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UNESCO)가 인증한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에는 다양한 야생식물이 자생하고 있습니다. 섬 전체가 한라산의 영역이나 다름없는 제주는 해안 저지대에서 오름과 하천, 곶자왈, 그리고 백록담 정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환경과 지역에 분포하는 야생식물들이 오랫동안 생태계를 이루며 뿌리 내렸습니다. 멸종위기 식물에서부터 지천에 퍼져 있는 야생식물까지 능히 식물의 보고(寶庫)라 할 만합니다. <제주의소리>가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에 자라는 식물의 가치를 널리 알려 지속적인 보전에 힘을 싣기 위한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를 카드뉴스 형태로 매월 격주로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 (11) 변산바람꽃 <Eranthis byunsanensis B.Y.Sun> -미나리아재비과-

바람이 불어옵니다. 봄바람이 바람을 타고 솔솔 불어옵니다. 그 바람을 따라 바람꽃 아이들이 피어납니다.

올해 유독히도 추웠던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변산바람꽃이 봄을 깨우고 있습니다.
속명인 'Eranthis'는 봄꽃을 의미하고 'byunsanensis'는 처음 발견한 변산반도를 의미합니다. 변산바람꽃으로 <제주의소리> 독자 분들께 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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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우리가 바람꽃이라 부르는 꽃은 아네모네(Anemone)속에 속하지만 이 변산바람꽃은 에란디스(Eranthis)속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에란디스(Eranthis)속에는 이 변산바람꽃과 너도바람꽃이 있는데, 변산바람꽃이 발견했을 당시만 해도 너도바람꽃의 한 종으로 보았다고 합니다.

꽃 이름은 전북 변산반도에서 처음 발견됐다고 해서 이름이 지어졌습니다. 옛날엔 식물 조사를 4월 정도에야 시작했기 때문에 2월에 피기 시작해 3월이면 다 져버리는 변산바람꽃을 잘 몰랐다고 합니다.

그 이후 1993년 전북대 선병윤 교수가 변산바람꽃을 발표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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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꽃의 꽃밭침(화피: 꽃잎으로 보이는)은 대부분 흰색이며 수술의 색깔이 다른데, 아네모네속 아이들은 노랗지만 이 변산바람꽃은 연한 보라색입니다. 꽃잎처럼 보이는 5~7장의 꽃받침 잎으로 작은 곤충들을 불러 모으는 역할을 합니다. 10여센티도 안되는 작은 크기의 꽃들이 땅바닥에 바짝 붙어 여기저기, 올망졸망 피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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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꽃 종류는 대개 이른 봄에 꽃을 피워 번식을 마칩니다. 주변 나무들의 잎이 나기 전에 광합성을 해서 덩이뿌리에 영양분을 저장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변산바람꽃을 시작으로 야생화 나들이가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바람꽃이라는 이름의 유래에서도 알 수 있듯 바람에 잘 흔들리는 가는 줄기를 가졌지만, 쉽게 꺾이지 않는 모습이 아름다워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지요. 그 가는 줄기에 환한 고운 얼굴을 내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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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봄의 전령사인 변산바람꽃의 구조를 살펴볼까요? 500원 정도 크기의 작은 꽃의 구조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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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처럼 보이는 하얀 잎 다섯 장은 사실 꽃받침이고, 꽃술 주변을 둘러싼 깔때기 모양 기관 열 개 안팎은 퇴화한 꽃잎이랍니다. 가끔은 꽃받침이 가끔 4장~10장인 변산바람꽃 변이도 만날 수 있고 녹색을 띤 변이종인 변산바람꽃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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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바람꽃을 따라 세복수초가 같이 피어나고 이제 제주에서는 꿩의바람꽃, 산괭이눈, 산자고, 가는잎할미꽃들이 피어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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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화려하게 피어났다가 봄을 알려주고 사라지는 것이 아쉬웠던지 이 변산바람꽃의 꽃말이 '덧없는 사랑'이라고 합니다. 고운 변산바람꽃의 자태를 <제주의소리> 독자분들께 전해 드리면서 봄이 오는 3월에도 독자 분들의 가정에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빌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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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는 한라산국립공원의 협조로 <제주의소리> 블로그 뉴스 객원기자 겸 자연환경해설사로 활동해온 문성필 시민기자와 특별취재팀이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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