추행 폭로...변화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필요

이미 알려진 것, 알고 있는 것, 익숙한 것은 자명한 것으로 간주한다. 반면 낯선 현상들은 증명되지 않고, 비정상적인 것으로 인식한다. 현실 너머의 세계와 경계에 있는 현상들을 감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집단과 개인들이 이해관계나 욕망에 집착한다면 변화에 둔감해질 수밖에 없다. ‘블랙 스완’은 고정관념에 의존한 예측을 벗어나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발생하는 현상을 뜻한다. 기존의 제도나 질서가 해체되는 새로운 변화를 통찰하고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수용하여 태도를 바꾸기까지는 많은 난관을 헤쳐 나가야 한다.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팀 단일팀 구성이 예상치 못한 반대에 부닥쳤고,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했다. 단일팀을 둘러싸고 당사자의 억울함에 대한 젊은 세대의 분노와 동정적 지지 여론은 공정성과 사회 정의의 관점에서 쌓인 불만이 표출된 것이다. 불공정한 정책 결정과 이제까지 힘든 노력의 결과를 기득권 세력이 제멋대로 재단하고 훼손한 것에 대한 반응이다. 양극화와 불평등한 기득권 구조, 지대추구 사회에 대한 저항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기성세대는 단일팀을 만드는 과정에서 젊은 세대의 대북인식과 통일, 민족에 대한 의식의 변화에 당황하고 있다. 2030세대는 올림픽의 성공보다는 개인이 우선이며 일방적 희생은 강요될 수 없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지금까지 통일이나 민족의 당위성은 세대를 초월하여 언제나 동의할 수 있는 의제로 생각했다. 젊은 세대의 높아진 염북, 혐북 정서에서 북한을 한민족의 구성원으로 생각하는 의식이 희박해졌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민족주의나 공동체주의를 남쪽만의 현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통일을 전제로 하는 ‘분단체제’에서 두 개 국가의 평화 공존을 상정하는 ‘양국체제’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성찰적 과제를 제시한 것이다.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에 대한 반응도 충격적이다.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에 따른 가상화폐의 확산과 수요자들의 폭발적인 기대심리가 결합하여 나타난 문제를 현행 화폐제도의 프레임 안에서 해결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국가가 개인 관심의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대안 제시에 실패한 것이다. 가상화폐가 급속한 기술발전과 병행하기 때문에 거래 당사자의 행동과 욕망 등 구체적 속성에 대해 정밀하게 분석하고 평가하기는 어려운 문제다. 여기에 국가가 개인을 보호하지 못한다는 감정이 결부되어 배신감은 커진 셈이다.

블록체인 기술의 가치와 효용성, 미래의 발전 가능성은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가상화폐 열풍에는 묻지마 투기와 규제, 화폐로서의 제도화라는 명암이 존재한다. 우선 투기광풍을 잠재우고 건전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긴급한 과제다. 가상화폐 논란이 큰 후유증 없이 정착되기까지는 여러 번의 고비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 문제는 자본주의를 지탱해온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본원화폐와 민간은행이 공급하는 신용화폐로 구성된 통화시스템의 대안까지 제시하고 공론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현직 여성 검사가 검찰 고위간부에게 성추행 당한 사실을 용감하게 폭로하였다. 강력한 권력집단 내에서 벌어진 추문을 밖으로 끄집어냈다. 검사라는 특수한 직업이 아니었다면 거대한 침묵과 무관심을 깨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성문제에 대한 기존 접근 방식을 과감히 배격하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는 요구로 해석된다. 

kgh17_203522_2[269414].jpg
▲ 고정관념을 깨는 분노와 저항, 폭로는 낯설게 보이고 신선한 충격을 던져 준다. 고루한 구태와 악습, 행태,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라는 것이다. 사진=오마이뉴스.

지금까지 수많은 성추행 사건들이 이슈화되었지만 제대로 된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가해자들의 조직적인 은폐전술과 낙인찍기, 양비론에 말려들어 잠깐 반짝이다가 관심의 영역에서 멀어지곤 했다. 이번 폭로는 피해자의 연대를 의미하는 ‘미투(me too) 캠페인’을 확산시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절호의 기회다. 시민들이 지속적으로 공감하고 지지를 보낸다면 모든 피해자들은 당당하게 미세한 성추행까지 진실을 증
199181_229833_3049.jpg
▲ 권영후 소통기획자.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언하고 가해자들은 숨을 곳이 없어질 것이다. 고착화된 성차별 구조를 바꾸는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고정관념을 깨는 분노와 저항, 폭로는 낯설게 보이고 신선한 충격을 던져 준다. 고루한 구태와 악습, 행태,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라는 것이다. 현재의 특이점을 정확하게 관찰하고 새로운 질서의 출현에 부응할 수 있는 실질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 국가보다는 개인의 가치 실현, 공정한 정의 사회의 구현, 성평등 의식의 정착과 페미니즘 의무 교육이 시급하다. 낯설게 보이는 것을 넘어서야 할 때다. / 권영후 소통기획자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