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물’은 다른 지역 그것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섬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뿌리내려 숨 쉬는 모든 생명이 한라산과 곶자왈을 거쳐 흘러나오는 물에 의존한다. 그러나 각종 난개발, 환경파괴로 존재가 위협받고 있다. 제주 물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는 요즘, 남아있거나 사라진 439개 용출수를 5년 간 찾아다니며 정리한 기록이 있다. 고병련 제주국제대 토목공학과 교수의 저서 《섬의 산물》이다. 여기서 '산물'은 샘, 즉 용천수를 말한다. <제주의소리>가 매주 두 차례 《섬의 산물》에 실린 제주 용출수의 기원과 현황, 의미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제주섬의 산물] (17) 아라2동 금천새미

아라2동은 비록 넓은 지역은 아니지만 예로부터 깨끗한 샘물이 솟아나는 지역이다. 화북천 금산공원 안 바위굴 같은 궤에서 ‘금천’이란 산물이 솟아나고 있다. ‘개울이 있는 마루’의 뜻으로 ‘걸머리’라고 불린 아라2동은 《탐라순력도》에 거마로(巨馬路), 《탐라지도》에는 걸마로촌(巨乙馬路村) 등으로 나타나는데 모두 걸머리를 한자로 표기한 것이다.

마을에서는 금산공원에 있는 하천도 금천, 산물도 금천이라 부른다. 왜냐하면 하천이나 산물은 모두 같은 물이란 생명의 원천으로 봤기 때문이다. 금천은 동쪽에서 떠오른 밝은 햇살이 울창한 활엽수림 틈새를 비집고 나와 최종적으로 비치는 곳에서 물줄기가 솟아나고 그 물빛이 금처럼 보인다고 해서 ‘하늘에서 비치는 금’이란 뜻이다. 

금천은 삼의양오름 서쪽에서 발원하는 조천(새천)이다. 산지천이 지류였다가 지금은 ‘방천’으로 부르는 화북천이 지류와 합류한다. 마을사람들은 금천을 ‘천금’ 또는 ‘금산물’이라고도 부른다. 그 이유는 산물이 위치한 곳이 금천계곡인데다 계곡 주변에 조그마한 금산이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름으로 ‘알새미’라고도 한다. 이 산물을 알새미라고 한 것은 걸머리 아래에 있는 용출수라 하여 금산공원 아래쪽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전에는 금산공원에서 위쪽 약 500미터 남쪽에 걸머리 위쪽에 있는 산물이라는 ‘웃새미’가 있었는데 하천정비사업을 하면서 사라져 버렸다.

알새미라는 금천은 금월길 금산공원 표석에서 마을 쪽 하천으로 이동해 팽나무 고목이 있는 계곡으로 계단을 따라 가면 만날 수 있다. 산물 입구에는 “금빛 산물과 금빛 계곡은 옛사람과 마음이 같다”란 의미의 ‘금천금계(錦泉錦溪) 고인동취(古人同趣)’란 마애명이 암각된 바위가 수문장처럼 지키고 있다. 

산물은 두 군데서 흘러나오고 있다. 하나는 민가 경계에 수백 년 된 고목인 팽나무 아래 사각시멘트 지붕이 있는 궤(굴)에서 흘러나오고, 다른 하나는 마애명이 암각된 바위 뒤 조그마한 궤에서 솟아 흘러내린다. 팽나무 밑 바위 궤에서 솟는 산물은 통이 하나인데 식수전용이며, 마애명 뒤 계곡에 있는 산물은 통이 두 개로 식수나 음식물을 씻는 곳으로 빨래를 하지 못하게 하였다. 빨래나 목욕은 하천의 소(웅덩이)의 물을 이용했다. 식수가 있는 사각슬라브 구조물은 금천을 공원화 하면서 페인트로 색칠하여 단장해 놓았는데 고목이 있는 계곡과 어울리지 않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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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천(윗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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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천입구 마애명.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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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천 식수통.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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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천 내부 전경.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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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천(아랫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금산물도 자세히 보면 거슨샘이다. 산물이 흐르는 방향이 북쪽이 아니라 약간 동측면이다. 기울어진 남쪽 방향은 한라산 쪽이다. 그래서 이 산물도 호종단의 물혈을 끊으려는 술수에 맞선 강한 물혈의 용출수다. 하천범람 등 외부의 어떠한 힘도 이겨내는 끈기 있는 생명력을 가진 물로 예나 지금이나 아라2동 금산마을을 지키고 있다.

# 고병련(高柄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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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에서 태어나 제주제일고등학교와 건국대학교를 거쳐 영남대학교 대학원 토목공학과에서 수자원환경공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공학부 토목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공동대표, 사단법인 동려 이사장, 제주도교육위원회 위원(부의장)을 역임했다. 현재 사회복지법인 고연(노인요양시설 연화원) 이사장을 맡고있다. 또한 환경부 중앙환경보전위원과 행정자치부 재해분석조사위원, 제주도 도시계획심의, 통합영향평가심의, 교통영향평가심의, 건축심의, 지하수심의 위원으로 활동했다. 지금은 건설기술심의와 사전재해심의 위원이다.

제주 섬의 생명수인 물을 보전하고 지키기 위해 비영리시민단체인 ‘제주생명의물지키기운동본부’ 결성과 함께 상임공동대표를 맡아 제주 용천수 보호를 위한 연구와 조사 뿐만 아니라, 시민 교육을 통해 지킴이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섬의 생명수, 제주산물> 등의 저서와  <해수침입으로 인한 해안지하수의 염분화 특성> 등 100여편의 학술연구물(논문, 학술발표, 보고서)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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